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가 쟁의행위(파업) 기간 중
그 쟁의 행위로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그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1953년 3월 노동쟁의조정법이 제정될 때 세계 최초로 등장한 이 조항은
1987년 6·29 이후 노조의 막강한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쟁의행위 기간에 대체근로나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아프리카의 말라위를 제외하곤 없다.
미국은 파업 시 일시적으로 외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금 인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파업의 경우 파업 참가자가 복귀를 거절하면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파업 시 무기계약근로자를 채용,
대체하거나 그 업무를 도급 주는 것이 인정되며,
실제로 도급을 통한 대체근로가 많이 활용된다.
독일에서는 파업기간에 신규 채용, 도급 등의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인정된다.
일본에서는 신규 채용·도급·파견근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인정된다.
한국에서도 사용자와 노조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함으로써
임금을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모든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기간 중
외부 인력을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고 그 업무를 도급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노사관계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견제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가 가능하려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업장 밖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파업을 워크아웃(walk out)이라고 하는데, 파업을 하면 사업장 밖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관련법에서는 주요시설에 대한 직장점거 파업을 금지하고 있으나
주요시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실제로 모든 파업은 직장점거 파업이다.
직장 내에서 시위·농성·소음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지만,
공권력은 사용자가 요청을 해도 개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은 직장폐쇄뿐이다.
직장폐쇄를 해야만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을 직장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외국에서는 직장점거 파업이 불법이므로
실질적으로 직장폐쇄가 파업과 더불어 시작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더욱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은 사법적 판단에 의해서만 확보된다.
노조가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가려 달라고 소송을 하면
판사의 판결에 따라 그 적법성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직장폐쇄가 적법하지 않은 소위 공격적 직장폐쇄로 판결이 나면
사용자 개인은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결정할 때는
판사의 재량권에 따라 공격적 직장폐쇄가 돼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형을 받게 되면 (준)공무원은 해임된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특히, (준)공무원 기관장의 직장폐쇄는 인생을 건 모험이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는 노조보다 매우 불리하며
노조는 이런 상황을 활용해 무리한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
공공 기관장에 의한 직장폐쇄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은
공공기관의 노사관계를 크게 왜곡시키는 원인이다.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위해 외부 인력으로 대체하거나 그 업무를 도급 줄 수 있고,
직장점거 파업을 못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노사관계의 대등성이 회복돼
노동이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 위 칼럼은 문화일보에 기고된 글입니다.
박 기 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kpark@sungsh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