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수년 전에 他界한 영화감독 申相玉씨가 월간조선 2001년 10월호에 기고하였던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장"의 일부이다. 8년이 지난 지금 읽어보니 그의 慧眼(혜안)이 더욱 돋보인다.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체험으로 이해하였던 申相玉씨는 김정일 정권에 굴종한 김대중씨에 대하여 증오에 가까운 경멸감을 품었고, 말년에 月刊朝鮮을 통하여 그 울분을 자주 표출한 바 있었다. ************************************ 지금까지 韓國에서 北韓을 연구해 온 학자들, 그리하여 주로 北韓의 시각에서 한반도의 역사와 미래를 내다보려는 편향된 시각을 가진 학자들의 저술을 살펴보면 그들이 논리의 근거로 삼은 자료들이 대부분 北韓에서 발행된 문헌들이라는 데에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北韓에서 발행된 각종 역사 자료와 문헌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노동당의 정당성과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조작되고 날조된 허위투성이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 것들입니다. 애석하게도 한국의 이른바 親北 지식인들이 北韓을 바라보는 시각은 바로 北韓이 만들어놓은 한정된 창구를 통해서이며, 그 창구를 통해 내놓은 이론과 주장이라는 것들은 북쪽이 골라서 먹여 주는 지식의 먹이를 소화하지도 못한 채 배설해놓은 생경하고도 환상적인 것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난 날 北에 대한 모든 자료가 차단되고 北이 넘을 수 없는 장벽 저쪽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은 시대였다면 이같은 학문적인 오류가 나름대로 용납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오류를 「자료 부족」이라는 어리광으로 얼버무릴 처지가 아닙니다. 이런 탁상공론의 白面書生(백면서생)들이 생산해놓은 몽환적인 北韓觀과는 달리 온몸으로 그쪽 체제를 실감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 南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알 수 없는 것은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정부가 진정한 北韓 전문가들의 입을 틀어막아 놓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잘 알고 있을 줄 압니다. 黃長燁씨를 비롯하여 목숨을 걸고 北韓을 탈출하여 넘어 온 수많은 탈북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崔銀姬와 저, 굳이 우리 두 사람을 숫자에 넣지 않고도 「살아 있는 자료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黃長燁씨가 그토록 껄끄러운 존재라면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脫北한 다른 인사들로 하여금 北韓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게 하고, 그로 인해 우리 내부의 합의를 도출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통일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北韓 주민들을 하루라도 빨리 고통의 바다에서 건져내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가, 또는 정부라는 이름의 단체가 해야 할 첫째 가는 의무가 아니겠습니까? 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께서는 北韓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전하는 非인간적인 수용소의 실태, 굶어 죽어가는 생생한 현장의 소리들을 사실이라고 믿으십니까? 믿지 않는다면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려 민족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는 무리들을 응징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만약 그들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그에 대해 남쪽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기껏해야 묵살하고 방관하는 정도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언제인가 일본 총리가 한 말 한 마디가 새삼 생각이 납니다. 외국 여객기에서 납치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속에 일본인 한 사람이 끼여 있었습니다. 그는 그 승객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범인들과 협상을 벌이며 범인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들어 주는 협상을 벌였습니다. 일부 언론들이 비난하자 그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人間 한 사람의 목숨은 지구 전체보다도 더 무겁다』 지금 일본과 北韓이 국교정상화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10여 명의 日本人이 납치된 것 때문이 아닙니까. 그런데 수십만의 탈북자가 낯선 타국에서 갖은 수모와 고생을 겪으면서 生死之間을 헤매고 있는 데도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기껏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살피는 정도라면 그것을 감히 국가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미국이 자국 국민 한 사람이라도 적지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을 경우 대통령부터 발벗고 나서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나라의 온 힘을 다하여 노력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부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낍니다. 비록 선전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마저도 非전향 장기수들을 데려가기 위하여 그토록 끈질긴 노력을 하는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의 입을 막고, 그들의 입에서 북한 지도층이 달가워하지 않을 이야기가 나올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 반면에 몽환적인 이상주의에 빠져 北을 민족의 정통성이 있는 정부로 생각하고 광분하는 사람들에게는 북측과 어울려 춤추고 떠들며 소리 지를 기회를 주고 멍석을 깔아 주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햇볕은 북쪽 땅에는 비치지 않는, 남쪽의 용공세력들에게만 따뜻하게 내리쪼인 이상한 햇볕이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지금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의 內訌(내홍)을 앓고 있습니다. 이것이 햇볕정책이 노리는 바였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허심탄회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敵에게 원조를 해주면서 간첩신고를 하라는 광고를 볼 때마다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北韓의 당초 계획으로는 現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南韓의 언론과 보수세력을 거세하고 서울 하늘에 인공기를 나부끼며 金正日이 당당하게 서울에 입성한다는 것이었으나, 美國의 對北정책 강경선회와 南韓 내의 자유주의적인 언론 및 다수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쳐 현재로서는 그같은 꿈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러나 親北 세력의 활동은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이 억제하기 힘든 운동원리 위에 올라탔으며, 필요하면 지하로 들어가서라도 「500만 혁명역량」 구축에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