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입지가 경남 밀양도, 부산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다. 국토교통부는 21일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지난 1년간 진행한 신공항 입지선정 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그동안 밀양 아니면 가덕도로 결정될 줄 알고 죽기 살기식 유치전을 벌였던 해당 지역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그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지켜봤던 일반 국민들도 황당한 마음이다.
애당초 동남권 신공항 프로젝트는 김해공항의 협소함·안전성을 해결하자는 데서 시작됐다. 신공항이 처음 공론화된 게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이니 10년간 돌고 돌아 김해공항으로 원위치한 셈이다. 그 사이 두 번의 대선에서 동남권 신공항이 영남표를 모으는 공약으로 활용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2011년 백지화하면서 사과까지 한 동남권 신공항을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되살려놨다. 야당의 문재인 후보도 같은 공약을 냈다.
동남권 신공항은 국비(國費)가 들어가는 건설비만 최대 12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알려졌다. 신공항을 유치하기만 하면 10조원 이상 생산유발 효과와 15만~18만명 이상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지자체들이 신공항에 매달렸던 것도 20조원 이상의 경제적 이득이 보장되는 '로또'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유치를 못 하면 민란(民亂)이 일어날 것이란 협박까지 난무했다. 김해공항 확장의 경우 건설비가 4조1000억원이다.
정부의 이번 김해공항 확장 방안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우선 신공항보다 돈이 훨씬 적게 든다. 밀양과 가덕도를 요구하는 양쪽의 주장이 워낙 과열돼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 감당할 수 없는 지역 간 분란이 일어날 게 거의 틀림없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프랑스 업체에 선정 용역을 맡긴 것은 지역 갈등을 피해가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을 것이다. 그랬어도 특별한 묘책이 나오지 않았다. ADPi는 35개 지역의 타당성을 따져봤다고 하지만 마지막에 남은 대안 세 개는 누구나 알던 밀양·가덕도·김해였다. 국가 대사(大事)의 판단을 남의 나라 업체에 맡긴 사실은 정부가 얼마나 갈등을 관리할 능력과 반발을 무마할 리더십이 없는가를 자인(自認)한 꼴이다.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 온 것은 결국 대선 공약이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초대형 국책사업을 들고나와 지역 표를 공략하는 전략을 썼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대선 직전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발표한 공약이었다. 그 뒤 역대 6개 정권 모두 새만금을 대선 공약에 써먹었고 첫 공약 발표 후 29년이 지난 지금 새만금 매립률은 겨우 20% 선에 머물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수도(首都) 이전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후보들이 표를 구걸하며 내놓은 무리한 공약들은 막대한 혈세(血稅)의 낭비를 초래했고 국론 분열과 지역 갈등으로 이어졌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정부 때 이미 가덕도와 밀양 가운데 어느 곳이든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돌아오는 이익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던 사안이다. 그 후 무슨 특별한 사정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다시 신공항 공약을 꺼내 들었다가 수렁에 빠져들고 말았다. 대선 공약은 발표되는 순간 해당 지역 일대의 집값·땅값이 움직이고 수많은 집단의 심리적 기대를 부풀려놓게 된다. 후보들은 사전 조사와 타당성 평가 없이 눈앞의 표만 보고 공약을 내놓는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엔 공약으로 인해 나라가 쪼개지고 분란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그로 인해 다른 중요한 과제를 밀고 나갈 동력(動力)마저 소진되는 걸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백해무익한 일을 정권마다 되풀이하는 것은 정치권의 권력 탐욕(貪慾) 때문이다.
이제 김해 신공항은 내년 예비타당성 조사, 2018~2019년 기본계획 수립 및 설계를 거쳐 이르면 2021년 착공에 들어간다. 장차 영남권 다른 중소 공항과의 수요 중복을 해결하고 충분한 장·단거리 노선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가까운 일본의 신공항들이 겪었던 고민이기도 하다. 기왕에 추진되는 만큼 김해신공항이 영남권을 넘어 중국·일본 공항들과 경쟁하면서 동북아 여객·물류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
작년 1월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신공항 유치 경쟁을 하지 않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바 있다. 유치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벌써 깨졌지만 승복 합의만은 지켜야 할 것이다. 여야는 더 이상 신공항 문제를 내년 대선과 연계된 정쟁의 소재로 삼아선 안 될 것이다.
애당초 동남권 신공항 프로젝트는 김해공항의 협소함·안전성을 해결하자는 데서 시작됐다. 신공항이 처음 공론화된 게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이니 10년간 돌고 돌아 김해공항으로 원위치한 셈이다. 그 사이 두 번의 대선에서 동남권 신공항이 영남표를 모으는 공약으로 활용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2011년 백지화하면서 사과까지 한 동남권 신공항을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되살려놨다. 야당의 문재인 후보도 같은 공약을 냈다.
동남권 신공항은 국비(國費)가 들어가는 건설비만 최대 12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알려졌다. 신공항을 유치하기만 하면 10조원 이상 생산유발 효과와 15만~18만명 이상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지자체들이 신공항에 매달렸던 것도 20조원 이상의 경제적 이득이 보장되는 '로또'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유치를 못 하면 민란(民亂)이 일어날 것이란 협박까지 난무했다. 김해공항 확장의 경우 건설비가 4조1000억원이다.
정부의 이번 김해공항 확장 방안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우선 신공항보다 돈이 훨씬 적게 든다. 밀양과 가덕도를 요구하는 양쪽의 주장이 워낙 과열돼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 감당할 수 없는 지역 간 분란이 일어날 게 거의 틀림없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프랑스 업체에 선정 용역을 맡긴 것은 지역 갈등을 피해가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을 것이다. 그랬어도 특별한 묘책이 나오지 않았다. ADPi는 35개 지역의 타당성을 따져봤다고 하지만 마지막에 남은 대안 세 개는 누구나 알던 밀양·가덕도·김해였다. 국가 대사(大事)의 판단을 남의 나라 업체에 맡긴 사실은 정부가 얼마나 갈등을 관리할 능력과 반발을 무마할 리더십이 없는가를 자인(自認)한 꼴이다.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 온 것은 결국 대선 공약이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초대형 국책사업을 들고나와 지역 표를 공략하는 전략을 썼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대선 직전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발표한 공약이었다. 그 뒤 역대 6개 정권 모두 새만금을 대선 공약에 써먹었고 첫 공약 발표 후 29년이 지난 지금 새만금 매립률은 겨우 20% 선에 머물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수도(首都) 이전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후보들이 표를 구걸하며 내놓은 무리한 공약들은 막대한 혈세(血稅)의 낭비를 초래했고 국론 분열과 지역 갈등으로 이어졌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정부 때 이미 가덕도와 밀양 가운데 어느 곳이든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돌아오는 이익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던 사안이다. 그 후 무슨 특별한 사정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다시 신공항 공약을 꺼내 들었다가 수렁에 빠져들고 말았다. 대선 공약은 발표되는 순간 해당 지역 일대의 집값·땅값이 움직이고 수많은 집단의 심리적 기대를 부풀려놓게 된다. 후보들은 사전 조사와 타당성 평가 없이 눈앞의 표만 보고 공약을 내놓는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엔 공약으로 인해 나라가 쪼개지고 분란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그로 인해 다른 중요한 과제를 밀고 나갈 동력(動力)마저 소진되는 걸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백해무익한 일을 정권마다 되풀이하는 것은 정치권의 권력 탐욕(貪慾) 때문이다.
이제 김해 신공항은 내년 예비타당성 조사, 2018~2019년 기본계획 수립 및 설계를 거쳐 이르면 2021년 착공에 들어간다. 장차 영남권 다른 중소 공항과의 수요 중복을 해결하고 충분한 장·단거리 노선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가까운 일본의 신공항들이 겪었던 고민이기도 하다. 기왕에 추진되는 만큼 김해신공항이 영남권을 넘어 중국·일본 공항들과 경쟁하면서 동북아 여객·물류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
작년 1월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신공항 유치 경쟁을 하지 않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바 있다. 유치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벌써 깨졌지만 승복 합의만은 지켜야 할 것이다. 여야는 더 이상 신공항 문제를 내년 대선과 연계된 정쟁의 소재로 삼아선 안 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