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MB)은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한 전직 대통령이다. 76세인 그의 구속에 대해 가족을 빼면 슬퍼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의 구속영장은 206쪽이었다. 단행본 반 권 분량쯤 됐다. 혐의가 너무 많아 검찰이 파헤치느라 고생했구나 싶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부피를 크게 부풀려놓은 것이었다. 대부분은 '다스'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MB를 표적 삼았던 유행어 '다스는 누구 겁니까'에 열심히 응답했다고나 할까.
영장은 다스 비자금 조성, 횡령, 법인세 포탈, 소송비 대납 등을 나열해놓았다. MB가 실소유주여야 성립하는 혐의다. 정황이나 주변 증언은 그렇지만, 법률상 지분 구조로는 그를 소유주라고 할 수가 없다. 그의 지분이 명의 신탁돼 있다면 몰라도, 검찰은 그 증거를 찾지 못했다.
회삿돈을 빼서 그렇게 썼으니 실소유주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걸로 소유관계를 밝힐 수는 없다. 가령 삼성이 회삿돈을 빼서 MB에게 바쳤다고 해서 삼성이 그의 소유가 될 수 없는 이치다. 오히려 그가 나서서 '다스는 내 것'이라며 재산을 찾겠다는 소송을 내도 100% 지게 돼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그의 혐의 증거 자료로 다스가 발행한 수표와 어음 목록, 현금 인출 목록 등을 94쪽에 걸쳐 첨부했다. 다스가 원래 이명박 것이니 그가 사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형사 책임을 논하려면 언제 어디서 썼는지 증거를 내놔야 하지만 그건 빠져 있다. 법인 카드 사용 목록만 1796건이나 된다. 법인 카드는 어떤 목적과 한도 안에서 쓰면 적법하다. 카드 사용 장소는 대부분 음식점이었다. 범죄 사실 증거가 되려면 사용 내역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그건 없다. 법인 카드로 회사 자금을 빼내 집어넣은 비밀 계좌를 갖고 있었다면 검찰에서 이미 다 털었을 것이다. 검찰은 MB의 혐의에 대해 압도적 물량 공세를 폈지만 이런 '기본'이 빠져 있다.
대통령 재임 시절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대목은 "청와대에서 김모 변호사를 통해 삼성 측 제의를 전해 듣고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고 영장에 나온다. 동화(童話) 수준 같지 않은가. 다스 설립에 기여했고 형님 회사이니 그가 관심을 가졌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다스가 MB 소유니까 소송비 대납은 직접 뇌물죄"라고 주장했다. 사실관계에서 어느 쪽이 맞을지는 모르나 '공정한' 검찰이 어떤 틀을 짜놓고 몰고 가는 인상을 준다.
가장 가짓수가 많은 혐의는 2008년 대선 전후로 받은 돈과 관련된 것이다. 불법 선거자금이면 공소시효가 지났다. 검찰은 '뇌물죄'로 엮으려고 한다. 선거 후원 조직의 모 인사가 당선 축하로 선물한 양복까지도 '뇌물'에 들어가 있다. 현실에서는 이 돈을 받아서 어디에 썼는가도 중요하다. 개인 축재를 했는지, 계좌에 집어넣어 살림에 보탰는지, 아마 그랬다면 검찰 계좌 수색에서 다 드러났을 것이다. 결국 정치 행위에 썼을 것이다.
불법적인 돈을 안 받는 게 옳았다. 하지만 현실은 당위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노무현도 대선을 준비하던 시절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관급 공사 발주 건으로 거래했던 얘기를 해당 업자에게 들은 적 있다. 집권 초에는 노무현의 집사가 대기업에서 당선 축하금을 받고 대신 감옥에 갔다.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다. 아마 지금 정권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MB 시절 청와대에 근무한 한 인사는 "당시 재벌 돈을 안 받으려고 했고 사실 안 받았다. 감시도 많았다. 정치권력형 비리가 없었다. 그렇게 노력한 MB가 거짓말쟁이며 비리의 대마왕처럼 됐다. 국민 눈높이가 높아졌지만 검찰의 언론 플레이가 그렇게 만든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현 정권 추종 세력이나 검찰은 세상을 '무균(無菌)의 증류수'로 이해하는 것 같다. 만약 그런 잣대라면 문 대통령의 '원전 중단' 선언은 '직권 남용 및 강요'이며, 선거에 공(功)이 있는 인사에게 공공 기관장 자리를 주는 것은 '뇌물 공여', 어떤 대기업 후원사에 정현 선수를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로 키워달라'는 덕담은 '제3자 뇌물', 비서실장이 누군가와 술 마셨다 하면 '포괄적 뇌물'로 걸 수가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작심하고 훑으면 누구든 비리 인물이나 파렴치범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세상에서 별로 관심 없는 MB까지 구속되면서, 앞으로 전직 대통령의 감옥행은 손쉬운 관례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부터 도덕적으로 흠 없는 인물들이 대통령이 될 리는 없다. 예정된 불행을 막으려면 현행 살인범이나 내우외환죄가 아니면 불구속 재판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나는 MB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 밥 한 그릇 얻어먹은 적 없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휩쓸려 갈 때 그게 꼭 정의가 아님을 기록해두려는 것이다.
영장은 다스 비자금 조성, 횡령, 법인세 포탈, 소송비 대납 등을 나열해놓았다. MB가 실소유주여야 성립하는 혐의다. 정황이나 주변 증언은 그렇지만, 법률상 지분 구조로는 그를 소유주라고 할 수가 없다. 그의 지분이 명의 신탁돼 있다면 몰라도, 검찰은 그 증거를 찾지 못했다.
회삿돈을 빼서 그렇게 썼으니 실소유주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걸로 소유관계를 밝힐 수는 없다. 가령 삼성이 회삿돈을 빼서 MB에게 바쳤다고 해서 삼성이 그의 소유가 될 수 없는 이치다. 오히려 그가 나서서 '다스는 내 것'이라며 재산을 찾겠다는 소송을 내도 100% 지게 돼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그의 혐의 증거 자료로 다스가 발행한 수표와 어음 목록, 현금 인출 목록 등을 94쪽에 걸쳐 첨부했다. 다스가 원래 이명박 것이니 그가 사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형사 책임을 논하려면 언제 어디서 썼는지 증거를 내놔야 하지만 그건 빠져 있다. 법인 카드 사용 목록만 1796건이나 된다. 법인 카드는 어떤 목적과 한도 안에서 쓰면 적법하다. 카드 사용 장소는 대부분 음식점이었다. 범죄 사실 증거가 되려면 사용 내역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그건 없다. 법인 카드로 회사 자금을 빼내 집어넣은 비밀 계좌를 갖고 있었다면 검찰에서 이미 다 털었을 것이다. 검찰은 MB의 혐의에 대해 압도적 물량 공세를 폈지만 이런 '기본'이 빠져 있다.
대통령 재임 시절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대목은 "청와대에서 김모 변호사를 통해 삼성 측 제의를 전해 듣고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고 영장에 나온다. 동화(童話) 수준 같지 않은가. 다스 설립에 기여했고 형님 회사이니 그가 관심을 가졌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다스가 MB 소유니까 소송비 대납은 직접 뇌물죄"라고 주장했다. 사실관계에서 어느 쪽이 맞을지는 모르나 '공정한' 검찰이 어떤 틀을 짜놓고 몰고 가는 인상을 준다.
가장 가짓수가 많은 혐의는 2008년 대선 전후로 받은 돈과 관련된 것이다. 불법 선거자금이면 공소시효가 지났다. 검찰은 '뇌물죄'로 엮으려고 한다. 선거 후원 조직의 모 인사가 당선 축하로 선물한 양복까지도 '뇌물'에 들어가 있다. 현실에서는 이 돈을 받아서 어디에 썼는가도 중요하다. 개인 축재를 했는지, 계좌에 집어넣어 살림에 보탰는지, 아마 그랬다면 검찰 계좌 수색에서 다 드러났을 것이다. 결국 정치 행위에 썼을 것이다.
불법적인 돈을 안 받는 게 옳았다. 하지만 현실은 당위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노무현도 대선을 준비하던 시절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관급 공사 발주 건으로 거래했던 얘기를 해당 업자에게 들은 적 있다. 집권 초에는 노무현의 집사가 대기업에서 당선 축하금을 받고 대신 감옥에 갔다.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다. 아마 지금 정권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MB 시절 청와대에 근무한 한 인사는 "당시 재벌 돈을 안 받으려고 했고 사실 안 받았다. 감시도 많았다. 정치권력형 비리가 없었다. 그렇게 노력한 MB가 거짓말쟁이며 비리의 대마왕처럼 됐다. 국민 눈높이가 높아졌지만 검찰의 언론 플레이가 그렇게 만든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현 정권 추종 세력이나 검찰은 세상을 '무균(無菌)의 증류수'로 이해하는 것 같다. 만약 그런 잣대라면 문 대통령의 '원전 중단' 선언은 '직권 남용 및 강요'이며, 선거에 공(功)이 있는 인사에게 공공 기관장 자리를 주는 것은 '뇌물 공여', 어떤 대기업 후원사에 정현 선수를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로 키워달라'는 덕담은 '제3자 뇌물', 비서실장이 누군가와 술 마셨다 하면 '포괄적 뇌물'로 걸 수가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작심하고 훑으면 누구든 비리 인물이나 파렴치범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세상에서 별로 관심 없는 MB까지 구속되면서, 앞으로 전직 대통령의 감옥행은 손쉬운 관례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부터 도덕적으로 흠 없는 인물들이 대통령이 될 리는 없다. 예정된 불행을 막으려면 현행 살인범이나 내우외환죄가 아니면 불구속 재판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나는 MB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 밥 한 그릇 얻어먹은 적 없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휩쓸려 갈 때 그게 꼭 정의가 아님을 기록해두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9/20180329034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