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 미국과는 ‘직(直)거래’를 시도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도(度)를 넘는 ‘위협성 비방’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른 바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의 일환이다. 성 김(Kim) 美국무부 한국과장에게 영변 核관련 자료를 넘기던 지난 8일, 북한은 한국에 대해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면 충돌은 일어나게 되고 그것은 다시 제3의 서해교전, 제2의 6·25전쟁으로 번지게 될 것”이라는 과격한 대남 선동 군사논평을 내보냈다. 논평 제목도 “이명박 역도의 군사적 대결소동 진상 폭로”이고, 지난 5일의 “역도, 자주통일” 운운하며, “남조선 인민들은 반역도당을 반대하는 투쟁에 떨쳐나서고 있다”는 선동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의 배경으로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이 정상화(正常化)의 길로 들어서서 북한 핵ㆍ인권 문제에 대해 원칙(原則)을 갖고 임함에 따라, 그들에게 득(得)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 한 원인이겠으나, 부시행정부의 대북 협상 ‘조급증’도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북한이 이번에 미국 측에 넘긴 核자료가 신뢰성 있는 것인지는 앞으로 검증을 받아 보아야 하고, 부시행정부도 철저한 검증을 다짐하고 있다. 1만 8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미국에 넘겼다는 사실은 일단 지리멸렬했던 북핵 6자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조차 부시행정부 대북 유화자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대북 核협상에서 ‘함정’이 있을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현재 부시행정부는 일단 영변 핵시설 자료 신고와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를 교환한 후 영변 원자로를 해체하고, 논란 중인 우라늄 농축과 시리아 핵 지원 문제 등은 앞으로 점차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紙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게 되면 북한이 24시간 안에 영변 5MW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기로 美北이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전세계 생중계까지 검토되고 있는 “냉각탑 폭파”는 북핵폐기를 위장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이끄는 국무부 동아태 국(局)의 검증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고, 공화당 의원들조차 북한-시리아 핵 지원을 문제 삼아 대북협상에 대한 반발기류가 강하다는 소식이다. 특히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은 힐 차관보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검증 전문가를 협상에서 배제시키고 있다며, 이는 북핵협상이 사기임이 드러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저널은 힐 차관보의 이러한 행동이 부처 간 협의절차를 우롱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연합뉴스, 2008.5.8) 존 볼턴 전 유엔대사도 8일(현지시간) 월 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부시의 북핵 포기’라는 글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확산 활동을 무시하고 핵동결 조치에만 집중하는 것은 치명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뉴시스, 2008.5.9) 특히 볼턴 전 대사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핵무기가 얼마나 있는지, 북한의 어마어마한 지하시설에 다른 플루토늄 시설은 없는지, 북한의 무기생산 능력은 어떠한지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대해 한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정책공조를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우리 정부의 정책 담당자도 현재 韓美 간에 정책 협의와 공조가 긴밀히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韓美 정책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11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거래로 한반도 주위문제를 해결하려는 통미봉남 전략에 의지하려 한다면 이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우리 정부가 “진정성 있는 남북대화를 위해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으며, 각종 제안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차제에 韓美 간 ‘조화와 병행의 원칙(Principle of harmony and parallel)’을 되새겨 보게 된다. 이는 韓美 간 어느 쪽도 일방적인 대북정책 추진을 자제하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양측이 같은 보조를 취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1990년대초 韓美공조의 한 원칙으로 제시됐었다. 우리의 대북정책 역사도 이제 반세기를 넘었다. 그만큼 수많은 남북대화와 대북전략ㆍ정책 사례(事例)가 축적돼 있어, 교훈을 얻어내기에 충분하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