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급 군 수뇌부의 대폭적인 인사가 2008년 3월 17일과 18일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진 이번 인사는 지난정부의 적체된 군 인사를 정리하는 차원이 크다. 조만간 교체될 합참차장까지 포함하면 대장급 9명 가운데 8명이 바뀌는 셈이다. 공군참모총장은 지난해 4월 임명되어 유임됐다. 국군 역사상 가장 큰 인사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먼저 내정자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에서 시정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를 조심스럽게 제시해본다. 첫째, 언론보도에 관한 것이다. 주요 일간 신문과 인터넷에 보도된 것을 종합해보면, 내정자의 사진아래에 출생지, 출신고가 한결같이 포함되어 있다. 국방일보 기사에는 출생지, 부인 이름과 자녀수도 있다. 지난달에 보도된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자력기사도 이와 같다. 그러니 누구와 누구는 같은 학교출신이라 등용되었다느니, 누구는 같은 동향으로 발탁되었다느니 루머가 난무했다. 국가와 조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도 유사하다. 출생지를 기준으로“대장 7명의 인사에서 호남 출신이 2명을 차지한 것은 다음 달 총선을 의식한 지역안배로 보인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와 같이 특정 요소만 고려한 분석기사는 국민화합에 역행할 소지가 많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저변에는 지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정치가들은 어쩔 수없이 지역안배를 중요시한다. 얼마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강원도에 가서“이번 정부의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다”라고 농담한 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도 있다. 앞으로는 논란의 소지가 많은 출신지역·출신고·가족사항 보다 그 사람의 능력, 전문분야, 공적, 국가관, 사명감, 군인정신 등에 대한 자세한 기사가 게재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인선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공정한 기준으로 선발했다고 본다.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이번 인사의 발탁과 보직의 기준은 출신지역이나 근무지에 대한 고려를 배제하고 오직 군 통수권자의 통수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개혁성과 능력을 고려해 적임자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정예화한 선진 강군을 육성하기 위해 확고한 디딤돌을 세우기 위한 조치이며 군심을 결집하고 흔들림 없는 군 본연의 임무수행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이번 인사를 계기로 우리 군은 선진화의 원년, 새로운 도약의 시대에 확고한 국방태세를 유지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과 우리 군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박수를 보내야 한다. 둘째, 고위 공직자(군 인사포함) 인선 시 지연·학연·근무연 등을 배제해야 한다.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를 인선한 후 내세우는 원칙 중에 하나가 지역안배다. 지난달 이명박 정부의 내각·청와대 수석비서관 선발기준에도 이를 적용했다고 보도되었다. 좁은 나라에서 이런 원칙이 왜 필요한지 먼저 묻고 싶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오랜 세월 사회각계 각층에 만연해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매년 군인사와 진급 철이 되면 이런 저런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지역안배를 하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이를 들추어내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제 망국의 굴레에서 벋어 날 시기가 되었다. 숨은 인재를 널리 등용하는데 유독 출생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규범에도 맞지 않다. 과거와 달리 지금 젊은이는 출생지와 성장지역이 각기 다르다. 지역안배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해군의 창설자인 손원일 해군참모총장은 1949년에 장병들에게 6가지 실천지침을 제시하면서 ‘군인은 정치담을 말고 도별담(道別談)을 폐지하자’고 하였다. 이는 해군창설 초기부터 손 제독이 군(軍)의 정치참여와 출신지별 파벌조성(派閥造成)을 원천적으로 막아보려고 애쓴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병들의 인사기록카드에 원적(原籍)과 본적(本籍)을 빼고 현주소만을 쓰도록 한 획기적인 조치에서도 출신지별 파벌조성이나 지역감정을 없애려 했던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장병들의 진급이나 인사보직을 할 때에도 출신도와 출신학교 등을 무시하고 전적으로 능력과 경력위주로 처리했다. 국방부도 지금부터 전 장병에 대한 인사기록(신상명세서 포함)에서 원적·본적·출신학교(출신고)를 과감히 삭제하고, 대신에 학력은 ‘고교 3년 졸업’ 또는 ‘전문대 3년 졸업, 컴퓨터공학 전공’ 등으로 표기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제라도 지연·학연·근무연에서 자유로운 단결된 국군으로 태어나야 하지 않을까. 국군이 먼저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셋째, 군인은 군인다워야 한다. 이번 인사와 관련하여 군 관계자는“국방정책을 남북관계에 종속시키려 한 참여정부에 깊이 관여했거나 정략적으로 행동한 군 인사는 가급적 배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비역으로서 이런 기사를 접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왜 우리 군이 이런 지경에까지 왔는가. 지난 수년간의 국방정책을 살펴보면 반성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국방부가 참여정부의 잘못된 친북반미정책에 맹종하여 국가안보를 송두리째 허물었다. 교훈삼아 대표적인 것만 몇 가지 살펴보자. ①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主敵槪念)삭제로 군인·국민의 안보관이 해이되고 있다. ② 북한의 대량살상무기(핵무기·탄도탄 등)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이 위태롭다. ③ 잘못된 정보판단에 기초한 ‘국방개혁2020’추진으로 군사력이 약화되고 있다. ④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연합사 해체를 추진하여 국방비가 증가되고, 한국의 전쟁억제력이 소멸되고 있다. ⑤ 군 의무복무기간을 단축하여 병사들의 전투수행능력이 저하되고 있다. ⑥ 해상휴전선인 북방한계선(NLL)이 무력화되고 있다. ⑦ 반(反) 국군감정을 부추기는 ‘화려한 휴가’ 영화에 대해 반박하지 않았다. 이상과 같이 국방력이 약화되고 있는데도 국방부는 보고만 있었다. 심지어 한미동맹을 조직적으로 파괴하는 일에 앞장선 군인도 있다고 듣고 있다. 군인은 모름지기 군인다워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가 있다. 군인은 계급 고하에 관계없이 국군 기본정신 교육(제4과, 군인의 가치관과 행동규범)에 있는 안 중근 의사의‘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유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순신 제독이 왜 두 번‘백의종군’을 했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순신 제독과 안중근 의사가 모두 참 군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장교들은 명심 또 명심해야만 한다. 군대는 정부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의 군대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이번에 임명된 군 수뇌부는 약화된 국방력과 손상된 한미동맹을 시급히 복구하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계속 위협하고 있는 ‘한반도 핵전쟁’과 ‘제3차 서해교전’에도 당당히 대비해 주기 바란다. 새로운 군 수뇌부의 무운장구를 기원한다. (Konas) 김성만 (예, 해군중장. 전 해군작전사령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