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0일 발표한 ‘4대강(江) 살리기’ 감사 결과의 핵심은 4대강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는 내용이다. 감사원은 그 근거로 2009년 2월 당시 청와대 대통령실이 국토해양부에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추후 대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점을 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심이 5∼6m는 되도록 굴착하라”고 언급한 사실도 예시했다. 이런 정황에 따라 2∼4m면 될 수심이 6m까지 깊어졌고, 보(洑) 또한 당초 소형보 4개에서 중·대형 보 16개로 늘었다는 것이다. 사업비 4조4000억 원이 추가됐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일부를 침소봉대해 전체를 왜곡했다는 항변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촛불정국 와중이던 2008년 6월19일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대운하 포기를 선언했고, 이듬해 6월 대안으로 4대강 사업계획이 발표됐다.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정책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감사원 결론이 사실이라면 이 전 대통령은 당당하지 못한 정치, 얄팍한 정책으로 국민을 속인 셈이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3번째다. 2011년 1월의 첫 감사 발표 결론은 ‘별다른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올 1월 박근혜 대통령당선인 시절의 2차 감사 발표 때는 ‘보의 설계부터 수질 관리까지 전반적으로 부실하다’고 불과 2년 만에 말을 뒤집더니, 이번엔 한 발 더 나아가 ‘유사 대운하’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준설량이 많다거나,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는 감사 결과는 4대강사업 초기부터 반대 세력이 줄곧 주장해온 내용이다. 이명박정부 집권기엔 별 문제 없다고 일축했던 감사원이 정권이 바뀐 이후 말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는 ‘살아 있는 권력’의 오류를 바로잡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책 자체의 타당성, 수립·추진과정의 정당성을 점검해 나랏돈이 새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무에 관한 한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위상도 그리 하라고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하나의 사실’에 ‘2개의 결론’을 내놓아 혼란을 키웠다. 감사원이 감사 대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4대강 사업의 진실은 명확히 밝혀져야 하지만, 그 전에 권력 주체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감사원의 줏대없는 처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투명하고 정직한 국정을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