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5일 서울광장에서만 5만 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50만명)이 참석하는 등 지난달 10일 8만 여명이 모인 이후 최대인파가 참여한 가운데 전국에서 열렸다. 이날 우려했던 촛불집회 측과 경찰 측, 반대집회 측 사이의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국민 승리의 선언을 위한 문화제’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고 정부 태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집회에는 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뿐만 아니라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개 종단 종교계 인사 200여명이 참여했다. 또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등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6000여명도 서울역 집회를 마친 뒤 서울광장에 합류했다.
오후 6시30분부터 본격 시작된 촛불집회는 영화배우 권해효와 방송인 최광기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집회에는 박원석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한용진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 등 촛불시위 주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가 무대 위에 올라와 공개 연설을 했다.
한용진 위원장은 “재협상을 할 때까지 절대 촛불을 놓지 말자”고 말했다. 박원석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는 생명과 건강을 지키자는 국민들에게 몽둥이 찜질을 했다”며 “이 정부는 이성으로 국민을 설득할 능력을 상실했다. 국민 앞에 항복하고, 재협상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대책회의 측은 집회 도중 촛불 등 집회 용품 구입과 부상자 치료 등을 위한 모금함 80여 개를 마련해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오후 8시50분쯤 촛불집회를 마친 뒤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4개 종단 대표자들과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를 겸허히 받아들이시길’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선두에 서서 행진을 이끌었다. 시위대는 남대문-명동-종로 구간의 차로를 완전 점거하고 “국민에게 항복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 “어청수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거리행진 도중 일부 시위대는 안국동 로터리에서 좌회전해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으나 동십자각 앞 도로에 설치된 전경버스 차벽에 막혀 행진을 멈췄다. 또 시위대 중 일부는 종로경찰서로 이동해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거리행진을 마친 뒤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와 문화제에 참석했다. 문화제 형식의 집회는 하루를 넘긴 6일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시위대 일부는 근처에서 술을 마시거나 돗자리 등을 깔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대책회의 측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5대 요구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대책회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을 모아 대표단이 청와대 책임있는 사람에게 국민 5대 요구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청와대 측은 책임 있는 사람이 전달 받기 어렵다며 대표단과 만남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책회의 측에서 건의문을 전달한다고 해 기다리고 있었으나 대책회의 내부에서 입장정리가 잘 안 됐는지 오지 않아 건의문을 받지 못했다”고 밝혀 면담 무산 배경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대표단은 면담이 무산되자 5대 요구사항이 담긴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국민 요구사항’을 언론에 공개했다.
대표단의 5가지 요구사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재협상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전면 회수 및 유통 중단 ▲어청수 경찰청장·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파면 및 구속자 석방과 수배 해제 ▲의료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고환율 정책 등 중단 ▲대통령 면담과 대국민 공개토론회 개최 등이다.
한편, ‘구국! 과격불법 촛불집회 반대 시민연대(http://cafe.naver.com/nonodemo)’는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 40분까지 청계광장에서 카페 회원과 외국 유학생, 탈북자단체 소속 회원 등 경찰추산 400여 명(집회측 추산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시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시민연대는 성명서에서 “(오늘은) 거짓의 촛불이 아니라 어둠의 땅 북한을 위해 각계 시민들과 애국 젊은이들, 외국인들까지 함께 정의의 횃불을 든 밝은 날”이라며 “이제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해 말할 때이며, 더욱이 촛불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