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글로벌 ‘빅5’에서 밀려났다. 5위에서 밀려난 것은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인도의 12월 생산량이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지만 11월까지 인도가 416만6577대를 생산했고 한국 연간 생산량이 422만8536대인 것으로 보아 인도가 5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작년 6월까지만 해도 한국은 219만5843대를 생산해 인도보다 9188대 앞서 5위 자리를 유지했다. 7월들어 누적 생산량이 인도에 밀린 후 월간 생산량마저 매월 뒤졌다. 7월~10월은 현대·기아차 등 한국의 주요 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벌인 기간과 맞물린다. 파업을 마친 11월 생산량은 한국이 41만5106대로 인도의 40만4094대를 다시 앞질렀다. 결국 노조 파업이 한국 자동차 생산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대차에 따르면 작년 현대차 노조의 24차례 파업, 특근거부 등으로 14만2000여대, 3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차의 작년 생산량은 167만9906대로 전년 대비 9.6% 감소했으며 기아차도 9.4% 줄어든 155만6845대에 그쳤다. 한국GM 생산량도 57만9745대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반면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낸 르노삼성과 쌍용차 생산량은 각각 19%, 7%씩 늘었다.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사정은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면 보호무역주의의 광풍이 불어닥칠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생산은 2016년 대비 1.2% 감소한 417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멕시코 등 신흥국과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글로벌 7위인 멕시코와는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생산량 격차가 37만여대에 불과했다.
한국의 5개 완성차업체 평균 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인 9313만원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매년 정례화되다시피 한 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과연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를 만들 때 국민의 눈높이를 보듯이 자동차 노조도 국민이 어떤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귀족 노조’가 한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올해는 들려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조선 : 원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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