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시장의 전시행정을 비판하며 서울시 부채 축소를 위해 자신의 임기 내 대규모 토목공사는 안하겠다고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총 8조 5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경전철 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좌파 일부에선 벌써부터 ‘박원순표 4대강’이 시작됐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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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목표로 경전철 9개 노선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전 시장 때 애초 5조원으로 계획됐던 사업을 3조 5천억원가량 더 늘린 것이다.
막대한 예산 부담을 무릅쓰고 각 기초자치단체가 요구하는 노선을 거의 대부분 포함 시킨 것이다. 요컨대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일부 노선들이 정치권의 로비로 후보군에 포함되는 등, 지역민원을 다독이기 위한 무리수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미 용인·의정부·김해 경전철 등이 예산을 크게 낭비했다는 비판으로 혼이 나고 있는 판에 이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구체적인 계획과 타당성 검토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민간사업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은 폐지됐고, 민자유치를 엄격하게 규제를 강화한 상황에서 과연 그만큼의 민자유치가 가능할 것인가. 수익성도 없는 사업에 민간투자가 가능할리 없다. 2025년까지의 장밋빛 청사진을 시행하려면 기업들을 구워삶아야 할텐데 결국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던가, 혹은 물밑 협상을 통해 어두운 딜이 있을 수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무상보육에 대한 비용에는 자금이 없다고 뒷짐을 지면서, 자신이 추진하는 토목정책에는 서울시민의 교통 복지와 서울시의 교통 경쟁력을 위해 부담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은 어떻게 보는가.
박원순이 오세훈을 전시행정이라 비난했지만, 그것 역시 서울시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그것을 부정한다면 지금 박원순이 서울시의 교통 편의를 위한다는 경전철 청사진도 마찬가지로 틀렸다.
박원순이 추진한 노들섬의 논밭이 정말 서울시를 위한 것인가. 그 비싼 땅덩어리에 논밭을 만드는 게 정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서민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공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불과 자신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 자신이 재임하지 않으면 결국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사업에 이런 대대적인 광고를 한다는 것 자체가 포퓰리즘과 다를 바 없다.
오세훈의 전시행정을 비판한 박원순이 자신의 임기 말 2025년까지 투자해야 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더 심각한 일이다.
서울시 적자 타령을 하며 부채 축소를 외치던 이의 선택.
장밋빛 청사진을 서울 전체에 뿌려놔 기대심리를 키워 놓는 너무나 뻔한 환심사기가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박원순이 만들어 놓은 함정은 결국 박원순이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길이다. 서울시장이기에 그렇다. 얼마전 강남역 침수 여부를 놓고 SNS를 날린 박 시장.
트윗 등을 통해 올라오는 강남역 침수 사진과 소식을 보고, 침수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서울시의 반응은 어땠나. 차량과 보행자 통행에 이상이 없다면서 침수사실을 부정했다.
오히려 악의적인 누리꾼에 대해선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간접적으로 이를 모두 비판했다. 강남역 일대에 있던 누리꾼들은 화가나 게시글과 증거자료를 내보이며 발목까지 물이 차올랐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량진 수몰사태 땐 어땠나. “보상문제나 합의문제는 시행사와 시공사, 유족들간의 문제이지만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로서 원만하게 잘 해결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박원순의 발언이었다.
자신이 서울시장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자신이 제3자인가? 무한책임을 통감해야 할 인물이 이런 발언을 하고 있다. 유족들도 화가나 박 시장이 보낸 조화를 땅에 몇차례나 내쳤다고 한다.
법적 책임을 떠나 도의적 책임이 있는 서울시장의 입에서 책임소재나 따지며 자기들 잘못은 아니라는 발언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계산적인 인물인가.
박원순의 속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책임 회피, 전가. 이미지 정치를 하는 인물이라는 비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과거 용산사태 현장을 방문해, 내가 시장이었으면 절대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라면 눈물짓던 박원순. 그가 아버지와 형제가 죽은 그 자리에 가서는 자기에게 책임이 없다는 얘기부터 꺼내고 있는 것을 보라. 겉과 속이 얼마나 다른 인물인지를.
물론 비판이 들끓자 박 시장도 적극적인 행보로 유가족을 위로했다. 그리고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책임은 선임이 지고, 공은 후임에게 넘기는 미덕은 어디로 갔나. 시공사와 유족들간의 문제라고 책임을 떠넘긴 서울시장 대신 행정부시장이 사퇴를 하는 상황. 안타깝다.
서울시민들은 이미지 정치하며 재선만을 노리는 시장을 원하지 않는다. 정말 서울시의 발전을 가져오고 미래를 내다보는 일꾼을 원한다.
‘눈가리고 아웅’도 정도 것 해야지, 시민들을 언제까지 그런 가면으로 속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굳이 ‘척’하지 않고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런 시장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