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5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전체 환자 41명 중 30명이 대거 발생한 병원이 '평택성모병원'이라고 공개하고 지난달 15~29일 무슨 이유로든 이 병원에 잠시라도 머문 모든 환자와 방문자 전원에 대해 전수(全數) 추적 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의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1500여 명이 모인 재건축조합원총회에 들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의사와 근접 접촉한 사람들을 가려내 자택 격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평택성모병원에선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가 나온 후 29일 휴원(休院)까지 첫 감염자와 다른 병실을 썼던 사람들에 대해 아무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29일 병원이 폐쇄되면서 입원해 있던 잠재적 감염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흩어졌다. 방역 당국이 감염 병원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평택성모병원은 바이러스를 퍼뜨린 진원지(震源地)가 됐다.
서울 종합병원 의사는 집단 모임에서 구석에 있다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인파가 밀집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의사 말고도 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70세 여성 환자 역시 메르스 감염자로 확인됐다.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드는 최상급 종합병원인 이 병원의 의료 체계가 흔들리면 국가 의료 시스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병원과 방역 당국이 긴밀하게 협조해 빈틈없이 대응해야 한다.
방역 당국과 일선 의료 기관에서 초기에 결정적 실책(失策)을 범하긴 했다. 그랬다 해도 국민을 메르스 공포에서 구해줄 사람들은 결국 방역 당국과 의료 기관이다. 방역 공무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환자·격리자를 관리하고 감염 의심자 유전자 검사를 처리하느라 탈진한 상태다. 전국 보건소 250곳 인력도 전력을 다해 격리된 1800여 명을 관리하고 있다. 방역의 보루인 이들에게 '수고한다'는 격려의 말 한마디가 힘이 될 수 있다.
경기도 분당 제생병원은 지난달 30일 응급실 후송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걸로 확인되자 즉각 격리 조치와 함께 응급실을 폐쇄하고 의료진·환자·보호자의 출입을 통제했다. 결국 환자는 미(未)감염으로 확인됐지만 SNS 등을 통해 제생병원은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찍혀 외래 환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정부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先制的) 조치를 했던 병원들이 피해 보는 일은 없게 해줘야 한다.
정부 방역이 완벽하지 않은 이상 시민들 스스로 방어 행동을 해야 한다. 33번째 환자는 지난달 15일 평택성모병원에 30분간 문병차 머물렀다가 21일부터 열이 났지만 설마 하고 일상생활을 하고 다니는 바람에 주변 300명이 격리됐다. 감염 의심자, 자택 격리자들은 자칫 가족, 직장 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이 먼저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일반 국민도 수시로 손을 씻고, 재채기는 손수건·휴지 아니면 옷소매로라도 막는 위생(衛生) 예절을 지켜야 한다.
아직까지 메르스 확진자는 모두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경우다. 사망자들은 본래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거나 고령자였다. 방역 당국, 의료진, 국민 전체가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각자 자리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최선의 행동을 해야 한다. 5일까지 메르스 격리자 가운데 221명이 격리에서 해제됐고 환자 중에는 3명이 완치(完治)단계에 이르러 퇴원을 앞두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합심(合心)과 단결이 필요한 때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