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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토론자 이민우 박사

  • No : 69613
  • 작성자 : 편집자
  • 작성일 : 2012-12-09 11:33:44
  • 조회수 : 2268
  • 추천수 : 0

<논평문>

 

재원 김덕수 법사님,「영규대사와 팔백의승군-금산벌전투 중심으로-」

이민원(동아역사연구소/소장)

 

먼저, 제가 부득이 학술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이렇게 서면으로 논평문을 작성해 올리게 된 점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외 귀빈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아울러 영규대사와 팔백의승군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훌륭한 문제를 제기해 주신 재원 김덕수 법사님께서 이 글을 통해 저를 크게 깨우쳐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한국사를 전공하고 있지만, 주로 100여년 전의 한국사와 대한제국의 국제관계를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임진왜란에 대해서는 많이 공부를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공부하고 자란 청주의 중앙공원에는 영규대사, 조헌, 박춘무 세 분의 전장기적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늘 보아왔던 터라 글을 읽으면서 감회가 매우 새로웠습니다.

추후 영규대사와 의승군의 역사에 대해 더 큰 가르침의 기회가 있기를 고대하면서 법사님의 글에 대한 저의 소견을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1. 법사님의 발표는 임진왜란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하에 의승군을 일으켜 큰 공을 세우고 순국하신 영규대사, 그리고 팔백의승군에 관한 것입니다. 법사님께서 밝히셨듯이 기허당 영규대사는 왜군이 점령하고 있던 청주성을 탈환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고, 이후 팔백 의승군을 이끌고 금산전투에 참전하였다가 중과부적으로 조헌 의병장이 이끌던 7백의병, 그리고 자신이 이끌던 휘하의 팔백의승군과 함께 전사한 분입니다.

영규대사의 최후에 대해서는 금산벌 전투 현장에서 전사했다는 설과 전투현장에서 부상을 입고 혼절했다가 충남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까지 이르러 숨을 거두었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이중 후자의 논거를 뒷받침해 주는 단서 하나가 계룡면사무소 앞에 세워진 영규대사의 작은공적비입니다. 저로서는 이중 어느 설이 더 정확한 것인지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재원 법사님의 말씀처럼 영규대사께서 어디서 임종하셨든 국가가 외적의 침략으로 인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의승군을 이끌고 나서서 공을 세우고, 이어 승리를 기약할 수 없는 불리한 전투임을 알고도 적과 대항해 전투를 하다가 휘하의 팔백 승병들과 함께 순국하셨다는 점입니다. 이 점 변함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2. 이상의 내용은 그동안 학계 여러 선학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밝혀져 왔고, 대체로 관심 있는 일반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내용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법사님께서 저와 다른 학자들의 생각에 도움을 주신 점은 이상의 사실을 놓고 그 이후에 전개된 역사 인식과 현실에 대해 새롭게 문제를 제기하신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은 본문의 내용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지만, 특히 이 글의 서언과 결어에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법사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조선조는 유교가 극성한 사회였습니다. 유교 덕분에 나라가 흥한 점도 있지만, 나라가 문약(文弱)에 흘러 임진왜란과 같은 난리를 만나고도 근대에 와서는 나라가 망하기도 했습니다. 유교와 문관이 독주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까, 농경을 기반으로 한 유교사회 윤리가 동방예의지국의 미풍양속을 낳은 장점도 물론 있지만, 반면에 소홀히 한 점도 있었습니다. 가령 무관을 천시하고, 불교를 배척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술을 천시하였습니다. 세종 같은 임금과 이이 같은 학자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국모시해’에 대한 울분으로 일본밀정을 살해하고 승려가 되어 마곡사 등지를 전전하셨던 김구 선생까지도 “유전천세 불천세, 아역일반 군일반”이라 시를 지어 사찰에 와서 방자하게 구는 시골 유생들에게 항변하였겠습니까?

3. 그동안 진행해 왔듯이 조헌 의병장과 칠백의총은 마땅히 그 뜻을 기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같은 공을 세우고 순국한 영규대사와 휘하 팔백의승군의 존재에 대해서는 부지불식간에 그 뜻을 기리는데 소홀히 해 온 점이 없지 않습니다. 왜 그러했는지는 법사님의 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조선조를 연구하는 일반 학자들이 그동안 간과해 오거나 혹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용기있는 지적을 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이 이 글의 기여라 생각합니다. 장차 영규대사와 의승군 관련 사실이 재조명되고 그 뜻이 널리 기려지기를 기대합니다.

4. 끝으로 한 가지, 일본과 비교해 볼 때 나타나는 학자들과 승려들의 의식 차이에 관한 질문입니다. 임진왜란 전후 일본의 승려들이 한반도를 비밀리에 정탐하여 일본의 작전과 군사 활동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일본군의 침략에 조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국가 입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조선의 문물을 흡수해 일본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이에 비해 조선의 승려들이 의병을 일으켜 국토 방어에 헌신한 그 정신은 훌륭합니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일본의 승려들은 적극적, 도전적이고 조선의 승려들은 방어적, 피동적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주로 깊은 산사에서 활동하는 것도 그중 한 현상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 비교하기 어렵지만, 호국불교 입장에서 보면, 평시 국가관과 유비무환의 태세 등은 승려, 학자, 군 모두가 지녀야할 한 부분 아닌지요? 현재 불교계와 대한민국의 관계는 국방과 안보 면에서 어떤 수준에 와 있는지 궁금합니다. 흔히 “국가가 있고서야 종교도 학문도 있다고 합니다.” 이점 어떻게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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