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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중이던 박왕자(여·53)씨가 지난 11일 피살될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이인복(23·경북대 사학과 2학년)씨는 “‘땅! 땅’하는 2발의 총성소리와 함께 ‘아~악’하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계산동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이씨는 “11일 새벽 어슴프레하게 날이 밝아올 때쯤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해안가에 앉아 있는데, 아래 위 검은색 옷을 입고 머리에 흰색 천을 덮어쓴 한 여성이 내 앞을 지나 북쪽으로 걸어 갔으며, 10∼15분 뒤쯤 5∼10초 간격으로 2발의 총성과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며 “총소리가 메아리 쳐 바닷가를 울렸기 때문에 미사일 소리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북쪽에서 무슨 일이 생겼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다”는 그는 “잠시 뒤 녹색팬스가 있는 쪽으로 가 팬스와 바다사이를 이어놓은 1.5m가량 높이의 둑에 올라서보니 약 200∼300m거리에 한 여자가 쓰러져 있었고, (북한군 초소가 있었는지는 나중에 알았지만 초소 뒤편)산 쪽에서 북한군 3명이 뛰어와 쓰러진 사람을 손으로 건드리며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녹색팬스를 넘으면 안 된다는 설명을 듣거나 안내판, 경고판 등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좀 더 가까이 가보고 싶었으나 모래 둑 앞에 실개천(민물이 내려와 생긴 물골)이 있고, 북한군이 왔다갔다하길래 더 다가가지 못했다”면서 “총성이 들리기 전 북한 고성읍 마을 쪽에서 선전방송 같은 확성기소리가 들렸지만 이도 무신경하게 있어서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대구통일교육협의회’가 주최한 ‘2008 금강산 대학생 생명평화캠프’에 참가해 사건 현장에서 300∼350여m 떨어져 있는 금강산 해변숙소(현대측에서 해수욕장에 마련해 놓은 야영텐트)에 묵고 있었다. 지난 10일 밤 9시45분쯤 40여명의 일행과 함께 장기자랑 등 행사를 마친 뒤 나머지 일행들은 숙소 안에 들어갔지만 이씨는 산책도 하고 일출 사진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바닷가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는 “중간 중간 해안가를 거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총성이 들리던 시각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 관광객이 피살됐다고는 생각지도 않았고, 이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뒤에서야 내가 목격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행사 주최측의 김두현(40)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은 “11일 오후 3시쯤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와 사건 소식을 알게 됐고,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목격한 이인복씨를 비롯해 총성을 들은 사람이 몇 명 있었다”면서 “당시 상황이 언론에 잘못 알려지고 있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목격자가 있다는 사실을 현대아산측에 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