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는 건 바보 같은 일일지 모른다. 대통령 구인광고 문안을 쓰라면 대략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2억6천만 종업원을 감독하는 CEO, 35세 이상, 집에서도 집무를 계속할 의사가 있는 미국 태생의 시민, 단 엄청난 국정파탄(public failure)을 가져올 위험이 있는 직업임”. 이 문안의 마지막 대목이 주목을 끈다. 대통령 자리가 자칫하면 대통령 자신과 국정의 파멸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자리인 만큼 자신이 없는 사람은 아예 응모를 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그만큼 미국 대통령 자리는 실패의 위험이 높은 직업이란 말이다. 각광받던 정치인이 백악관에 들어갔다 나온 후 인생의 패배자로 기록된 사례는 너무 많다. 반대로 평범한 인물이 임기를 마친 후 위대한 지도자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어쨌든 미국 대통령 자리는 가장 인기 있는 직업임이 분명하다. 또한 가장 힘든 자리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금 새 대통령을 찾고 있다. 3명의 주자가 아직도 경쟁 중이다. 경선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간과되고 있는 건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의 관심은 온통 여론조사, 선거 전망, 승패 같은 일에 집중되어 있다. 대통령직을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은 새벽 3시에 긴급전화를 받겠다는 선거 광고나 국가 수문장으로서의 대통령의 모습을 그린 만평 정도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집무시간 중에 대통령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퓰리처상을 두 번 타고 지금은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네 번째 전기를 집필 중인 로버트 카로는 세상에 대통령직 같은 직업은 없다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거리에서는 폭동이 일어나고 예산문제는 의회에서 교착돼 있다. 중국은 베트남 개입을 준비하고 있고 모델도시 건설계획은 엉망이다. 보비 케네디는 오늘 무슨 말을 할까? 그의 입을 어떻게 막을까...” 재임 중 어느 날 존슨의 일과를 묘사한 말이다. 대통령 자리는 매우 유연한 태도를 필요로 한다. 어떤 긴급한 상황에도 휘말리지 않는 냉철한 자세도 요구된다. 대통령은 자칫하면 밀림 속에 실종될 수 있는 자리다. 존슨은 베트남 북폭 계획에 전력을 집중했다. 지미 카터는 사소한 일에 매달렸다. 백악관의 테니스 코트를 사용하는 일도 직접 재가했다. 하버드에서 대통령학을 가르치는 로저 포터 교수는 카터가 내무부의 주차장 문제를 가지고도 씨름을 했다고 혹평했다. 대통령 권한을 초법적으로 행사한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였다. 그는 자서전에서 이미지가 훼손될까 두려워 헌법이 규정한 권한만 행사하는 대통령은 큰일을 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의 꿈과는 달리 그의 백악관이 과일가게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부통령으로 있을 때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이 저격수의 총을 맞았다. “위기를 모면했어” 루스벨트가 뱉은 일성이었다. 그 다음에 그가 한 행동이 흥미롭다. 그는 총상으로 사경을 헤매는 대통령을 병실에 둔 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휴가지는 뉴욕 북부의 아디론댁크 산림었다. 거기서 그는 등산을 하고 있었다. 그의 소재지를 겨우 알아낸 비서들이 맥킨리의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밤새 캄캄한 도로를 400Km나 달려 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의 자서전은 대통령의 병세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휴가를 갔다고 말하고 있으나 1901년 당시의 부통령의 역할은 보잘 것 없었다는 사실이 이 일화 속에 감춰져 있다. 초기의 대통령들은 보좌진이 없었다. 그래서 가족을 동원하거나 사비로 비서를 고용했다. 의회는 1857년에야 대통령 비서 월급을 국고에서 지출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뉴 딜“ 법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너무 거대한 관료조직을 갖춰 자신이 그 속에 잠길 정도였다. ”대통령직은 나나 그 누구에게도 벅찬 것이다. 대통령 업무를 간소화하지 않는 한 누구도 직무를 능숙하게 수행할 수 없다“ 1937년 루스벨트가 고백한 말이다. 그 후 공공행정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는 대통령직이 조력이 필요한 자리라고 지적했다. 의회는 1939년 대통령집무실법(EOP)을 가결했다. EOP는 현재 3천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이 지휘하는 15개 부처와 CIA, NASA 같은 기관의 요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 권한에 관한 책을 쓴 리처드 노이스타드는 루스벨트 식 정부 이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절대적 도움을 필요로 한다. 대통령학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주제는 국운을 좌우하는 중대이슈에서 바른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막연한 얘기 같지만 3명의 경선 후보 가운데 누가 올바른 결정을 할지 유권자들이 아직도 헷갈리고 현실이 그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비교적 쉬운 결정은 대통령의 책상에 오기 전에 내려진다. 다만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주제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법무차관을 지낸 재미 고얼릭은 대통령이 좋지 않은 보고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보고는 저절로 대통령 집무실에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이 결단을 하는 일을 즐겼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리언 파네타에 의하면 클린턴은 산적한 과제들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최종 결정을 하고는 내가 옳은 결정을 했느냐고 거듭 자문했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는 대통령이 잘못된 결정을 하고도 거기에 집착하는 경우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전임 대통령의 실패에 과잉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부시는 결단을 내리는 결의는 가지고 있으나 너무 빨리 결정을 하고 그것을 고수하는 편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레이건 도서관 자료에 따르면 그가 얼마나 격무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다. 그가 오벌 오피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3분, 9시 2분, 9시 정각이었다. 퇴근은 5시 41분 혹은 5시 7분에 했다. 출근은 칼처럼 하고 퇴근은 다소 융통성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각료를 알아보지 못한 일도 있었다. 부시는 레이건처럼 되기를 원한다. 습관에 따라 행동하고 아침 일찍 일하기를 좋아한다. 공보비서 다나 페리노는 부시가 대체로 오전 6시 45분에 집무실에 도착한다고 귀띔했다. 조슈아 볼튼 비서시장은 커피 한잔 마실 여유도 주지 않고 브리핑을 시작한다. 최근 어느 날의 부시 일과를 보자. 오전 7시 15분 요르단 국왕과 조찬, 8시 정보 브리핑, 10시 40분 주요 보좌관 및 국방장관과 회동, 의회로 직행, 11시 5분 심장 전문의 마이클 드바키 추도식 참석, 백악관으로 귀환해 신장 기증자들과 사진 촬영, 오후 2시 10분 기업대표들 면담, 2시 30분 의회 공화당 지도자들과 회담, 3시 35분 중소기업주간에 대한 언론 연설...숨가쁜 일정의 연속이다. 이 와중에도 부시는 반드시 운동을 하고 밤에는 어김없이 집에 머문다. “독킹 스테이션”으로 불리는 숙소 침대에서 영부인과 만나 주로 독서를 한다. 그리고 밤 9시 혹은 그로부터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다. 지난 세기에는 실패했거나 평범한 대통령들이 명멸했다. 타의에 의해 죽을 쑨 사람도 있고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 경우도 있다. 부시의 지지도는 7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내년 1월 미국은 새 대통령을 맞는다. 워싱턴포스트는 실패한 대통령을 만들지 않기 위해 미 국민 모두가 새 대통령을 도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http://newsandnews.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