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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 시: 역사적 해군기지 [Adm. Lee Sunsin City: The Historical Naval Base] ▲ 통영! 그곳은 내게는 인연도 없고 낯설고 잊혀진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그곳에서 며칠을 보내고 나서 받은 강렬한 인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문학가로 ‘토지’의 박경리, ‘깃발’의 유치환, 극작가 유치진, 음악가 윤이상, 이순신 제독과 ‘한산대첩’의 한산도, 당포성지, ‘귀신잡는 해병’의 진원지, 한려수도, 등 문화 예술이 있는가 하면, 역사가 있고, 불교가 있고, 뛰어난 경관과 아직까지도 문명의 혜택을 덜 받고 있는 어촌이 어울어져 있다. |
국내 최장 1,975m 길이의 미륵산 케이블카가 그곳. 통영관광개발공사가 개발 운영하고 있는 이 케이블카는 불교계, 환경단체, 정치인들의 끈질긴 반대에 부딛혀 수 년간 공사가 중단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2008년 4월 완공하였다. 기대와 우려 속에 개통 첫해인 2008년 누적 탑승객이 59만명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일년에 120만 명의 이용객을 유치하므로써 통영의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통영시가 일년 동안 거둬들인 세수와 맞먹는 1,2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지주를 1개만 설치하고, 사람들이 왕래하고 머무는 모든 구간에 나무 데크를 설치해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각 전망대마다 조망 목표물 (박경리 묘소, 한산대첩의 바다, 통영 상륙작전, 당포해전, 등)에 대한 문화적 역사적 설명이 적힌 표지판들이었다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익진(鶴翼陣) 전법’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표지판이나 에니메이션 LED가 그곳에 없었던 것이다. 이 케이블카는 예비역 육군중령출신(육사32기) 최고경영자인 신경철씨의 집념의 결실이라고 한다. 친환경 공법에 의한 개발, 안전제일의 운행, 전국 7천여 명의 고속버스 운전기사들에게 까지 일일이 홍보한 적극적인 마케팅,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한 콘텐츠 기획, 등 맞춤형 경영전략과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이다. 통영은 역사 문화 종교 자연 등의 관광자원이 매우 풍부하고, 인접 거제도에 글로벌 대형 조선소가 두 개나 있고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는 거가대교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이 2시간 거리에 있는 것도 관광 발전에 아주 유리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통영시의 정체성(Identity)이 매우 혼란스럽고 호소력이 없다. 조선 선조조 때 ‘삼도수군 통제영’을 이곳 한산도에 설치한 데서 ‘통영’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데, 이것은 분명 역사적인 군사도시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한산섬을 비롯한 주위의 많은 섬과 바다가 이순신 제독의 발자취가 스며든 곳들이다. |
이순신 제독은 천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영웅으로 적국 일본에서까지 군신(軍神)으로 추앙받는 우리나라 최고의 영웅인데, 그 거룩한 이름이 사용된 곳이라고는 별로 볼품없는 ‘이순신 광장’과 ‘이순신 공원’ 정도가 전부이다. 도시 이름을 ‘아름다운 섬과 통제영 300년 역사를 가진 바다의 땅, 통영’ 대신, ‘이순신 시: 역사적 해군기지(The City of Lee Sunsin: The Historical Naval Base)로 고쳐부르면 어떨까? 이 도시의 정체성과도 어울리고 국제적으로도 훨씬 통영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리라 여겨진다. 도시의 정체성이 뚜렷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을 들어 보겠다. 파리는 예술의 도시, 칸은 영화제와 휴양의 도시, 비엔나는 음악의 도시, 로마는 역사유적의 도시, 독일 하이델베르크는 고성(古城)과 대학의 도시, 뮨헨은 ‘Oktoberfest’(맥주 축제)의 도시, 라스베가스는 도박과 유흥의 도시, 등등..... 한 도시의 정체성(Identity)은 한 기업의 사시(社是: Corporate mission)와 같아서 그 도시의 가치관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향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업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독일 뮨헨의 경우을 들어보자. 뮨헨은 중세 700년 동안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이었다. 16세기 이후에 번성하던 르네상스 양식의 문화유적과 역사와 전통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2차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으로 80% 이상이 파괴되었던 것을 1950년 대부터 재건하였는데, 역사적인 건물들은 원형대로 복원하고 나머지는 시 조례에 따라 20m 이상의 건물을 짓지 못하게 제한하여 도시 전체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띄운다. 새 시청청사는 네오 고딕풍으로 지어 고풍스러운 멋을 더했다. 그리고, 200여 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맥주축제 ‘Oktoberfest’가 매년 9월말~10월초에 이곳에서 열린다. 이 맥주 축제 때 펼치는 시가지 퍼레이드에는 독일 각 주와 주변국가(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폴란드)의 대표들 9,000여 명이 고유의 전통의상을 입고 행진하는데, 전 세계에서 700여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1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3대축제로는 이 ‘Oktoberfest’와 함께 브라질의 ‘리우 카르나발’(삼바 축제)과 일본의 ‘삿포로 눈축제’가 있다. ▲다음은 관광 명소들(Tour attractions)의 명칭이 매우 평범하여 호소력이 없다. ‘한산대첩 전망대’에는 ‘학익진의 바다(The Naval Site of Hakikjin Tactic)’라는 부제를 붙이고, ‘해병 통영상륙작전’은 ‘귀신잡는 해병의 진원지(The Home of Ghost-Catching Marines)’로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를 ‘이순신 제독의 거북선 발자취(Admiral Lee Sunsin"s Gobukseon Trail)’로 명칭을 변경하면 어떨까? |
뿐만이 아니다. 현재는 각각의 관광 명소가 외딴 섬들처럼 떨어져 유기적이지 못하고 상호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륵섬 관광특구 내에 있는 ‘충무 마리나 리조트’에 수십 척의 요트들이 즐비하였지만, 개중에는 부서진 채로 버려진 것들도 있었고 정작 이용객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삼칭이해안길’이 미륵섬 바닷가를 따라 잘 정비되어 있으나 이용객은 콘도 숙박자들만인 것 같았다. 이 길을 연장하여 케이블카 탑승지역까지 연결한다면 더욱 많은 트레킹 객들이 와서 즐길 것 같다. 또, 한산대첩축제 때, 학익진 전법을 견내량 해상에서 실연하여 미륵산 등지에서 볼 수 있도록 시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57억 년 후에 온다는 미래의 부처, 미륵보살(Maitreya)이 그곳으로 온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여 미륵산과 미륵섬이라 부른다고 했다. 그래서 그곳엔 미륵보살과 연관이 있는 도솔사도 있고 용화산과 용화사도 있으나, 정작 미륵보살상은 보이지 않는다. 미륵섬 어느 곳에 미륵보살상을 세워 더 많은 불교도들의 발원행사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요즘의 관광 추세는 보는 관광에서 체험과 참여의 관광으로 바뀌고 있다는 데 착안할 필요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