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항수·홍콩 특파원 이번 주에 홍콩은 "코리안 주간"이었다. 월요일(6일)에는 한국국제학교에서 바자회가 열렸다. 화요일 밤에는 홍콩에서 유명한 "스타의 거리" 입구 야외 무대에서 한인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순식간에 가면을 바꿔가면서 춤을 추는 중국 전통의 변검과 한국의 사물놀이 등이 어우러져 흥이 오른 가운데 가수 겸 탤런트 장나라가 나오자 한국과 홍콩의 2000여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수요일 밤에는 홍콩의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샹그릴라에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홍콩 최고위직인 도널드 창(Tsang) 행정장관이 직접 축사를 하고 건배를 제의했다. 그 직후 한국영사관과 한인회가 준비한 300명 분량의 한식(韓食)을 홍콩에 사는 외국 귀빈들과 나눌 때, 무대 주변의 대형 모니터에는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가 압축된 영상이 흘렀다. 무역규모는 1948년 2억3000만 달러에서 작년 7283억 달러로 60년 만에 3100배나 늘었고, 국내총생산(GDP)은 첫 통계가 잡힌 1953년 13억 달러에서 작년 9699억 달러로 750배가 커졌다. 이어 한국 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면들이 나왔다. 외국 손님들은 "원더풀"을 연발했다. 그런데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교민들의 어깨는 한결같이 축 처져 있었다. 대부분 금융위기와 환율 폭등(원화 가치 하락) 때문에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숨지었다. 교민 A(47)씨는 "맥주 한잔만 하자"고 기자를 붙잡았다. 그는 오전에 홍콩 국경 너머에 있는 중국의 선전(深�)을 다녀왔다고 했다. 차 안에서 중국 방송을 듣다가 어느 순간 "한국에 가려다 미루셨던 분들은 지금 당장 한국으로 떠나세요"라는 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한다. 여성 출연자는 "연초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런민비(人民幣·인민폐) 가치는 10~15% 올랐고, 달러화에 대한 한국의 원화가치는 30~40% 내려 지금은 중국 돈 1위안에 200원을 오르내린다. 연초의 반값에 한국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은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한국 단풍도 가장 좋을 때다. 한국의 원화 가치가 회복되면 기회를 또 놓친다"고 권유했다. A씨는 "중국인 출연자의 말투가 한국을 조롱하거나 동정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고도 냉정하게 경제적으로만 설명하는 식이어서 더욱 맥이 풀리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말했다. 사실 돈이란 동전의 앞뒤처럼 양면성이 있다. 환율 폭등에 중국 유학생들은 오그라든 한국 돈 가치만큼 움츠릴 수밖에 없다. 원화 베이스로 월급을 받는 해외 주재원들도 마찬가지다. 환율이 회복되지 않으면 원화가치 하락만큼 한국 전체의 부(富)도 쪼그라든다. 반대로 한국으로 여행 가려는 중국 사람들, 외국에서 외화로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나 기업들에는 지금이 호기다. 저명한 중국계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셰(Andy Xie)씨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1997년과 1998년 아시아가 환란을 겪을 때 유럽과 미국은 아시아의 고통을 단물 삼아 호시절을 누렸다"면서 "그 당시 아시아의 고통은 금년과 내년 특히 미국의 고통이 될 것이다"고 예견했다. 그런데 최근의 금융위기는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을 더 괴롭히는 양상이다. 60년 만에 교역 규모가 3100배나 커졌다고 자랑했듯이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아 외부의 풍파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하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시련을 타국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