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의 정당성과 필요성

  • 등록 2009.10.10 12: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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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가와 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적 반공, 자유민주주의정권과 동행하는 민주적 반공은 북한과의 화해와 국내적 자유민주주의 내실화 추구

시대정신 이사장 안병직 교수가 어떤 강연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인정하고 진보와 보수가 공생하려면 반공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놓고 속칭 ‘보수우파’진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안 교수가 반공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일은 아니다. 안 교수는 공사석에서 ‘반공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해왔다.

‘보수우파’진영 내에서 반공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해온 인사는 안 교수 이외에도 상당수 있다. 안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시대정신’그룹이나 ‘자유주의연대’에 속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그런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그 그룹의 일부 인사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도 주장해왔다.

안 교수 그룹이 반공폐기론을 주장함에 있어서 확연하게 제시한 이론적 근거는 없다. 산만하게 행해진 그들의 발언을 필자 나름대로 취합·정리해보면, 그들이 반공폐기를 주장함에 있어서 제시하는 논거는 △‘공산주의에도 일부 진리가 있기 때문에’, △‘반공이 권위주의적(억압적)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려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등 3 가지이다.

공산주의에 일부 진리가 있기 때문에 반공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모순을 범한 것이다. 어떤 사상에 대한 입장을 정할 때는 그 사상에 내포되어 있는 부분적인 진리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거의 모든 사상에는 약간의 진리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으며, 어떤 사상도 진리로만 구성된 것은 없다. 따라서 어떤 사상에 대한 입장을 정할 때는 그 사상에 내포되어 있는 진리적 요소가 어느 정도 많은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 사상에 진리적 요소가 많다고 판단되면 지지해야 하고, 진리적 요소가 적다고 판단되면 반대해야 하고, 진리적 요소와 반진리적 요소가 절반씩이라면 중립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

‘공산주의에 일부 진리가 있다’는 말은 ‘공산주의에 진리적 요소가 적게 내포되어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공산주의에 진리적 요소가 적게 내포되었다는 것은 공산주의를 반대해야 할 이유가 될지언정 공산주의에 대해 반대하지 않아야 할(지지하거나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할) 이유는 결코 아니다. 안 교수 그룹이 반공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공산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절반 이상이 진리임을 입증해야 한다.

‘반공이 권위주의적’이라는 생각은 한국에서 권위주의 독재정권시절에 행해졌던 반공만을 염두에 둔 착각이다. 반공, 즉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권위주의 독재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고, 민주주의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다. 공산주의혁명의 위협 앞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반공은 민주적 반공이며, 공산독재정권에 항거하기 위한 반공은 독재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해방적 반공’이다. 따라서 반공이 권위주의적이라는 이유로 안 교수 그룹이 반공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려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며, 공산주의에게도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론적 약점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착각이다. 이론상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이지만, 그 ‘사상의 자유 보장’ 원리를 잘못 적용하면 자유민주주의의 자살(자유민주주의의 자기부정)을 초래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한다 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양립불능한 사상들(예를 들면,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자유까지 완벽하게 보장하면 자유민주주의는 머지않아 그 사상들에게 희생당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치에 희생당한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자유민주주의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한다는 것의 의미가 그것을 효율적이고 안정·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자유민주주의의 그러한 이론적 약점은 보완해야 할 요소이지 기계적으로 실천할 요소는 아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효율적이며 안정·지속적으로 실천해온 국가들은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와 양립불능한 사상들의 자유를 자기 나라 사정에 맞게 적절히 제한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이론적 약점을 보완해온 국가들이다.

그러한 사실에 비추어보면,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내외로부터의 공산주의 도전이 심각한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반공은 폐기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실천해야 할 사항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 ‘제대로’의 속에는 반공이 파시즘을 동반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도 포함된다.

20세기의 역사가 실증해준 바와 같이 공산주의는 오류투성이의 엉터리 사상이다. 공산주의가 잘못된 사상이기 때문에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 즉 반공은 극히 정당한 일이다. 공산주의가 잘못된 사상이기 때문에 시대가 무슨 시대이건 반공은 정당하며, 시대착오적일 수가 없다. 잘못된 것을 반대하는데 시대가 무슨 상관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공산주의가 잘못된 사상이라고 말하면서도 반공은 안해야 된다고 주장하거나, 과거에 반공했던 것은 괜찮으나 오늘날 반공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논리적 사고능력에 결함이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그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건강상태를 염려해봐야 할 사태이다.

한편, 반공의 정당성이 국민적 반공노력의 필요성을 자동적으로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반공이 이론적으로 정당하드라도 모든 국가에서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 국민적 차원의 반공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국민적 반공노력을 전개할 것인지 여부나, 전개함에 있어서 그 강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국가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할 일이다.

만일 어떤 국가가 외부로부터 공산국가의 위협도 받지 않고, 국내에 존재하는 공산주의세력의 규모도 미미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그 나라에서는 국민적 반공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반대로, 어떤 국가가 인접한 공산국가로부터 위협 받고 있고, 국내에도 공산주의세력이 상당히 큰 규모로 존재하면서 밖으로부터 위협하고 있는 공산국가와 내통하고 있다면, 그 나라에서는 국민적 반공노력이 강도 높게 전개되어야 한다. 더구나 그 국가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채택하고 있을 때는 더욱 더 체계적으로 반공을 전개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체제는 국민의 자유와 번영을 증진하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내외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데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위에 든 두 경우 중 후자의 상황에 처해있는 표본적인 국가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북한공산정권은 공산독재 치고도 극히 변태적인 독재를 실시하면서 대한민국을 군사적·정치적으로 위협하고 있고, 남한 내에는 그런 북한정권에 맹종하는 종북(從北)세력을 비롯한 공산주의세력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하면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식자들은 세계의 모든 공산국가들과 교류·협력해야 하고, 북한과도 화해해야 하며, 안으로 자유민주주의의 내실화를 추구해야 할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거론하면서 반공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다. 그 사람들은 반공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 그런 오류를 범한다.

반공은 그 목적을 기준으로 방어적 반공과 공격적 반공으로, 또 동행하는 정권형태를 기준으로 민주적 반공과 독재적 반공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른 공산국가나 북한의 공산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공격적 반공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와 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적 반공, 자유민주주의정권과 동행하는 민주적 반공은 대한민국이 공산국가들과 교류·협력하고, 북한과의 화해를 추구하며, 국내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내실화를 추구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것이다.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정치학)

http://www.konas.net/article/article.asp?idx=19129
양동안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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