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국회의장단과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에게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청와대가 공식 초청을 발표한 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국회의장단도 1시간여 만에 "정기국회에 전념하기 위해 가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초청한 9명 중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만이 평양 동행에 응했다.
이날 국회의 퇴짜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청와대는 야당과 아무런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초청 발표를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상회담에 함께해 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린다"면서도 "아직 (당사자들에게) 설명드리기 전"이라고 했다. 초청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먼저 충분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인데 거꾸로 됐다. 정상회담 1주일 전에 이런 민감한 이슈를 툭 던져 놓으면 정말 야당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국회의장단은 물론 야당 대표들까지 남북 정상회담의 수행단 일부를 꾸리듯 하는 발상으로 접근하니 퇴짜를 맞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국회의장은 이미 여러 차례 정상회담과는 별도의 남북 국회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이를 무시하고 국회의장에게 사실상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는 모양새를 요구했다. 오죽하면 여당 출신 국회의장 측에서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청와대가 무례하다"는 날 선 반응이 나오겠는가.
청와대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남북 이슈는 절대 선(善)이라고 믿는 듯하다.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해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냥 따라오라"는 식이다. 정상회담 전에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한 것만 봐도 그렇다.
북한이 핵 신고서 제출 등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는 것을 지켜봐도 늦지 않는데, 굳이 국회에 분란의 소지를 제공한다.
자신들이 밀고 가는 정책 방향에 대한 이 정부의 자기 확신은 경제, 통일·안보 할 것 없이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남북 관계 발전은 국회 뒷받침 없으면 한 걸음도 떼기 어렵다는 충고 역시 이 정부 귀에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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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0/20180910033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