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목적으로 제정된 ‘10·27법난에 대한 피해자의 명예회복등에 관한 법률(이하 10·27법난법)’이 국방부의 내용없는 시행령 제정 추진으로 허울뿐인 법률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조계종총무원은 오늘(20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시행령 제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방부가 △ 타 과거사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의 위원회 구성 △ 추모단체 지원사업, 기념관 및 사료관 건립사업 명시 불가 △ 분과위원회 규모 축소 입장 등을 보이고 있어 실무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총무원 기획실의 고상현 주임은 "10·27법난의 가해자라 할 수 있는 국방부가 실질적인 명예회복 조치가 될 수 있는 기념관이나 사료관 건립사업 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라면 더 이상 불교계가 시행령 제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10·27법난에 대한 특별법 제정 추진위원회(공동의원장 원학 법타스님, 이하 특별법추진위)는 그동안 불교계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추모단체 지원사업, 기념관, 사료관 등의 조성과 각종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별법추진위는 22일 회의를 열어 ▲현 상황에서 시행령 제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한지 여부와 ▲국방부에 항의서한 전달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초강경 대응방안등을 놓고 심도 깊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총무원 사회부장 세영스님은 “실질적인 지원 분야가 배제된 시행령 제정은 또한번 불교계를 우롱하는 ‘제2의법난’이나 다름없다”며 “지금이라도 국방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피해자인 불교계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행령 제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방부의 박재만 기획총괄과장은 “상위법에서 명시되지 않는 사업내용을 시행령에서 담는 것은 입법취지에 맞지 않다”며 “불교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28일부터 시행될 ‘10·27법난법’이 제정 취지에 맞는 시행령을 갖출 수 있을지 그 전망이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