보시게 친구~! 어느 해보다 풍성했던 추석이었지 마을입구 동내 어귀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부르며 뛰어드는 손자 손녀를 품에 꼭 껴않고, 애 구.......내 강아지들 할머니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 볼을 부비며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얻은 양 말입니다. 보시게 친구 타지 벗 10년이라 했던가요? 내가 자네를 알게 된 것도 돌이켜보니 꽤 오래 됐구먼. 덧없는 세월의 빈자리가 싫어서 애써 지나온 흔적을 지우려 갖은 분단장을 했었고 여정의 가시밭 뒤안길을 맘에 담아 내색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 왔지만 백발이 성큼 다가와 얼굴에 주름을 만들어 인생계급장이 되었으니 뉘라서 이를 막을 수가 있을까. 친구여 그대나 나나 자식을 낳아 시집장가 보내놓고 아들손자 딸 손녀 건강하게 자라는 것 외 지금 뫼가 그리 필요 하겠으며 이제 올라야 할 곳 또한 있겠는가? 그러나 친구여~! 복닥거리며 정신없이 살아온 지난 세월 그만 장롱에 똘똘 말아 깊숙이 넣어놓고 자네나 나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 찾아하며 말년을 즐겨보세, 탁배기 앞에 놓고 저무는 어둠을 안주삼아 어릴 적 저놈은 이랬었고, 코 찔찌리 요놈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살고 있을까? 아니면 벌써 저세상으로 꼴인 했을까? 그러나 보시게 친구 말년엔 말일세, 이거 한 가지는 꼭 챙겨놔야 하네. 개를 줘도 마다할 배추 잎 말일세, 요것은 꼭 챙겨놔야 한다는 말일세, 땡전 한 닢 없는 부모 달가워할 자식 없고, 병치레 자주하는 부모 반가워할 자식 없음이지 이보게 친구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고 했네, 이놈이 잘하는 가 싶으면 저놈이 속을 썩이고, 정신 차렸나 보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말썽꾼이 또 나타나게 마련이지 아니 그런가? 남들은 나보다 잘나 보이고 잘나가는 듯해도 그들 또한 복닥거리며 살고 있지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 집이라고 뭐 별반 다를 게 있다던가.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이보게, 친구여 자칭 애국자 자칭 국가를 위한 정치인 요즘 보면 모리배들이지 이들에 연계된 기업인들 몇 억 몇 십억 몇 백억 누구 집 강아지 이름인양 억, 억 들먹이는 매스컴을 보면 메스껍고 울화통이 터지는 세상이지만 자네나 난 주워진 지금에 이 현실을 복으로 생각하세 검은 돈 탐내지 않을 수 있는 자리에 있으니 말일세, 이보게 친구 우리 건강하게 사세 건강이 최고니까 말일세, 돈이 천만금이 있어 뭣에 쓰겠으며 대궐 같은 집이 뫼가 필요 하겠는가 그저 자식들 바르게 크고 건강하며 형제간에 우예있이고 화목이 최고지 친구여 아프지 말게 보약 중에 보약은 밥이 으뜸일세, 귀찬 트래도 세끼 밥은 꼭 챙겨 드시게 자식들에 짐은 되지 말아야 할 게 아니겠나. 건강하시게 친구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