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출연한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를 피해보려고 일부러 대화록을 감추고 있다는 투로 말했다. 그리고 또 다른 평론가는 노무현 정부가 폐기했을 가능성을 이야기 했다. 아직은 이렇다 저렇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그저 각자의 심증만 있을 뿐이다. 이와 함께 각종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또 말이 말을 낳고 그 말이 또 말을 낳는 지극히 비생산적인 악순환이 있을 모양이다.
대통령 기록물이 없어졌거나 찾을 수 없거나 하다면 두 경우 다 나라가 조선시대만도 못하게 엉성하다는 뜻밖엔 안 된다. 조선시대가 실록을 얼마나 철저하게 보관했던가? 창피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뭐가 선진국이란 소린가? 겉만 번지레하면 선진국인가? 행정에 빈틈이 없어야 선진국인데, 이건 구멍이 나도 너무 크게 났다.
NLL에 관한 본래의 쟁점과는 별개 문제로, 대통령 기록물 증발사건은 그것대로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일부에서 검찰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는데, 충분히 이유 있는 의견이다. 여, 야가 좀 더 찾아본 다음 정히 오리무중일 경우엔 검찰이 당연히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이것도 국기(國基)에 관한 건(件)이기 때문이다.
여, 야가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출구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출구는 민주당이 “NLL 사수!”라고 솔선 재확인 하는 것으로부터 실 머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노무현을 감싸는 나머지 다른 곁가지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 민주당은 노무현 옷을 벗고 새 옷을 입어야 한다.
민주당이 소위 ‘친노(親盧)’에 끌려 다니는 정당인데 어떻게 노무현을 극복하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극복할 수 없으면 그게 누구의 손해이고 누구의 반사이득인지 정도는 돌아 볼 만도 하지 않은가?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뚱 같은 한 시절의 거대우상도 판판이 넘어가는 판에 노무현이 극복될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노무현보다 훨씬 건실한 ‘진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참, 살다 살다 별 황당한 일도 다 보겠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 한국인을 씹지 못해 안달이 난 이웃나라 친구들이 보고 뭐라고 찧고 까불고 안주삼아 낄낄 들 거릴지,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쏙!
조갑제 다컴 / 유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