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27일 유엔사와 북측 간 정전협정이 맺어졌다. 그로부터 56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한반도에는 긴장이 팽팽하기만 하다. 정전협정을 맺은 바로 그 다음날인 28일 정전협정에 따른 군사정전위원회 첫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 이후로 유엔사와 북한 측 간 오늘까지 459차에 걸쳐 군정위 회담이 열렸다.
북한군의 남침이래 1,129일간의 그 길고도 참혹했던 6·25전쟁은 정전체제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닌 잠시 정지하고 있는, 아직도 전쟁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의 안보현실은 6.25 당시와 대비하여 나아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재래장비면에서는 우세하지만 북핵과 미사일, 그리고 화생무기를 고려하면 북한에 열세다. 뿐만아니라,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의 대북 햇볕정책으로 우리국민들의 안보의식 또한 6.25이전보다 오히려 더 무감각하다.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적 정파전쟁은 해방정국의 좌우대립을 연상케 하고 있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요 당사자인 우리가 6.25와 휴전을 잊고 있는 사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을 지정 발표하여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백악관 포고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휴전 협정이 체결되고 56년이 흐른 뒤에도, 미국인들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하고 있다"고 밝히고 "모든 미국인이 고귀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감사를 표시하는 적절한 행사와 활동으로 27일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을 지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53년 7월 27일 6.25 전쟁이 휴전된 이래 처음으로 미 연방정부가 휴전일과 관련된 공식행사를 개최하며 미국 전역에 성조기가 조기로 게양되어 휘날리게 되었다. 이는 미국 내에서는 미 현충일에 이어 두 번째로 조기를 다는 기념일이 되었다.
이에 반해 56간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참으로 괴롭고 부끄러울 뿐이다. 참전세대의 처우도 그렇고 전후세대들의 안보의식도 날이 갈 수록 잊혀진 전쟁으로 자리하고 있다.
잊혀져 가는 전쟁 6.25. 그 전쟁의 정전협정을 다시한번 되 돌아 보자. 그 당시 군 최고사령관인 클라크(대장) 유엔군사령관과 김일성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팽덕회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이 서명한 협정이다.
이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정전위원회·중립국감독위원회·중립국송환위원회가 설치됐다. 포로송환에 관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립국송환위는 포로송환 문제가 해결된 이후 54년 2월 1일 해체됐다. 지금은 군사정전위와 중립국감독위만이 활동하고 있다.
'군사정전위원회'의 어제와 오늘
이 중에서도 군정위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정전협정체제를 운영·유지하는 실질적인 기구로 존재하고 있다. 군정위는 정전협정 조인 이후에도 쌍방 사령관을 대신해 모두 30개 항목에 합의해 정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전협정에 명시된 군정위 주요 임무는 정전협정 이행 감독과 정전협정 위반 사건 협의·처리, 군정위 본회의와 기타 회의 주관, 정전협정의 수정과 증보에 대한 건의, 필요한 절차와 규정도 채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포로와 유해송환 업무 처리, 공동감시소조 운용, 쌍방 최고사령관 간 대화통로도 유지한다.
한반도 상황 변화에 따라 현재 군정위는 기존 명시된 임무에 더해 추가적으로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북한군과 회담이 필요한 사안이 생기면 회담을 하고 있으며, 유엔사 관할 지역에서 운용되는 아군 GP·OP를 점검하고 있다. 월경방지용 표식물 관리실태 점검과 함께 남북한 교류를 위해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인원·물자에 대한 통행 승인도 맡고 있다.
유엔사 15개 회원국과 중감위 국가인 스위스·스웨덴·폴란드를 대상으로 군사외교 활동도 펼친다. 판문점 견학업무를 지원하고 판문점 지역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 관리도 하고 있다. 육상·해상·공중을 통해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 온 북한군에 대한 정전협정 위반 여부 조사와 귀환의사 확인도 하고 있다.
북한군 정전협정 위반 42만5000건 넘어
56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군정위의 역할과 임무, 위상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91년 한국군 장성을 유엔사 측 군정위 수석대표로 임명한 것. 이를 빌미로 북한군은 정전체제 자체를 무력화시켜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유도하기 위해 94년 일방적으로 공산군 측 군정위를 해체하고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했다.
군정위를 해체해 중국인민군 대표를 내보냈으며 공산 측에서 활동하던 중감위 대표도 95년 축출했다. 96년 외교부 성명을 통해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에서의 임무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군정위 본회담은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유엔사 측 군정위 비서장과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와 대령급 회담을 통해 주요 현안을 해결하고 있다.
기존의 군정위 회담은 유엔사와 북한군 장성급 회담으로 대체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6일 열렸으며, 지금까지 16차례 개최됐다. 군정위는 정전협정 위반 사건이 생길 때마다 대화를 통해 사건 확대를 방지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출발당시의 군정위와는 달리 그 권위와 임무가 약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안정과 평화 상태로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실효성 있는 기구로 살아 있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한군은 42만5000여 차례에 걸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 그때마다 군정위는 그 위반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는 한미연합사라는 강력한 힘의 뒷받침으로 가능했다.
북한군과 회담 때나 정전체제 유지를 위한 활동 때는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이 함께 활동하며 유엔사가 건제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군의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 지난 2차 연평해전 때는 북한군들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강력 항의했다. 침몰된 우리 해군의 참수리호를 인양하는 작전에 유엔사 회원국 대표와 중감위 대표들이 현장을 지켰다.
북한군의 추가적인 도발 행위를 방지하고 인양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왔다. 유엔사와 군정위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북한군의 수많은 도발행위가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기여해 왔다.
지난 56년간 북한이 저지른 주요 정전협정 위반과 군사정전위 무력화 시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북한군 주요 정전협정 위반
- 판문점 도끼만행(1976. 8. 18)
- 남침용 땅굴 4개(1974~1990)
- 동해안 잠수함 침투(1996. 9. 18)
- 판문점 총격(1984. 11. 23)
- 대성동 주민 강제납치(1997. 10. 17)
- 연평해전(1차:1999. 6. 7~15, 2차:2002. 6. 27~29)
■ 북한군 군사정전위 무력화 시도
- 한국군 장성 수석대표 신임장 거부, 군정위 본회의 거부(1991. 3. 25)
- 중립국감독위원회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 축출(1993. 4. 3)
- 북한측 대표단 군정위 해체, 평화보장체제협상 미북 회담 제의(1994. 4. 28)
-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임명, 대표 이찬복 상장(1994. 5. 24)
- 군정위 중국 대표단 베이징으로 축출(1994. 12. 15)
- 중감위 폴란드 대표단 축출(1995. 2. 28)
- 군사분계선·비무장지대 유지 관리의무 포기 선언(1996. 4. 4)
- 이찬복 상장 유엔사 역할 중단 요청 서한 전달(2001. 9~10)
- 정전협정 의무이행 포기 표명(2003. 2. 17)
- 비무장지대 기관총 오발 조치, 유엔사·군정위 무시(2003. 5. 26)
- 유엔·유엔사 회원국에 유엔사 해체 주장 서한 발송(2004. 7. 30)
-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 명의 ‘유엔사 해체’ 요구(2004. 9. 16)
- 유엔대표부·판문점 대표부, 유엔사 해체 성명 발표(2005~2006)
2012년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시 '군정위' 위상 우려..대비책 서둘러야
이처럼 북한은 지난 59년전 대남적화를 기도하고 휴전 56년간에도 끝없는 도발과 불법을 자행해 왔다. 북한의 노동당규약과 헌법에는 아직도 궁극적 목표를 '대남적화'에 두고 있다. 그들은 결코 대남적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남한사회의 대북경계를 허물어 뜨리고는 그 이면에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여 남한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작금의 현실을 고려할 때 2012년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은 다시한번 재고되어야 한다.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안보상황을 고려한다는 의미는 포함되었으나 최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19일 K-TV와의 정책대담에서 "2012. 4.17일에 전작권 전환을 계획되로 추진해도 한미연합방위는 약화되지 않는다" 발언했다. 이는 실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가져오고 그에 따른 유엔사 군사정전위 위상이 크게 약화되거나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것이 군 원로들이나 군사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유엔사는 한미연합사가 있음으로 기능발휘가 제대로 될 수 있으며 한미연합사 없는 한국 방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 하다.
한국전 재발시 연합사가 존재하고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다. 그것은 바로 한미연합사가 존재하면 미국의 즉각적인 자동개입이 이뤄 질 수 있지만 만약 연합사가 없다면 미 본토 미군의 추가 파병은 미국 상하원의 한국전 참전 결의가 필수적이며 시간적으로도 즉각적인 개입 또한 불가능하다. 사안이 이런데도 현직 국방장관은 어찌하여 "전작권이 전환되어도 연합방어는 약화되지 않는다"고 국민을 기만하는가.
정부당국은 56년간의 휴전협정 기간 중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정전협정 위반사례의 교훈을 되새겨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조정하는 문제를 국방개혁 2020에 명문화 하는 등 국민들의 불안을 하루빨리 해소해 주기를 기대한다.(Konas)
권재찬(코나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