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플남 은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모두 석상처럼 굳어져서 말 그대로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텁석부리는 바로 지척에 앉아 있었는데도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머리를 든 윤의충이 옆쪽에 선 여자를 바라보았다 네 서방을 이리 데려오너라 하였지만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제 눈앞에서 끔책한 꼴들을 본 때문인지 이를 악물었지만 잇사이에서 콩 뒤기는 소리만 냈다그러자 안쪽 나무문이 열리더니 사내가 들어겼다 여전히 허청거 렸지만 두 눈이 들혀 있었다 문틈으로 모두 본 것이다 관어른 관신이시어 다가온 사내가 윤의충의 앞에 털썩 무릎을 끊었다 건실께 축원을 드립니다 이제야 내려와 주셨습니다 그려 그가 두 손을 모으더니 땅바닥에 이마를 대었다 부디 저 악독한 연놈들을 쳐죽여 주옵시오 저것들은 마을 사 람 여럿을 죽였습니다 관운장은 관신으로 한인들이 받드는 신이 되어 있었다 그는 윤의충을 관신의 화신으로 믿는 모양이었다 머리를 든 사내가 이제 울부펄었다 관신이시어 그리고 저년을 죽여 주옵시오 이 화적놈과 눈이 맞아 멀정한 제 서방 앞에서 벌거벗고 음사를 벌이는 년입니다 그 순간 윤의충은 옆쪽 텁석부리가 조금 어깨를 쳐든 것을 보 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텁석부리는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면서 윤 의충의 머리에 칼을 날렸다 실로 및발처럼 빠른 동작이었다134 대 영웅 베었다 허공에 뜬 팀석부리가 환희에 찬 소리를 질렸다 윤의충의 목이 꺼덕 젖혀겼던 것이다 아악 다음 순간 온몸의 털을 곤두세운 팀석부리가 외마디 비명을 질 렸다 자신의 하반신이 허전했고 바닥에 떨어져 땅을 밟아야 할 두 발 대신 몸통이 부딪쳤기 때문이었다 이제 윤의충은 일어서 있었다 한 손에는 피묻은 검을 빼들고 있다 하반신이 잘려진 텁석부리가 넘어지자 다른 세 명이 일제히 범벼 들었지만 이합도 안되어서 화적단은 시체가 되었다 몸을 세 운 윤의충이 주막 주인을 돌아보았다 차가운 시선이었다 낀그곳에 검이 여러 개 있다 그가 턱으로 땅바닥을 가리켰다 사내라면 점을 들고 네 스스로 베어라 외진 한족 마을을 떠난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잘 먹이고 푹 쉬었으므로 말은 기운을 냈다 정월이었지만 모처림 햇살에 온기가 느껴지는 날씨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