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거대한 소망교회 장로다. 나는 서울 거여동의 작은 향린교회 장로다. 하지만 같은 장로로서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똑같은 성경책을 읽는데도, 왜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
김동환 장로의 말에 서울광장에 남아 있던 시민들은 촛불을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최소한 3일 서울광장에 모인 개신교인들에게 '장로' 이명박 대통령은 부끄러움의 대상이었다. 목사와 장로들이 이 대통령을 비판할 때마다 개신교인들과 시민들은 함께 박수와 환호성은 터뜨렸다.
천주교에 이어 서울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연 개신교인들 역시 십자가를 앞세우고 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말도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경기도 이천에서 활동하는 신광수 목사는 "누군가 인도로 차를 몰아 사람을 다치게 했으면 계속 시민들이 광장에서 돈을 걷어 치료를 해줘야 하나, 올바른 일이지만 그게 과연 진정한 해결책인가"라며 "미친 운전자를 끌어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 목사는 "6·29 선언 21주년이던 지난 6월 29일, 경찰이 서울광장을 경찰차로 에워쌌는데, 나는 그 순간부터 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서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에서 활동하는 최훈근 목사 역시 "두 달 넘게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7월 5일 국민촛불대행진 때 확실하게 승리의 도장을 찍자"고 말했다. 이 말에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높이 들고 흔들었다.
오는 5일 국민촛불대행진에서 개신교인 1000명은 무대에 올라 합창을 할 예정이다. 어떤 노래를 어떤 사람들이 부를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노래에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개신교인들의 마음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인들이 중심이 된 이날 촛불문화제 역시 경찰과 충돌 없이 밤 11시께 마무리 됐다. 4일에는 불교계가 서울광장에서 다시 대규모 시국법회를 연다. 종교인들의 '기도발'에 힘을 받은 것일까. 촛불은 다시 활활 타오를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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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존중 선언과 평화집회 보장을 위한 기독교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과 장미꽃을 모아두고 있다.
목사들의 설교와 복음 낭송이 이어질 때마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아멘"이, 신도가 아닌 이들에게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찬송가로는 '헌법1조'와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설교에 나선 임명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은 "예수께서는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고 말씀하셨다"며 "예수를 따르는 우리 기독인들도 이런 심정으로 촛불을 밝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안타까운 심정으로 간곡하게 권고한다"며 "촛불을 든 민심을 천심으로 받아들이고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할 것을, 폭력진압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엄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부 빗나간 행태를 보이는 기독교인들에게 당부한다"며 "대통령이 교회의 장로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그의 정책을 옹호하려 드는 것은 옳지 않다, 낡은 시대의 잣대로 촛불을 폄하하고 이념적 대결을 부추김으로서 평화를 파괴하는 일에 가담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심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충고했다.
임 회장의 설교가 끝나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광우병 기독교 대책회의는 현 시국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촛불민심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소박한 요구"라며 "촛불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밝힌 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재협상하고, 전수조사를 통해 검역주권을 되찾고 검·경은 폭력진압을 멈추고 연행자와 구속자를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폭력은 폭력을 낳고 갈등을 낳아 여론의 따가운 지탄을 받게 된다"며 "어떤 상황에도 폭력을 사용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기독교 대책회의는 시국기도회가 끝나면 남대문-명동-종각-시청으로 거리행진을 한 후,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김경호 목사는 "천주교 신부님들의 거리행진 원칙은 '침묵'이었지만, 기독교에서는 '연한 기도'도 있다"며 "저 인왕산까지 들릴 정도로 기도를 해달라"고 시민들에게 부탁했다.
참석자들은 저녁 8시10분께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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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존중 선언과 평화집회 보장을 위한 기독교 시국기도회가 3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 주최로 열리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기독교 대책회의의 '국민존중 선언과 평화집회 보장을 위한 시국기도회'가 3일 저녁 7시 열렸다.
이날 무대 위에 선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1만5000여 명의 시민들에게 "이렇게 긴 시간동안 매일 수만명, 수십만 명이 모여 평화적으로 주장을 펼쳐왔다는 것은 세계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그동안 광장을 지켜온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김 목사는 사과했다.
"저희는 개신교 목회자들입니다. 먼저 이 집회를 시작하기 전에 일부 보수적인 개신교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반하는 집회와 맞불집회로 이 광장을 혼탁하게 만들어 여러분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 깊이 사죄를 고합니다."
일제히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나님 정의를 우리 무능함으로 가려버린 죄, 용서하소서"
흰색 가운과 붉은색 혹은 녹색 스톨을 걸친 개신교 목회자 200여 명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무대 앞에 앉았다. 목회자들의 앞에는 "공안정권 끝을 알지" "한나라당 살고프면 이명박을 탄핵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이 놓였다.
신도와 시민들도 목회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1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은 그동안 KBS 본관 앞,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했던 '다인아빠'가 나눠준 붉은 장미꽃을 쥐고 있다.
시국기도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만 해도 성가대의 연습 등 분주했던 광장은 김 목사 등의 참회 기도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주님 우리를 용서하십시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면서도 존재의 무게에 합당하게 행동하지 못한 저희 허물을 씻겨주십시오. 오랜 세월 침묵한 죄, 하나님의 정의를 우리의 무능함으로 가려버린 죄,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소리쳐 밝히지 못한 죄, 더 많은 죄들, 죄들…. 주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시청 앞 광장으로 모여드는 사람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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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존중 선언과 평화집회 보장을 위한 기독교 시국기도회가 3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 주최로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