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북한은 26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5·24조치 해제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재차 제시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혈육상봉을 가로막는 근본 장애물’이란 기사에서 “5·24조치를 그대로 두고 아무리 이산가족 상봉을 외쳐도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로 될 뿐”이라며 “남조선당국이 진실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에 관심이 있다면 그것을 가로막는 5·24조치와 북침전쟁연습을 비롯한 근본장애물들부터 제거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또 “남조선당국은 이산가족 상봉을 운운하면서도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5·24조치를 아직까지 해제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이 설사 진행된다고 해도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기대할 수 없고 민족적 불행과 고통도 가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의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5·24조치 해제 주장에 대해,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하여 현재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그런 전제조건들을 먼저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조치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 대변인은 또 “북한이 내세우는 전제조건들은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서 우리 정부와 협의해서 해결해야 될 문제”라며 “대화의 장이 개최되기도 전에 그런 부당한 전제조건을 우리 정부가 들어준다는 것은 앞으로 진정한 남북관계의 발전, 근본적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인도적 상봉을 5·24 조치에 연계한 북한의 태도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전략적 관점에서 5·24는 해제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원 위원은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을 밝히면서도 5·24 조치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해 답답하다”며 “5·24조치 해제 이후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끌고갈지 고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새정연 김성곤 비대위원은 “(북한이) 인도적 상봉을 5·24 조치와 연계하는 것은 정치적 이용으로 실망스럽다”며 “우리 정부도 원론적 입장만 얘기해서 남북관계에 적신호가 왔다”고 남북 모두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5·24조치나 금강산 문제 등에서 선도적으로 나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5·24 조치를 부분적 또는 전면적으로 해제해도 되는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5·24조치는 비단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 재발방지 약속만으로 해제될 성격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서해5도와 주변수역의 법적지위(한국영토, 영해)를 부정하고 있고 정전협정까지 무효화했다. 그리고 남·북간 합의서(남북정상선언 등 38개)를 모두 무효화했다. 따라서 이런 사항에 대한 북한의 선행조치와 약속이 있어야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일방적으로 해제를 하는 것은 우리의 서해5도와 NLL에 대한 포기선언이고 북한의 억지주장(천안함 폭침은 한국 정부의 자작극 등)을 수용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국군의 정체성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설사 5·24 조치를 해제한다고 해서 남북 경제교류와 대북지원이 가능하지도 않다. 북한의 3차 핵실험(2013.2.12)에 대한 대북 제재조치로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안 2094호(2013.3.7)에 따라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전용될 수 있는 현금과 물자는 물론 사치품 반입까지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5·24조치(2010.5.24)이후에 부과된 이런 조치로 인해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탄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전에는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확장’ 등 경제교류와 대북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출처 코나스 (Konas)
김성만 예비역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前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