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위재 산업1부 차장
이처럼 본사를 해외로 옮기거나 처음부터 해외에 두는 기업이 차츰 늘고 있다. 주로 벤처 동네 얘기지만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보안 관련 벤처업체 에스이웍스와 기업 취업·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은 미국 샌프란시스코행(行)을 택했고, 온라인 수학 교육업체 노리와 쇼핑업체 티드(TID)는 뉴욕으로 날아갔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앱'을 만든 팀블라인드는 원래부터 본사 주소가 미국 델라웨어였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렸던 게임 박람회 지스타에서는 룩셈부르크·캐나다·독일 등이 홍보관을 차리고 세금 감면과 연구·개발비 지원 등을 내세워 기업 유치 활동을 벌였다. 이후 룩셈부르크로 본사를 옮겼거나 몬트리올로 본사를 옮기기 위해 실사(實査) 작업을 벌이는 국내 업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이 '이민(移民)'을 결심하는 속내는 복잡하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본사가 해외에 있으면 해외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등 수긍할 만한 해명도 있지만 "(국내는) 규제가 심해서" "기업을 경영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아서"라는 착잡한 이유도 있다.
한 게임업체 임원은 "규제가 심한 한국에 비해 외국은 상대적으로 활동이 자유롭고 지원책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본사와 함께 서버를 외국으로 이전하면 각종 규제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델라웨어가 본사 소재지로 인기를 끄는 것도 기업에 유리한 법제도와 낮은 세금 등 친(親)기업 정서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애플·월마트·JP모건을 비롯해 미국 500대 기업 중 60% 이상이 서류상 본사를 델라웨어에 두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지난 2년간 해외에 법인을 세운 직토·옥셔노리·요쿠스 등 벤처기업 13곳도 전부 델라웨어로 향했다.
이렇게 '탈(脫)코리아' 바람이 강해지면 세수(稅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본사가 해외에 있으면 법인세를 현지에 내야 하고, 본사 이전과 함께 서버까지 옮기면 국제 전자상거래 관행상 서버가 있는 지역에서 과세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 세금을 외국에 내게 된다. 또 본사가 해외로 이전하면 현지 인력 채용이 늘고 국내 고용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대에 본사가 어디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 활동 환경이 만족스럽지 않아 이전한다면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