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27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다룬 청와대 문건의 외부 유출 과정에 직접 개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앞서 조 전 비서관과 함께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이 문건을 직접 작성한 경찰 출신 박관천 경정을 구속했다. 검찰은 새해 초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 수사를 통해 청와대 문건에 나온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사건 초기부터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거듭 공개적으로 밝혔던 것처럼 "찌라시에나 나올 얘기"로 최종 결론이 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 발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파동에 대한 생각과 3년차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곧이어 청와대 비서실 일부 개편과 개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런 수순(手順)으로 세계일보가 지난달 말 '정윤회 문건'을 보도하면서 불붙은 비선(袐線) 실세 국정 개입 의혹과 대통령 주변의 '문고리 비서관 3인방' 논란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처음부터 '허구(虛構)'라고 못 박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대통령 말'과 똑같이 나왔을 때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는 점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검찰 수사를 불신한다는 응답이 60% 안팎에 이른다. 검찰 설명대로라면 정윤회 문건에 나온 내용은 '찌라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런 '쓰레기 같은 자료'를 유출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에게 기밀 유출 혐의 등을 적용해 형사 처벌하려는 데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이번 일은 2년이 다 되어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제기되어온 문제들이 집약적으로 터져 나온 사건이었다. 애초에 비선 실세니, 문고리 3인방이니 하는 말이 나왔던 것은 바로 여권에서였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인사들은 지난 2년 동안 이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대통령 측근 비서라는 사람들이 정부 고위직 인사를 주무르고 심지어 외교정책에까지 개입한다는 얘기도 여권에서 나왔다. 또 대통령이 정씨의 딸과 관련한 승마협회 문제로 문체부 국·과장 경질을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도 밝혀진 게 없다. 청와대가 비선 실세·문고리 의혹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이고, 유 전 장관의 주장 역시 과장된 것이라고 덮는다고 해서 장관 출신과 여권 고위 인사들이 주장하던 의혹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 '대통령의 정치'를 통해서만 이런 논란과 의혹을 발전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 출발은 청와대 비서들 사이에서 내분(內紛)에 가까운 상황이 빚어졌는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비서실장과 여권 실세들조차 버거워하는 존재로 변한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뒤처리여야 한다. 이번 파동의 중심에 섰던 사람들과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서 개각 작업을 하고 있는 것도 좀체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이대로 가면 불통, 독주(獨走), 비선, 암투 같은 논란은 언젠가 다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시스템도 바꾸고 여기에 맞춰 사람도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는 이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