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부당한 보훈처장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에서 5·18유가족 단체 회원들이 박승춘(사진 원안) 보훈처장의 입장을 막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
- 어수선한 기념식장
제창 거부 항의 유족들에 朴보훈처장 식장서 쫓겨나
玄수석 ‘임’ 안부르자 김성식 “광주정신 짓밟아”
주먹을 불끈 쥐고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야(野),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여(與), 그리고 행사장 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채 침묵한 시위자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은 ‘노래 한 곡’을 둘러싼 보수·진보 간 이념 갈등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행사를 주관한 박승춘 보훈처장은 유족들의 반대로 기념식장에서 쫓겨났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존대로 합창단의 합창으로 부르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줄곧 제창을 요구해 온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여당은 유감 표명과 함께 재고를 요청했지만 합창 방침은 끝내 바꾸지 않았다.
이날 정부 공식행사로 치러진 기념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5·18 유가족, 시민단체 대표,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황 국무총리가 강조한 ‘대화합의 에너지’ 발언과 달리 이날 행사에는 야유와 항의, 몸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유족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거부한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거세게 달려들며 항의했다. 박 처장은 행사장에 잠시 들어왔다가 유족들에게 쫓겨 바로 퇴장했다. 박 처장은 이날 행사장 밖에서 “기념곡 지정과 제창 문제는 개인 판단 문제가 아니고 많은 국민이 찬반이 있기에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저를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현기환 정무수석을 향해 “행진곡도 안 부른 게 무슨 행사냐. 광주 정신을 짓밟는 것”이라고 소리쳤다. 시민단체인 5·18광주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도 이날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항의하는 뜻에서 기념식에 불참했다. 이 단체가 공식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1997년 정부 기념일 제정 이후 처음이다. 광주시의회 역시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국립 5·18민주묘지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호남 민심을 되찾으려는 더민주와 호남을 석권한 국민의당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눴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가벼운 눈인사만 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 대표도 악수 외에는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1월 경제계 신년인사회 이후 처음이다.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문 전 대표는 6번째 줄에 앉았다가 김경수 더민주 당선인의 권유로 안 대표 바로 뒷줄인 2열로 자리를 옮겼다.더민주는 기념식 후 5·18 묘역을, 국민의당은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관을 참배했다. 야권의 잠룡들도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본행사가 끝날 무렵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손 전 고문은 광주에서 지지자들과 오찬을 한 후 일본 게이오(慶應)대 강연을 위해 출국했다.
출처 문화닷컴 / 광주=김동하·유민환 기자 kdhaha@munhwa.com
제창 거부 항의 유족들에 朴보훈처장 식장서 쫓겨나
玄수석 ‘임’ 안부르자 김성식 “광주정신 짓밟아”
주먹을 불끈 쥐고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야(野),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여(與), 그리고 행사장 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채 침묵한 시위자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은 ‘노래 한 곡’을 둘러싼 보수·진보 간 이념 갈등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행사를 주관한 박승춘 보훈처장은 유족들의 반대로 기념식장에서 쫓겨났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존대로 합창단의 합창으로 부르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줄곧 제창을 요구해 온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여당은 유감 표명과 함께 재고를 요청했지만 합창 방침은 끝내 바꾸지 않았다.
이날 정부 공식행사로 치러진 기념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5·18 유가족, 시민단체 대표,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황 국무총리가 강조한 ‘대화합의 에너지’ 발언과 달리 이날 행사에는 야유와 항의, 몸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유족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거부한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거세게 달려들며 항의했다. 박 처장은 행사장에 잠시 들어왔다가 유족들에게 쫓겨 바로 퇴장했다. 박 처장은 이날 행사장 밖에서 “기념곡 지정과 제창 문제는 개인 판단 문제가 아니고 많은 국민이 찬반이 있기에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저를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현기환 정무수석을 향해 “행진곡도 안 부른 게 무슨 행사냐. 광주 정신을 짓밟는 것”이라고 소리쳤다. 시민단체인 5·18광주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도 이날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항의하는 뜻에서 기념식에 불참했다. 이 단체가 공식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1997년 정부 기념일 제정 이후 처음이다. 광주시의회 역시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국립 5·18민주묘지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호남 민심을 되찾으려는 더민주와 호남을 석권한 국민의당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눴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가벼운 눈인사만 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 대표도 악수 외에는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1월 경제계 신년인사회 이후 처음이다.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문 전 대표는 6번째 줄에 앉았다가 김경수 더민주 당선인의 권유로 안 대표 바로 뒷줄인 2열로 자리를 옮겼다.더민주는 기념식 후 5·18 묘역을, 국민의당은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관을 참배했다. 야권의 잠룡들도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본행사가 끝날 무렵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손 전 고문은 광주에서 지지자들과 오찬을 한 후 일본 게이오(慶應)대 강연을 위해 출국했다.
출처 문화닷컴 / 광주=김동하·유민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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