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 1년을 되돌아보면 한국은 국방면에서 북핵문제 등 여러 어수선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국방개혁 조정안을 확정하는 등 차분한 진전을 보인 한 해였다. 올해에 국방개혁 조정안 확정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내내 긴장 상태이던 남북관계는 금년 여름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전격 방북 이후 한반도에도 해빙의 분위기를 불러왔지만, 북한의 핵문제와 탄도미사일 위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9월6일 새벽에는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무고한 우리국민 6명이 희생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워싱턴 방문으로 비북 양자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북한의 핵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1월3일 "폐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를 지난 8월말 끝냈으며 여기서 추출된 플루토늄을 핵무기화 하는 데서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 날 "조선(북한)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라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통해 "적대세력들의 가증되는 핵 위협과 군사적 도발에 대처해 부득불 자위적 억지력 강화로 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폐연료봉 재처리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가로 추출했다는 의미로, 8,000개를 모두 재처리하면 대략 7∼8kg 정도의 풀루토늄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핵무기 1개를 제조하는 데 풀루토늄 6∼7kg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이 과정을 통해 핵폭탄 1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원료를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폐연료봉 재처리는 북한이 이미 지난 9월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으며 풀루토늄을 무기화 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유엔 안전보방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점을 감안하면 이미 한번 써먹은 "재탕 카드"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도 핵 못지 않은 큰 위협 따라서 북한이 갑작스럽게 현 시점에서 이를 다시 들고 나온 배경은 결국 미국과의 직접대화에 몸이 달아 있는 북한이 대화를 서둘러 하자고 미 행정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성 김 미국무부 북핵 특사 등을 접촉했으나, 미국 측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즉각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연일 미국에 양자대화를 사실상 애걸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발 위협의 또 다른 형태는 미사일 시험발사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어떤 계기나 시위가 필요할 경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고 협상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을 써왔다. 금년 10월12일에도 북한은 동해안에서 사거리 120km의 KN-02 미사일은 옛 소련의 이동식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SS-21을 개량한 것으로 이동식 발사대에서 고체연료를 사용, 5분내 신속 발사가 가능해 수도권 일대에 최대의 위협인 단거리미사일이다. 우리 육군이 선정한 북한의 대표적인 위협 무기에는 이 외에도 240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 등이 포함된다. 해군은 상어급 잠수함과 지대함 유도탄 STYX 등을 꼽았고, 공군은 AN-2 공중침투기, IL-28 폭격기 등을 꼽아 핵문제를 별개로 하더라도 재래식 군사력에 의한 위협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2009년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 가운데서도 국방당국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했다. 한국 국방과 관련해 금년도 가장 주목할 사안은 국방개혁기본법 수정안 하 정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를 통한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꼽을 수 있다. 북한 기습에 대한 4단계 대응책 마련 정밀타격능력도 확대 국방부는 금년 6월26일 국방개혁 기본계획 조정안을 발표했다. 조정안은 2005년 발표된 "국방개혁 2020"을 안보 및 국가경제 등의 상황변화에 맞게 조정한 계획이다. 국방개혁 조정안은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비한 첨단전력 증강과 작전개념을 보강하고 전투력 위주로 군 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에 대비한 즉응의 전투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군 구조조정과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국방개혁 조정안의 중점은 군 구조 개편, 북한 핵·장사정포 대비전략 보강, 국방운영 개혁 및 비전투분야 슬림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군 구조 개편의 경우 수도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접적부대가 초전에 즉각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편성하고,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최대한 북한 지역 내에서 차단 및 제거하기 위해 감시·정찰·정밀타격·요격 능력을 확충토록 했다. 국방운영 개혁과 관련해서는 발전된 민간분야를 국방운영에 도입하고 일부 비전투 분야를 통폐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조정안에 따르면 북한이 핵 또는 탄도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할 조짐이 보이면 ①다목적 실용위성, 정찰기, 무인정찰기,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등으로 감시 정찰하고, ②F-15K와 합동원거리 공격탄 등으로 선제 정밀 타격하며, ③그래도 남한으로 날아온 북한 미사일은 해상요격유도탄과 지상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하며, ④미사일이 남한 지역에 떨어진 경우에 대비해 개인 및 부대별로 방호체계를 강화하는 등 총 4단계 대응 개념으로 되어 있다. "2020∼2014년 178조원 규모의 국방중기계획도 방호체계에는 핵폭발 때 나오는 강력한 전자기파(EMP) 에 대한 대비책도 포함된다. 이 같은 대응을 위해 국방부는 현재 북한의 평양-원산 이남까지인 한국군의 정밀타격 능력을 2020년까지 북한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해상요격 유도탄으로는 미국이 개발 중인 SM-6 또는 해상용 PAC-3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러한 취지에 따라 178조원 규모의 "2020∼2014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중기계획에 따르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사업비 1000억원을 투입해 청와대와 군사기지 등 국가전략시설에 EMP 방호시스템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핵폭발 때 발생하는 EMP는 20kt급 핵폭탄이 터질 경우 반경 100km 내의 모든 전자설비를 마비시킬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국방부는 또 2015년까지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도입하기로 하고 우선 내년에 착수예산 80억원을 반영했다. 내년부터 5년간 총 178조 원이 소요될 "2010∼2014 국방중기계획" 중 북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첨단무기 확보에 총액의 33%인 59조 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한편 10월22일 서울에서 열린 제4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김태영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북한의 군사동향을 평가하고 핵문제 등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한미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확장억제"를 구현하기 위해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MD)체계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SCM 공동성명에 명기한 것은 의미가 크다. 두 장관은 전작권 전환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기존 일정을 준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환기를 맞아 국방의 과제 많다 이번 SCM은 지난 6월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오바마 두 대통령의 합의로 채택된 "한미동맹 공동비전"(Joint Vision for the Alliance of ROK-USA)에 담긴 내용을 실현하는 구체적 방안을 협의한 성격이 크다. 공동성명에서 지역 및 범세계적 기여에 관한 공동비전의 이행을 언급한 것은 미국측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고, 북핵문제에 관해 "확장억제"의 실현수단을 구체적으로 공식 언급한 것은 한국측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제41차 SCM 공동성명은 다른 해에 비해 훨씬 무게감이 있다. 그만큼 한미전략동맹의 방향성을 강화한 것인 동시에 앞으로 한국이 스스로 담당해야 할 비용분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반도 안보상황의 전환기를 맞아 한국국방은 본연의 임무를 되새기고 국가안보의 근간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향후 수년간 한국국방의 과제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한국군 주도의 전구작전수행체계 구축이 긴요하다. 우선 미 한국사령부와 긴밀한 협조가 가능토록 합참의 기능이 보강되어야 한다. 충분한 전환연습을 통해 직책에 따라 임무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동시에 신 한·미 지휘통제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전환과정에서 추가적인 방위소요가 발생할 경우 이를 즉각 반영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일 2012년 전환시점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전환시점의 연기나 보완책도 강구해야 한다. 또한 한미 양국이 6·16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한 동맹 미래비전을 선언함에 따라 한국군의 국제적 역할 변화가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 미국은 한국에게 세계10위 수준의 국력에 비례하는 국제적 기여를 원한다. 동아태차관보 커트 캠벨 등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다음 50년간 한미동맹의 모습을 "Going Global" 즉, 글로벌 문제에서 함께 협력하는 동맹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글로벌 군대화하고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국국방은 이제 한국방위의 명실상부한 1차 책임자가 되는 동시에 글로벌 군대로 거듭날 준비를 해야한다. 둘째,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서 한미공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근 한미 군 당국간 협의를 통해 작계5029를 완성한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다. 정부 소식통에 의하면 한미 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유협을 5∼6가지로 정리해 이 유형에 따른 작전계획을 완성하고, 앞으로 이 계획을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급변사태 유형은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유출, 북한의 정권교체,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상황, 북한내 한국인 인질사태, 대규모 주민 탈북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까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미 군당국의 계획은 개념계획(개념계획 5029)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이를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 진척되어 최근 개념계획이 작전계획으로 완성된 것이다. 북한의 급변사태시 한미연합군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될 경우 대부분의 작전은 주변국 등을 고려해 한국군이 주도하게 될 것이지만 핵시설과 핵무기의 제거는 미군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국방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국방개혁의 당위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잘 개혁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향후 수년간 한반도 안보환경은 변화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현존하는 위협 외에도 북한 후계체제 이행과정의 불확실성,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 등 한국의 방위계획에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해이해진 국방태세와 국민의 안보의식 바로 잡아야 한국의 국방개혁안은 한국의 장기적 비전과 국가전략적 고려를 담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국가전략에서 국방력은 무슨 역할을 해야하며, 어떤 필요에 부응해야 하는지 총체적인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21세기 초국가적 위협 등 미래 전쟁양상을 고려하는 동시에 한반도 현존 위협을 감안한 적절한 믹스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는 병력과 장비, 전투와 안정화 등 전력요소와 활동내용의 다양한 믹스에 대비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안정화작전과 군사통합단계에서의 병력소요, 북한의 특수전 부대 위협 증대에 따른 대비책 등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넷째, 전반적으로 해이해진 국방태세와 국민의 안보의식을 바로잡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의 자금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간첩활동을 해온 대학 강사가 체포된 사건이다 민간인이 최전선 철책선을 절단하고 월북한 사건은 해이해진 우리사회 안보의식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북한발 안보위협은 과거나 현재나 지속적인 현상이지만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인식수준은 갈수록 이완되는 듯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난 7월 일어난 북한발 DDos 테러, 그리고 금년 3월 북한 해커부대가 육군 3군사령부를 해킹해 3군사령부가 국립환경과학원에 접속할 수 있는 인증암호를 빼간 사건 등, 우리 사회의 위 아래 할 것 없이 북한의 위협에 노출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예비역 장성이나 영관급 장교가 군사기밀을 불법으로 수집·유출한 혐의로 잇따라 구속된 것도 안보의식 해이라는 연장선상에 있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한국군의 아프간 재건참여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해야한다. 이번 SCM 공식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단기적으로 한미동맹에 가장 부담이 될 사안은 한국의 아프간 재건 참여 여부이다. 서울에 온 게이츠 국방장관은 일성으로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아프간 지원문제는 신속 효율적인 방법으로 신중히 결정해야 이는 현재 우리 정부가 고려 중인 지방재건팀(PRT) 확대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묵언의 메시지다. 오바마 정부는 대테러전의 중심이 아프간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동맹과 우방들의 협조를 절실히 원한다. 한국이 미국의 메시지를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는 오바마 정부가 아프간에 부여하는 중요성 때문이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근절하지 못하면 대테러전쟁이 실패하고 파키스탄까지 위험해질 것으로 본다. 한국이 아프간 재건에 참여하는 것은 한미전략동맹의 정신에 비춰보나 세계10위권 경제대국 한국의 위상에 비춰보나 의당 해야 할 이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우리 정부가 심사숙고해서 가장 빠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결정해야한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코리아"를 내걸면서 "지구촌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천명했다. 미국도 한미동맹이 대북억지와 한반도에 초점을 맞춘 동맹에서 이제는 글로벌 차원 문제에서 협력하는 동맹으로 발전하기를 원한다. 한미 양국이 동맹의 글로벌화를 추구한다면 이제는 한국국방의 지평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글로벌 차원으로 넓힐 때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국방의 역량과 한계를 겸허히 돌아보고, 이를 어떻게 보완·발전시킬 것인지 치밀한 전략과 장기적 플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konas)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출처 코나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