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곳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했다. 야당의 심장부인 광주 서을에서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후보에게 큰 표 차로 졌고, 야당세가 강한 경기 성남 중원과 서울 관악을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현 여당의 텃밭인 인천 서-강화을에서도 새누리당에 졌다. 새정치연합의 4곳 전패는 예상 밖의 결과다.
이번 선거는 새정치연합의 정동영 천정배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문 대표의 리더십을 저울질하는 의미가 컸다. 총력전에 나선 문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지자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를 심판해야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며 정권 심판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보선 민심은 문 대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문 대표는 당 대표가 된 뒤 자신의 주도로 치른 첫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정치적 입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특히 광주에서의 패배는 상당한 파장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고 당내 노무현계와 김대중계의 갈등이 나타나면서 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호남 중심의 신당 창당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 대표의 차기 대선 가도도 순탄치 않게 됐다.
새정치연합의 참패는 일부 지역에서 야권 분열이라는 변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체질과 정치 방식으로는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정치연합은 2007년 대선 이후 2012년 총선과 대선, 작년 7·30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선거에서 패배했다. 문 대표는 ‘이기는 정당’을 기치로 내걸고 당 대표에 선출됐으나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획기적인 당의 체질 개선 없이는 내년 총선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새누리당은 작은 승리에 취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이번 승리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실책과 무능에 대한 면죄부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를 해결할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경제 환경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거시적인 안목에서 비전과 방책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