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역사인식" 물을 차례 통합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문재인 후보는 말했다. 세계적인 양극화의 심화는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의 산물이라고. 그런가? 그렇다면 예컨대 유럽이 시장 "만능"과 성장 "지상"으로 갔었단 말인가? 재정파탄에 이른 그리스, 위기에 몰린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세입(歲入)을 넘는 지출(支出)" 때문에 휘청거리는 측면은 없는가? 살기 힘든 사람들이 생기는 원인은 (자본주의적) 시장주의와 (사회주의적) 국가주도가 번갈아 만들곤 했다. 시장의 실패만 있는 게 아니라 국가의 실패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패의 탓을 어느 한 쪽(시장)으로만 몰고 갈 일이 아니다. 시장을 폐지한 공산주의는 그러면 왜 망했는가? 시장보다 국가에 방점을 두었던 지난날의 영국 병(病)은 그러면 왜 생겼는가? "우리 경제는 개발독재와 정경유착으로...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 안팎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역사에는 가정(假定)이란 있을 수 없다. 국민소득 80 달러의 최빈국 시절에 완벽한 민주주의, 경제발전, "경제민주화", 통일추구를 동시에 하자고 했던 문재인 후보의 선배 멘토들의 가설(假說)처럼 됐으면야 금상첨화(錦上添花)였겠지만, 어쨌든 그런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안 하고 이렇게 했더라면 지금 이런 어려움은 없었을 터인데..." 하는 뉘앙스는 부질없다. 가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늘의 어려움은 개발독재 아닌 민주화 시대에 생긴 것이다. 매사 먼 과거에만 책임을 돌리기로 한다면 단군(檀君)인들 완전무결할 수 있었을까?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되었다, 그래서 나쁘다는 뜻인 모양인데, 문재인 후보가 말한 "미일 편향외교 아닌 것" 즉 친중(親中) 외교를 하면 할수록 우리 경제의 중국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터인데 그것은 어떻게 할 작정인가? 그리고 대외의존(실은 국제협력이다) 제로인 북의 경제는 그러면 왜 그렇게 폭삭 망했는가? 문재인 후보는 이런 "시장 탓" "자본주의 탓" "먼 과거 탓"을 한 끝에 그래서 자신은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의 역사 위에 서있다"고 했다. 이승만 박정희가 빠진 김대중 노무현만의 사관(史觀)인 셈이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는 건국, 6. 25 남침 격퇴, 산업화 시대였다. 반면에 권위주의 시대였다. 자연히 공 (功)과 과(過)가 겹친 시대였다. 인류역사 자체가 그 둘의 교차다. 그래서 공은 계승, 발전시키고 과는 시정, 극복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때는 과가 없었나? 친인척 비리도 측근 비리도 없었나? 그리고 "(대한민국 현대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였다"고 한 "노무현 역사관"을 "문재인 대통령"은 계승할 작정인가, 시정할 작정인가? 운동권 대통령을 넘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면 문재인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을 존경하더라도 그 이전의 우리 현대사의 공의 부분도 허심탄회하게 인정할 알아야 한다. 그게 문재인 후보가 그렇게도 강조한 상생, 소통 아닐까?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