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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도에게 드리는 공개서한 -제1신-

  • No : 67691
  • 작성자 : 뉴스관리자
  • 작성일 : 2008-07-10 14:34:29
  • 조회수 : 1593
  • 추천수 : 0

 

           불교도에게 드리는 공개서한 -제1신-



                                                덕산 원두 (불교교단사 연구소)



 불교도 여러분! 최근 전개되고 있는 촛불시국과 불교도의 동참을 지켜보며 90년대 불교계의 불행한 사태가 떠올랐습니다. 참으로 나라의 장래와 함께 불교계가 지극히 염려스럽습니다. 천주교 사제단과 일부 기독교계에 이어 승려와 불교신자들이 길거리 촛불행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계의 촛불시위 동참은 불교계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3개의 종교단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성직자(승려)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촛불시위가 국가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감안할 때 불교도의 촛불시국 동참에 대한 불교계의 범종단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계 내외의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닥쳐 올 촛불시국과 같은 대림과 갈등에 불제자답게 의연히 대처한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에 본인이 외람되게 촛불시국과 불교도의 동참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불교도에 있어서 쟁사(諍事) 해결에 임하는 기본자세입니다. 오늘의 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각자의 견해와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촛불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싼 일부 국민과 정부간, 국민과 국민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정치 문제화 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불교도의 입장에서 촛불시국과 같은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 보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입니다. 불교도가 분쟁 내지 쟁사에 임할 때 취해야 할 기본자세는 멸쟁법(滅諍法, adhikaraṇasamathā dhammā)의������멸쟁������이라는 용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멸쟁의 원어인 아디까라나 사마타(adhikaraṇasamathā)는 일의 진정(鎭靜)이나 진중(鎭重) 등의 의미를 지닙니다. 즉, 승가에서 발생한 쟁사를 하루라도 빨리 진정시키기 위한 방법이 멸쟁법인데, 이 법에 따르면, 어떤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임석한 가운데 근대의 재판과 같은 해결의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계자 개개인들이 먼저 스스로 진정하고 일을 진정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교도라면 먼저 이와 같은 불교관에 입각하여, 당사자인 국가와 대책회의 간에 해결의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조언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점에서 불교도가 종교편향 등을 이유로 국기를 흔드는 분규와 대립의 와중에 뛰어 든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보장의 한계입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집회는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출발에서부터 정치적인 색채가 농후했습니다. 사제단이 촛불미사에 나서자 승려들이 이를 뒤따랐습니다. 출가 승려가 수지하는 계율 제정의 이유와 계목 제정의 배경 및 그 운용 절차 등을 통해 볼 때, 출가 승려의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이나 참여하는 것은 극도로 제한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헌법에 정교분리 원칙이 명시되어 있고, 종교의 자유는 국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에서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불교 법률과 국가 법률의 질서를 준수해야 할 출가 승려들이 정치 문제화하고 폭력 사태를 유발하고 있는 거리의 촛불시위에 나선 것은 내세운 명분과 관계없이 화합(samagga=共和)과 평화(santi=寂靜)를 특질로 하는 승가의 출가인 답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종교 전쟁과 종교 재판의 역사를 갖고 있는 기독교계 일각의 촛불정치는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불교도가 촛불정치와 분열된 국론의 한 쪽을 따라 나선 것은 우선 정교분리 원칙과 불교의 화합 정신에도 위배됩니다. 나아가 불교도가 촛불시위가 폭력을 유발하는 등 국법질서에 반하는 행사로 변질하고 있는 시점에 촛불시위에 동참하고 나선 것은 종교 자유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생각입니다.

      

  셋째, 불교도에게 있어 법과 정의의 문제입니다. 특히 정의구현 사제단의 촛불미사로 점화된 종교계의 촛불시위를 고려할 때, 불교 자체의 정의관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법은 언제나 정의와 함께 언급되지만, 양자 간에는 논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은 역사성을 지닌 정의의 유일한 표현 형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승려에게는 지켜야 할 세간법과 출세간법이 있고, 출세간법인 담마(dhamma)의 경우, 그 의미 가운데 하나인 덕(德)이 곧 정의(正義)와 선(善)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불교도가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는 먼저 석존의 법(dhamma)과 계율(śīla, vinaya), 즉 불타의 가르침에 의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교 내지 불교교단의 성쇠와 관련한 지난 불교사의 교훈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우리 불교도가 가장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8, 90년대 한국의 민주화 정국과 불교종단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살펴보는 것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8, 90년대 한국 민주화의 정국과 90년대 종단사태의 주역들이 조계종과 한국 불교계에 미친 악영향과 돌이킬 수 없는 상처는 불교도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실 줄 압니다. 특히 어느 외국의 스님은 불교가 망해가는 모습을 보려면 한국 승려들의 투쟁을 보라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외국의 한 유명 방송사 앵커(BBC)는 뉴스 시간에 조계종 승려들의 쟁사를 전하며 “그들은 불교교리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고 돈 때문에 싸우고 있습니다.”라고 해설하더라는 것입니다.     


  넷째,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가 투쟁과 전술의 도구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83년 9월 비상종단 출현의 배경이 된 전국청년불교도연합대회(83. 7. 17)는 ‘인지도자인지기(因地倒者 因地起=땅으로 인해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나라)’를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8, 90년대 민주화 세대는 민주, 민족, 자주, 민중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불교적 개념의 정의가 없었기에 퍽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4일 불교도 촛불시위는 ‘국민의 뜻이 부처의 뜻입니다’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거리 행진을 하였습니다. 또 다른 플래카드에는 한발 더 나아가������국민이 부처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다른 종교인들은 불교도들의 성직자(비구, 비구니) 동원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이 구호와 발상을 더 부러워했을지 모릅니다.『화엄경』에 설시된������심불급중생 삼무차별(心佛及衆生 三無差別)’이 말하듯, 불교는 마음(의식)에 따라 부처도 되고 중생도 된다는 점에서 마음 그 자체는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아, 이 셋이 차별이 없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생이 그대로 부처이고, 중생의 뜻이 그대로 부처님의 뜻이라고는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다. 만일 국민과 부처가 같고, 그 뜻이 다르지 않을 것 같으면 불교와 불교신앙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고 맙니다. 불교도의 촛불행사를 주도한 승려 여러분! 여러분은 이날 촛불행사에 불법승 삼보를 총 동원했습니다. 불법승 삼보는 불교도의 입신(入信) 최초의 요건이자, 공양․경배․존숭의 대상이며 귀의처(歸依處)이지 결코 투쟁과 전술의 도구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불교도 촛불시위를 주도한 승려 여러분! 여러분들은 불교적 가치와 질서를 지키려는 열의와 의무감보다는 참여와 투쟁을 위한 사명감에 불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다섯째, 촛불시위에 동참한 어린 승려들이 ‘촛불시국의 자초지종’을 알고 참석했느냐는 것입니다. 불교도의 촛불시위를 주도한 승려 여러분! 지난 7월 5일 촛불행사 때 신부, 정치인 등과 함께 느긋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며, 본인은 지난 7월 4일 가사와 장삼을 수한 어린 사미․사미니들이 동원돼서 길거리에서 절하는 모습이 떠올라 참으로 착잡한 심경이었습니다. 이미 정치 문제화한 촛불집회(시국법회)에 참석한 어린 사미․사미니들과 비구니 스님들이 '일의 근본'을 알고 자발적으로 참석했을까요. 만일 그 승려들이 일의 근본을 모르고 여러분의 구호와 조직적인 동원에 의해 일지반해(一知半解)로 참석했다면, 여러분은 분명 대중 집회에 관한 율장의 승가법을 크게 위배한 것입니다. 출가인의 대중 집회와 의사 결정에 관한 율장의 승가법 가운데는 다멱비니(多覓毘尼) 즉, 승가 다수결법이 있습니다. 승가 다수결법에는 ‘여법화합(如法和合)’을 비롯해 10원칙이 있고, 이 10원칙 가운데 하나가 참석 대중이 ‘일의 근본’을 알고 의사를 결정해야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지난날 승려대회 등 많은 불교도들의 대중 집회는 정서와 시체 말로 떼법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급속히 민주화되면서 모든 결정이 다수와 큰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어 왔습니다. 이는 법치를 수반하지 않은 한국 민주화의 커다란 병폐이자 나라와 민족의 장래와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혼란기 일수록 우리 불교도는 불교적 가치와 질서를 굳건히 지켜야한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입니다.    


여섯째, 칠불쇠퇴법(七不衰退法=治國의 七原則)의 내용을 차제에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석존께서 왕사성 영축산에 계실 때 부족국가인 밧지족이 실천하고 있던 일곱 가지 법을 칭찬하시며, 승가 역시 이 법들을 실천함으로써 영원히 번영할 것이라 가르치신 것입니다. 즉, 승가가 종종 회의를 열고, 회의에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한, 화합해서 모이고, 화합해서 행동하며, 화합해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한,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정하지 않고 이미 제정된 구법(舊法, 출가인의 계율)을 지키고 있는 한, 경험이 풍부하고 법랍이 높은 장로들이나 승가를 이끌어가는 자를 공경하고 대접하며,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출가 승려들이 미망(迷妄)의 생존을 일으키는 갈애(渴愛, taṇhā)가 일어나도 이에 지배되지 않는 한, 출가 승려들이 아란야(araņya, 寂靜處)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한, 출가 승려들이 각자������아직 오지 않은 선한 도반들이 오기를, 또 이미 온 선한 도반들을 쾌적하게 보내기를������이라고 마음을 집중하는 한 승가는 영원히 번영할 것이며 결코 쇠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칠불쇠퇴법에 근거하여, 오늘의 촛불시국에서 우리 불교도는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먼저 불교도라면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불교계의 일은 물론 국사에 관해서도 화합해서 모이고, 화합해서 행동하며, 화합해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합니다. 화합이야말로 불교도에게 있어 최상의 가치규범이자 질서규범입니다. 불교의 화합의 정의와 그 기본 원리를 중시했다면, 촛불시국은 물론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은 어느 정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미 제정된 국법과 종헌 상에 명시된 종단의 근본규범(계율)을 지키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국보법의 폐지를 위해 108배를 하는 그들이고 보면 어떤 명분으로든 국법질서를 뛰어넘으려고 했을 것입니다. 불교도에게는 지켜야 할 계율이 있고, 어떤 민주제도보다도 선진화한 불교법률의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만일 불교도의 촛불시위를 주도한 승려들이 불제자이자 한국 국민이라는 자각이 있었다면, 폭력을 유발하는 거리시위에 불교도들을 동참시키는 일은 많은 고뇌와 함께 주저케 했을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국가와 종단의 고로(古老=元老)를 존숭하며, 특히 승려들의 경우 미망(迷妄)의 생존(生存)을 일으키는 갈애(渴愛)가 일어나더라도 이에 지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촛불시위를 주도한 청화(조계종 교육원장) ․ 법안(승가회 : 대표) 등 그 자신들은 물론 그들이 출범시킨 현 종단은 그 반대쪽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승려들이 아란야(阿蘭若)에 머무르기를 바라며, 침착함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승려들이 적정처(寂靜處)에서 정진하기를 좋아하고, 각자 자각(自覺)해서 다른 선한 도반들의 평안을 기원하며 안정된 마음으로 머무르고자 싸띠(sati, 念)를 학립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승려들은 물론이거니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대부분의 승려들은 아마도 그 반대쪽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08. 7. 10



* 다음 제2 신은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에, 제3 신은 언론에, 마지막 제4 신은 재차     불교도에게 드리는 글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은     많은 지적과 함께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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