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10.27법난은 1천700년 한국불교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입니다." 10.27법난은 신군부가 1980년 10월27일과 30일 조계종 스님들과 불교계 인사 등 153명을 강제 연행하고 전국의 사찰ㆍ암자 5천731곳을 일제 수색한 것을 지칭한다. 10.27법난 특별법 제정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타(法陀.은해사 주지)스님은 25일 "작년 12월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정부당국이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불교계 요구를 받아들이는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0.27법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현황을 제대로 파악해 개인과 단체에 대해 보상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과 사과를 받자는 것이 법제정의 취지였죠. 이와 관련해 국방부가 지난해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으나 명령자를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역사적 과오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못했습니다." 법타스님은 "특별법을 만들 때 '호랑이'를 기대했다가 '고양이'를 봐야 했는데 시행령안은 '생쥐'의 모습으로 전락하려 하고 있다"면서 "국방부는 시행령의 위원회 구성조항에 피해종교단체 추천자의 위원 위촉을 명시해 불교계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과오 청산의 상징으로서 사료관 건립과 추모단체 지원 등을 시행령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00년간 억불정책을 썼던 조선시대에도 정치권력이 산중에는 미치지 않아 스님들끼리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갔습니다. 하지만 신군부가 조계종 스님들과 불교계 인사를 강제연행하고 전국의 사찰ㆍ암자를 수색한 것은 종교로서 불교 자체를 부정한 비극적 사건입니다. 신군부는 산중 사찰이 우범지대이고 간첩 은닉처라는 인식을 드러내며 불교를 유린했으니까요." 법타스님은 불교계가 요구하는 핵심내용이 대부분 빠진 시행령안 등을 통해 10.27법난을 해결하려는 것은 정부의 의지가 약하다고 보고 지난 22일 국방부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2년 한시법인 특별법은 당시 부당하게 사법처리된 사람들을 구제하지 못하도록 해놓아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당국이 불교계 뜻을 반영한 시행령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2천만 불자와 함께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타스님은 1965년 속리산 법주사로 출가했으며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나와 미국 클레이튼 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장과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