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8시]
스님 700여명 등 조계사~광장 거리행진 입장
대형 촛불소녀 연등 앞장, 법고로 분위기 돋워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시국법회’는 6시께 중창단 ‘천공’이 무대에 올라 <아침이슬>과 <광야에서> <희망의 나라로> 등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5살의 김윤성 어린이가 “성불하십시오. 훌륭하신 부처님처럼 스스로 깨닳아서...”로 시작되는 노래를 불렀고, 노래패 ‘우리나라’도 무대에 올라 <지금 당장 재협상> 등의 사전 공연이 이어졌다.
그사이 참가 시민이 1만여명으로 늘어났다.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평일에 비해 많이 늘었다. 무대 위엔 ‘국민주권 수호 권력참회 발원 시국법회’라고 쓰인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무대 왼쪽엔 하얀색 옷을 맞춰 있은 30여명의 ‘조계사 합창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6시30분께. 사회자인 진명 스님이 시국법회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법고’(큰 북) 소리가 광장 안에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쿵 쿵 쿵….” 송광사와 화계사 등에서 온 스님들이 법고를 잡고 있다.
6시 45분께. 대형 촛불 소녀 인형으로 만든 연등을 앞세운 700여명의 스님과 3천여명의 불자들이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5시45분 조계사를 출발해 1시간 남짓 종로 등지에서 거리행진을 했다. 앞에선 스님들 뒤에는 ‘국민의 뜻이 부처의 뜻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든 시민들이 섰다. 이들은 곧 무대 가운데 시민들 사이로 들어와 무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열 맨앞 법안 스님 옆에는 문규현 신부가 함께 앉았다.
행진에 참여한 법진 스님(해인사)은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우리의 주권을 잃어버렸다는 게 불교도들의 생각이며,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며 “행진은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시민들이 박수를 많이 쳐줘 기운이 났다”고 말했다. 스님들의 손에는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 어딨어’ ‘촛불이 지킨다 촛불이 길이다’ 등의 손팻말이 들려 있다.
6시55분. 삼귀의례가 진행됐다. 스님과 시민들은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는 가사의 노래를 일어나 합장해 불렀다.
곧바로 예불이 이어졌다. 스님들이 불경을 외우며, 수 차례 일어났다 엎드렸다 하면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 진지한 표정이다. 장내도 숙연해졌다. 시청앞 광장이 불당 같다. 시민들도 이 장면을 차분히 지켜봤다. 문규현 신부도 스님들과 함께 절을 했다. 국민건강권을 지키는 데 종교는 더이상 중요한 게 아닌 것이다.
수경 스님에 이어 무대에 오른 청화 스님은 “한쪽 눈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은 소고기는 보면서도 광우병은 보지 못하고, 부시의 웃음은 보면서도 국민들의 눈물은 보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뒤이어 사회자인 진명 스님의 선창으로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이 보인다”를 스님들과 시민들이 함께 외쳤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1신 : 5시30분]이번엔 목탁촛불, 스님 600여명 ‘권력 참회’ 촉구
윤남진 대변인 “3.1운동 때도 각 종교 힘 합쳐”
신자 8천명 동참…민교협 교수들도 촛불 들어
천주교와 기독교에 이어 4일 불교계가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을 든다. 불교 시국법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와 58번째 촛불문화제가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다.
시국법회를 앞둔 5시30분. 잠시 뒤라도 비가 쏟아질 듯 우중충한 날씨지만, 시청앞 광장은 활기에 넘친다. 스님들은 법회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고, 프레지던트 호텔 앞쪽에 세워진 무대차량 14.5톤 트럭 주변에서는 음향 설치 등으로 분주하다. 무대 위에선 청룡유치원에 다니는 20여명의 아이들이 어설픈 발음으로 “성불하십시요. 훌륭하신 부처님처럼 스스로 깨달아서…”로 시작되는 노래 연습에 한창이다. 시민 200여명이 무대 주변에 모여 이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잘한다”고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있다. 서울 광장에는 시민 3천여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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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4일 저녁 열린 ‘시국법회’에 앞서, 승려와 불자들이 이날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모여 거리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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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진 시국법회 추진위원회 재가대변인은 “평화적인 촛불집회가 흔들리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국법회를 준비했다”며 “3.1운동 당시에도 천주교, 개신교, 불교가 힘을 합쳐 독립을 외쳤다. 시국법회가 국민 화합과 정교 분리 정신을 위배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국법회 추진위원회는 오늘 시국법회에 스님 1천여 명, 불교신자 8천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국법회를 앞둔 광장엔 불교신자뿐 아니라 시민들, 다음 아고라 깃발을 들고 나온 누리꾼,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소속 10여명의 교수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종교계의 시국선언과 촛불문화제 동참을 환영했다. 변희경(37·서울 용산2가동)씨는 “그동안 국가가 위기에 빠지거나 민주주의가 훼손됐을 때마다 종교계가 참여해 왔다”며 “정치와 결탁하는 종교는 문제지만,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종교계가 나서는 것은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수찬(69·서울 중곡동)씨는 “정치와 거리를 뒀던 종교계가 오죽하면 시국선언에 나섰겠냐”며 “종교계까지 나섰으니, 정부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6월30일 사제단의 시국미사 이후 ‘비폭력·평화’ 원칙의 촛불문화제가 닷새째 계속되는 가운데, 오늘도 경찰버스의 모습은 시청앞 광장에서 사라졌다. 광장 한켠에 촛불교회, 사제단 단식천막, 진보신당 천막 등이 세워져 있지만, 평화로운 기운만이 넘쳐 흐르고 있다. 사제단 천막 앞에는 “신부님 힘내세요”라는 손팻말이 꽂혀 있고, 시민들이 격려차 갖다 놓은 꽃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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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 스님의 시국법어 전문
‘대통령’ 콩깍지 씌어 한 쪽 눈 시력 잃어
두 뿔로 들이받는 쇠귀신은 보지 못하면서 안 보이는 금송아지 꼬리만 보인다고 하나
현 시국을 두 눈으로 봅시다
우리는 80년대의 험한 산을 힘겹게 넘어 왔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제 더 이상 넘을 산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돌연히 또 하나의 높은 산이 나타나 국민의 앞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무슨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른바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국민과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는 정부와의 강경 대결이 이런 예측 불허의 긴장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차와 기차가 맞보고 달리면 그 결과는 공멸뿐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대결 상황을 이기고 지는 문제로 접근하면 해결 방법은 없습니다. 어느 쪽이건 진다는 것은 명예의식이 용납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쇠고기 문제는 잘잘못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물론 그 성찰에는 인간의 불완전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위대합니다. 바로 그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아량과 겸허함과 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인간다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잘못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한 눈을 감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라는 콩깍지가 씌어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로인해 한 가지만 보거나 한 쪽만 보는 잘못이 있습니다.
예컨대 쇠고기는 보면서 광우병을 보지 못하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보면서 한국의 국민들은 보지 못합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촛불시위의 허물은 보지만 대통령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추가 협상까지는 보지만 재협상은 보지 못하고 뼈아픈 반성까지는 보지만 고쳐야 할 것은 보지 못합니다.
이런 눈 때문에 중고등 학생들도 아는 생명의 가치를 대통령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쇠고기 협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곧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광우병 위험물질까지를 그것도 아주 쉽게 수입하기로 결정한 대통령의 태도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광우병쯤은 감수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중고등 학생이나 국민들은 경제만 살아난다면 광우병에 걸려도 좋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대로 한국 경제가 연간 7%씩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4만 불이 되고, 그리고 세계 7대 선진국에 진입한다고 한들 광우병에 걸려서 죽는다고 하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입니다.
결국 경제라는 것은 사람이 폼 나게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조건으로서 요구되는 것이지 죽은 다음에야 황금산을 가진들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인간의 생명 위에 존재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한국 경제를 위해서는 재협상을 할 수 없다고 뭉개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공권력의 폭력을 합법화해서 촛불시위를 제압하려는 의도를 굳히고 있습니다. 최근의 공권력이 자행한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 이명박 대통력이 과연 민선 대통령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왜냐면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나 쓸 법한 후진국 수준의 낡은 방법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좌시할 수 없어 종교계의 성직자들까지 거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이 나라에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지한 성찰을 통해서 이제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잘못을 깨달아야 합니다.
캄캄한 방에 촛불을 밝히면 일시에 어둠이 사라지듯, 잘못을 깨달으면 그 잘못의 허물도 금방 일소됩니다. 양쪽을 다 보지 못하고 한 쪽만 본 것 때문에 쇠고기 협상에 있어서 대통령으로서 막을 것을 막지 못하고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한 점, 그러면서 반대급부도 없이 오히려 주기만 하고 물러서기만 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시력은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따라서 두 눈으로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도 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재협상의 당위성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민의 뜻을 좇아 재협상을 선언하고 그로인해 부정적으로 보였던 모든 고정관념이 해소되어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입니다.
씽씽 바람이 되는 이여
알아야 합니다
영혼이 있는 촛불은
폭풍도 끄지 못한다는 것을.
이 촛불 앞에서
두 눈으로 보면
안 보이던 종달새의
노래 소리도 다 보이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한 눈을 감고
두 뿔로 들이 받는 쇠귀신은 보지 못하면서
안 보이는 금송아지 꼬리만 보인다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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