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아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우리에게 IMF의 경고는 무겁게 다가온다. 그해 9월까지만 해도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한국은 태국 통화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안정적 거시경제정책을 유지하고 금융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당시 김영삼 정부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 사회적 혼란에 안정적 거시경제정책 유지도, 금융개혁 추진도 하지 못했고 결국 ‘IMF 사태’를 당해야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복귀를 앞둔 그제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내외 여건을 다 짚어 봤지만 그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작년 7월 부임한 최 부총리가 내수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등으로 2012년 말 964조 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최근 1166조 원까지 늘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도 13%에서 전체 기업의 15.2%로 증가했다. ‘빚으로 쌓아올린 반짝 경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내년 1월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할 방침을 밝혔으나 정부 일각에선 부동산 불씨를 꺼뜨린다며 반대하는 등 엇박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부채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자 금융위는 다음 주 다시 관리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관가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대출심사 강화를 반대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경기 연착륙을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되 ‘부채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거듭된 위험 경고를 듣고도 선거 때문에 손 놓고 있다가 또 위기를 맞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