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 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과제 대공황 이후 어려워진 미국경제를 살린 것은 뉴딜정책과 곧 이어 터진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엄청난 군수물자를 생산, 판매하면서 미국경제는 되살아났고 특히 유럽에 대한 군수물자를 전시에 금으로 결제하게 되면서 미국의 금 보유량이 전 세계의 70%를 넘는 쾌거를 이루었다. 미국은 여세를 몰아 달러를 언제든지 금으로 바꿀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토대로 전 세계가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브레튼우즈 시스템을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패권을 상징하는 ‘팍스 아메리카나’와 함께 미국 달러가 세계를 지배하는 ‘팍스 달러리움’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얼마 후 위기를 맞는다. 월남전 때 미국이 단독으로 엄청난 전비 지출을 함에 따라 달러가 남발되고 그로 인해 달러에 실망한 다른 나라들이 금을 사들이면서 달러를 팔아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결국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금태환 보장의 약속을 철회하고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면서 이 위기를 넘겼다. 달러는 미국이 발행하는 화폐이고 미국은 금의 보유와 상관없이 필요한 만큼 달러를 발행할 수가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는데도 미국이 외환위기를 당하지 않는 것은 바로 미국이 발행하는 화폐를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폐는 곧 신용에 근거하고 있다. 신용이 무너지면 화폐제도는 붕괴된다.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세계 경제 환경이 매우 불안해지고 있다. 중국발 스태그플레이션도 문제지만 역시 가장 큰 것은 서브프라임 위기와 함께 고조되고 있는 달러에 대한 신뢰 위기다. 물론 1980년대의 남미 외채위기도 있었고 1990년대 동남아시아 외환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위기는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발생했고, 미국은 그때마다 위기를 극복하는 소방수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는 다르다. 소방서 자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화재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우선 세계 최고라 자랑하는 씨티은행이 힘들어지고 투자은행의 대명사인 메릴린치가 휘청거릴 정도다. 그러다보니 위기 극복에 필요한 뉴머니가 아랍계 국가의 오일머니와 수출로 번 돈을 축적한 아시아의 국부펀드 쪽에서 공급되고 있다. 얼마 전 아부다비 투자청이 무려 75억달러를 씨티은행에 투입했고, 한국의 한국투자공사(KIC)도 20억달러를 메릴린치에 투입했다. 중국 국부펀드의 자금 투입이 지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의 위기와 이로 인한 달러의 신뢰 저하는 국제 금융시장의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이제 국제 금융시장에서 팍스 달러리움의 독주시대가 저물면서 팍스 유로리움과 동반된 다극화 체제가 등장하리라는 조심스러운 예상이 가능케 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우리가 보유한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달러화 표시 자산의 가치도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우선 뉴머니를 미국 금융기관에 투입, 지분을 사들이면서 위기 극복의 종자돈을 제공하여 달러 가치 저하 현상을 완화시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달러가 아닌 유로 표시 자산 등을 늘려나가되 고정수익증권보다는 주식 쪽으로, 그리고 금융자산보다는 금이나 곡물·자원·에너지 등 실물자산을 계속해서 취득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2월25일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 앞에 큰 과제가 놓였다. 우리 스스로 국제 금융시장의 판을 직접 짜지는 못해도 판의 흐름을 잘 보면서 현명하게 대처함으로써 위기 극복과 함께 찾아올 새로운 기회까지도 포착할 수 있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때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