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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폭행을 하였나?

-고해의 운수 좋은 날-

 

바야흐로 한국의 성폭행은, 근절을 위해 온국민이 팔걷고 나선 형국의 규탄대상이요, 범죄가 되었다. 특히 소녀의 성폭행에 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백사를 제쳐놓고 해당 수사본부로 달려가 범인을 잡으라고 맹촉(猛促)하는 현실이어서 성폭행범은 물론, 성폭행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의 출동에 대해 겁을 먹어 범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 한다. 또 성폭행에 무관한 인사들조차 성폭행에 관해 관련설의 구설이 있을까, 매우 조심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나에게 성폭행을 했다고 성질을 내며 겁을 주는 미모의 젊은 여성이 생애 최초로 등장하여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대중외호(大衆外護)와 가람수호(伽藍守護)의 그릇이 못되는 무능력자이다. 예전에는 조계종의 작은 사암(寺庵)의 주지 노릇을 몇 군데 해보았다. 하지만, 공양주 월급을 줄 수 없는 가난한 절의 주지어서 대부분 나홀로 취사 노릇을 면치 못했다. 80년대 중반, 나는 주지감이 못된다는 것을 활연히 깨닫고 어설픈 주지노릇에 종지부를 찍었다. 혼자서 걸망메고 주유천하(周遊天下), 편답강산(遍踏江山)하는 것으로 남은 생을 살기로 작정했다. 나는 현재 치악산 기슭에 책짐을 풀어놓고 있지만, 나홀로 취사로 만족하면서, 서울에서 열리는 보수집회에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여 가끔씩 참여를 한다. 내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미모의 여성을 해후(邂逅)한 것도 보수집회 참석차 서울 나들이를 한 날이었다.

내가 보수우익 집회에 참석하고, 보수우익을 위한 어설픈 글을 써대는 것은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서가 아니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서이다. 30년전에 대한민국에 보수우익과 진보좌파가 어디 있었나? 자신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문민정부를 외치며, 자기 자식들은 부정뇌물로 떼부자를 만들면서, 남의 귀한 자식들은 정치투쟁으로 죽음의 구렁에 빠뜨리면서 대통령이 된 YS, DJ,와 그들의 후계자 노무현 정권이 집권 15년기간에 한국사회에 좌우대결시대의 문을 연 것이다. 한국불교에서 청춘을 바친 내가 불교가 존재할 수 있는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글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삭발위승(削髮爲僧)한 진짜 승려가 단 한명이 없는 북한정권을 위해 찬양가를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호주머니에는 먼지 뿐일세”의 무소유로 엄살을 떨지 않는다. 원주에서 서울간의 왕복 차비와 점심값, 청계천 헌책방에 들러 예전에 점찍어논 헌책 몇 권을 사들고 귀환 해야 겠다는 계획으로 서울 나들이를 했다. 동서울 터미널에 내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왕십리 지하철에서 전철을 기다릴 때였다. 나는 가끔씩 목에 가래가 막혀와서 가래약을 먹기도 하고, 때로는 크게 가래를 휴지에 뺕어낼 때가 있다. 그 때도 가래가 기도를 막았다. 우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같았다. 이때다 싶게 휴지를 꺼내 들고 큰소리로 가래를 뱉어 내었다. 그때였다. 등뒤에서 앙칼진 여성이 소리쳤다. 돌아보니 30대 후반의 여성이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왜 크게 기침을 하는 거예요? 기침 때문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아세요? 이것도 성폭행이에요. 아시겠어요?”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공공장소에서 성폭행을 하였다니. 대경실색(大驚失色)하여 여성을 건네 볼 뿐이었다.

여성은 화난 얼굴로 계속 다그쳤다.
“내가 임신을 했다면 놀라서 애 떨어질 뻔 했어요. 애가 떨어져서야 쓰겠어요? 네? 대답해보세요"
나는 침울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애떨어지면 안되지"
스님의 성폭행은 벌금이 36만원이에요. 아시겠어요? 그런 돈 있어요?”
나는 호주머니속의 기만원의 돈을 생각하며 난감했다. 속으로 이명박정부를 원망했다. 도대체 언제 무슨 법을 바꾸어 36만원인가?
여성이 다시 소리쳤다.
“오늘은 한 번 봐주겠어요. 사과하세요. 앞으론 조심하세요!”
나는 그녀 앞에서와 그녀가 당당히 전철을 타고 사라질 때까지 등뒤에, 합장하여 사과의 절을 했다. 그녀의 손에는 교보문고에서 책을 샀는가, 교보문고 봉투가 무겁게 보였다. 그녀의 눈은 독서를 너무 한듯 신경쇠약 증세가 비쳤다.

보수집회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 만세!”를 연호 하다보니 우울한 성폭행의 기억은 잠시 사라졌다. 종로 3가 쪽을 걸으니 안면이 있는 노숙자가 달려와 반색을 한다. 스님이 안보여 걱정했다는 인사를 했다. 결론은 아침도 점심도 굶었다는 것이다. 배고픈 중생을 위해 라면 값 몇 천원을 적선하라는 것이다.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자 일순 매복해있든 병사들이 닥치듯이 노숙자들이 달려와 손을 내밀었다. 돈을 주니 이번에는 노파 노숙자도 달려왔다. 헌책을 사들고 돌아가려면 돈을 다주면 안되는 것이다. 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노파 노숙자는 나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야이 뗑중놈아, 사람봐서 적선하냐? 나는 왜 안주어!” 아침, 점심을 굶었다는 배고픈 중생들은 라면값 받아 소주, 막걸리를 사들고 히죽이 웃어보였다.

노파의 욕설을 등뒤로 하여 도망치듯 빠져 나오는데, 선배 노스님을 길에서 만났다. “아침을 굶었네. 죽 한 그릇 보시하소” 죽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곳에는 선배의 동행인 할머니도 있었다. 죽 두그릇을 보시할 수 밖에 없었다. 전복죽이 5000원짜리 식사보다 고가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선배는 등을 치며 내게 말했다. “죽 고마웠네. 그런데 자네 얼굴이 부황이 난건가, 살찐 것인가? 너무 부었구먼. 건강조심 해야겠네. 죽기 전에 많이 붓는 것이라네. 돈이 있으면 죽기 전에 다 보시해버려. 알겠는가? 다 제행무상이야.”

아무도 보지 않는 호젓한 골목에서 호주머니의 돈을 꺼내 세어보니 헌책방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동서울에서 원주로 가는 버스비가 3천원이 부족했다. 동서울 터미널의 의자에서 힘없이 앉아 있는데, 저쪽의 의자에서 할머니와 손녀로 보이는 사이가 나를 보며 대화를 하는 듯 했다. 소녀가 할머니에게서 손에 사탕을 받아들고 나에게 달려왔다. 할머니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와 소녀의 의도를 알고 일순 웃었으나, 일순 걱정이 앞섰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소녀야, 내게 오지 말아줘. 구설수가 생기면 안되니까” 소녀는 내게 손바닥을 벌리라 했다.

소녀는 뜻밖에 손에 들고 온 사탕을 내게 주는 것이 아닌 제입안의 사탕을 내손바닥에 놓는 것이 아닌가. 사탕은 빨아 먹어서 작아져 있었다. 소녀는 나에게 새사탕을 주기는 아까웠든 것이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소녀를 탓하지 않았다. 몇 살이냐, 물으니 5살이라고 또렷이 말했다. 소녀는 제입의 사탕을 주고는 나에게 또박 또박 말했다.
“나 공주로 만들어 줘요.”
마법사가 조화를 부리는 드라마를 많이 본 것같았다. 내가 거절하고 나무라면 소녀는 울것 같았다. 나는 소녀에게 공주같은 인생이 될 것이라며, 축복해주고, 소녀가 떠나자 손안에 소녀가 빨아 먹다 보시한 사탕은 휴지통에 버렸다.

하늘이 어두워왔다. 눈이나 비가 쏟아질 것같았다. 인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주의 진리라는 무상정각을 해도 죽음은 피할 수 없고, 진리를 전혀 모르는 박지범부(薄志凡夫)도 죽는다. 왔다(生), 가는 것(死)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 영원한 삶은 과연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인류가 인정하는 사대성인(四大聖人)도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후인들이 영원한 생명을 살고 있다고 강변하는 것 뿐이다. 또, 나라와 민족, 불교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두눈을 감고 혼곤히 잠들었다. 차비부족으로 원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걱정도 하지 않았다. 터미널 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얼마나 졸았을까? 누군가 나를 깨웠다. 눈을 뜨니 구척장신 같은 젊은 흑인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는 영어로 자신은 불교를 믿는다는 말을 했다. 그는 지갑에서 5천원짜리 돈을 꺼내 내손에 쥐어주고, 합장을 해보이고는 바쁘게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 사라졌다. 기독교나 천주교를 믿는 사람은 신이 흑인을 보냈다고 할지도 모른다. 나는 불교를 믿기 때문에 부처님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제자를 위해 흑인을 통해 여비를 보태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쨌거나 신기하게 차비가 생겼다. 나는 이름모을 흑인불자와의 인연에 감사하며 원주행 표를 사서 승차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차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오늘 만난 인연들을 떠올려보았다. 나에게 욕설을 퍼붓는 노파 노숙자의 손에 기천원 쥐어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소녀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그 흑인불자는 또 만날 수 있을까? 나에게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하는 노처녀인지, 새댁인지,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독자 제위 여러분, 내가 정말 성폭행을 한 것인가? 36만원은 무슨 벌금인가?

깐깐한 나에게 호통치며 “한 번 봐준다는 여성”이 또 있을까? 하루의 인생도 곰곰 생각하면 소중한 인연들의 해후(邂逅가 아닐 수 없다. 죽으면 다시 만날 수 없다. 생은 소중한 것이다. 인생의 도정(途程)에서 내가 만난 모든 인연들이 무병장수하고, 소원성취하며, 행복하기 바란다.◇


이법철(www.jabg.net)








혁신학교? 혁신은 개뿔! 애들 학력만 퇴행중! 교무실 커피자판기, 교사 항공권 구입에 물 쓰듯...특혜 불구 학력은 뒷걸음 일반학교에 비해 연간 1억4,000~1억5,000만원을 특별히 지원받는 서울형 혁신학교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특별예산(학교운영비)으로 교사실의 각종 책장이나 가구를 구입했고, 수백만원을 들여 학습자료 저장용 USB와 외장하드를 사서 나눠 갖은 사실도 밝혀졌다. 교무실 커피자판기를 구입하는데 특별예산을 쓴 혁신학교도 있었다. 이밖에도 여직원 휴게실 가스보일러 교체, 부장교사 워크숍 항공권 구입, 교직원 전체 체육복 구입 등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곳에 특별예산을 물 쓰듯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에 대한 선심성 예산 집행 정황도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학생 티셔츠 구입, 진공청소기 구입 등에 특별예산을 수백만원씩 사용했다. 학생들의 생일축하용 떡케익 구입비용으로 매달 70~90만원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 반면 서울형 혁신학교의 학력은 일반학교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서울시교육청이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에게 제출한 2012년 혁신학교 정산서 통합지출부를 통해 밝혀졌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곽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