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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소식

악연(惡緣)






생전에 지은 자신의 정업을 질머지고,
홀로 떠나는 먼 윤회의 길에서
초심의 유자진경(有字眞經)에서
무심의 무자진경(無字眞經)을
깨달아야 한다.
무자진경은 무엇인고?
마음을 비우고, 천지와 일월성신을 우러르라.
온 우주, 산하대지가 비로자나 진법신으로써
상주설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제불보살의 생멸(生滅)의
낙처를 깨닫게 되리라.



  

악연(惡緣)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치악산의 하늘에 일진광풍이 불어 닥치고 흑운이 유령처럼 몰려왔다. 구름사이로 뇌공(雷公)이 천고(天鼓)를 두두리는가, 섬찍한 우레소리가 도처에서 울려대었고, 뇌공의 반려자인 전모(電母)는 뇌공에 뜻을 받을어 공포의 번개를 치기 시작했다. 우르르 쾅!….

인간을 포함한 하계의 중생들은 무더위에 기진맥진으로 절규하다가 소나기가 쏟아져 환희작약의 춤을 추어대고 싶은 심정이나, 그러나 워낙 뇌공과 전모의 미친듯한 활동으로 하계의 중생들은 죽음의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을 것이다.

토굴속에 홀로 좌선자세로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충만한 소리를 관하고 있던 나는 뇌공과 전모의 극성스러운 소리에 눈을 떠 토굴의 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장대비를 묵연히 보고 있었다. 그 때 어둑어둑한 시야에 토굴로 뛰어오는 냠녀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황급히 토굴문을 두두리는 소리가 난다. 주인을 찾는 남녀의 음성이 번갈아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비에 흠벅젖은 젊은 남녀가 고개숙여 인사하며 비를 피할 곳을 청한다. 나는 흔연히 남녀를 방에 안내하고 시원한 차를 대접하였다. 남녀는 차를 마시며 거듭 고개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윽고 젊은 남자가 어렵게 입을 떼었다.
"등산을 왔는데 비를 만났습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저희에게 법문을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젊은 여자가 이어서 말했다.
"저희는 곧 결혼을 하게 되어요. 백년해로 할 수 있도록 법문을 부탁드려요.

나는 두 남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구름이 인연따라 산봉우리에 잠시 머물렀다 가듯이, 결혼을 해도 10년을 가지 못해 이별해야 할 인연이었다. 불가에서 남녀간에 혼인하여 부부가 되는 인연은 오백생의 지중한 인연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그 오백생의 인연도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길에 헤어져 남남이 되는 작금의 현실이다. 죽도록 사랑했던 남녀의 그 마음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질되어 버린다. 오히려, 남이 되어 오히려 만나지 않았아야 할 악연이 되어 서로 원망을 퍼부어대는 일이 부지기수이지 않는가. 또,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이별의 고통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인연을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직 그들의 잔에 차를 가득 부어주며 확인하듯 물었다. "진실로 법을 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잠시 편히 쉬었다가 가시기 위한 것이오?"

두 남녀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장차 부부의 인연을 맺을 저희에게 교훈적인 법문을 꼭 부탁드려요."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진실로 법을 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제 두 사람에게 "한 생각"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이 된 실화를 들려드리겠소."
그 때 나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듯이, 뇌공과 전모는 산악이 깨져라 뇌성과 함께 번개를 쳐대았다. 우르르쾅!...콰쾅!...두 남녀의 얼굴에 번개불빛이 스치고 눈에 공포가 가득 어렸다.

第1話, "물에 빠져 죽은 우정"

"내가 40대 초반, 전남 무위사(無爲寺) 절의 주지로 재직할 때 목격했던 이야기라오. 어느 군단위의 소읍의 초등학교 동창생 가운데 가장 절친한 친구 사이가, 어느 날, "한 생각"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악연으로 변하고 말았다오."

박종규, 김민수, 채인철,오영근 네명은 40대 후반으로써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그 네명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막역하여 네것 내것이 없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들이었다.

어느 화창한 봄 날, 꾀많은 박종규의 제안으로 각기 부인들 몰래 다른 남자의 부인들을 꼬득여 바다낚시 겸 즐기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네 친구는 낚시 도구와 배안에서의 먹거리인 소주 등을 잔뜩 등에 짊어지고 앞서 걸었다. 네 친구는 뒤따르는 여자 네 명을 흘깃흘깃 훔쳐 보며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다투워 마소(馬牛)처럼 벌쭉 벌쭉 웃어대었다. 남자들의 뒤에는 짝을 맞춘듯이 네 명의 40대 중반의 여자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연신 수다를 떨며 남자들의 뒤를 따랐다.

오영근이 박종규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가장 예쁜 여자는 누구라고 보는가?"
박종규는 입가에 손을 가리고 나직이 말했다.
"빨간 상의를 입은 이미경이라구 내가 점찍어 놓았어. 자넨 욕심내서는 안돼 알겠지?"
이 소리를 들은 등에 잔뜩 짐을 짊어진 김민수가 성난 목소리로 나직히 말했다.
"누구 맘대로 점찍는다는 겐가? 어림도 없지."
오영근이 성난 얼굴로 쏘듯이 말했다.
"배안에서 여자들이 남자를 선택하게 하자구? 암 여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자고."
잠시 박종규는 난색을 보였다. 그러나 박종규는 이내 자신감을 갖고 수다를 떨며 걸어오는 여자들 가운데 이미경을 탐욕스럽게 훔쳐 보는데, 소심하고 궁색해 보이며 얼굴에 근심이 어린 채인철은 묵묵히 앞만 보며 무관심의 표정으로 걸을 뿐이다.

그들은 작은 포구에 도착하여 소형 낚시배를 세내어 빌렸다. 만고풍상을 겪어보이는 60대 중반의 배 선장은 부부들이 아닌 남녀들이 재미 보려는 수작에 내심 비웃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배에 승선했고, 배는 바다를 향해 출항했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지경에 오자 말잘하는 박종규가 야유회에 사회를 보듯이 어색해하는 여자들에게 유쾌하게 말했다.
"자, 숙녀여러분, 여기는 묻지마 관광버스는 아닙니다. 통통배의 낚싯배이지만, 호화요트로 알고, 우리는 완전한 보안속에 하루를 부담없이 즐깁시다. 우리는 초면이지만, 부부처럼, 연인처럼, 하루를 재밌게 보냅시다. 동의하시죠? 동의하는 뜻에서 박수 한 번 부탁합니다."

배는 통통거리며 계속 파도를 헤쳐 약진해나가는 속에서 갈채가 쏟아졌다.
모두 배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박종규가 서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또-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신 숙녀분들을 위해 저희는 죽어라 바다고기를 낚시로 잡아 올리겠습니다. 싱싱한 자연산 회와 술을 많이많이 마셔 주십쇼. 즐거운 뒷마무리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아셨죠? 즐거운 마무리?"
박종규는 "즐거운 마무리"라는 말에 힘을 주며, 여자들을 향해 왼쪽 눈으로 윙크를 보내었다. 여자들의 볼에 홍조가 스쳤다.

그때, 김민수가 손을 들어 외쳤다.
"긴급동의요!"
박종규는 여자들 앞에 거만스럽게 보이며 퉁명하게 말했다.
"뭬야?"
오늘 우리가 숙녀분들을 만난 것도 지중한 인연이 아니겠나? 짝을 맞추었으면 하는디, 숙녀분들에게 우선권을 주었으면 하는디. 여러분은 어더쇼?"
박종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때 여자들로부터 지지한다는 합창과 동의의 박수가 터졌다. 박종규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일순, 이미경에게 호소하듯이 안타깝게 건네 보았다. 이미경은 싸늘히 외면했다.

드디어 여자들에게 파트너의 간택권이 주어졌다. 눈깜짝 할 사이에 여자들은 인연따라 남자를 택해 버렸다. 이미경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박종규, 김민수, 오영근의 세남자는 아연실색해버렸다.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듯 근심어린 얼굴로 바다를 응시하듯 보는 채인철을 이미경이 간택한 것이다. 이미경은 예쁘게 활짝 웃으며 채인철의 옆에 앉아버렸다. 특히 박종규의 눈에서는 시퍼런 불빛이 스치는 것 같았다.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물고기를 낚아 올리면 짝인 여자들은 와 손뼉을 치며 성원의 환호 소리를 질러대었다. 싱싱한 회가 마련되었다. 남녀는 뱃다닥에 앉아 제짝들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 회를 초장과 와사비가 있는 간장에 찍어 안주로 먹었다. 박종규가 힐끗보니 이미경이 채인철에게 술잔을 건배하더니 자신의 젓가락으로 회를 초장에 찍어 채인철의 입안에 넣어주는 것이 아닌가! 채인철은 만족히 웃으며 답례로 술을 따루어 이미경에게 권한다. 이번에는 채인철이 자신의 젓가락으로 회를 초장에 찍어 이미경의 입안에 넣어준다. 이미경은 행복한듯 채인철에게 곱게 웃어주었다. 다정하기가 이를데 없다.

박종규의 눈에 시퍼런 불이 켜지고, 이를 부드득 갈아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박종규의 내심은 격분하여 이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저런 척 죽일놈이 있나, 초등학교 때부터 저놈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차지한단 말씀이야.) 오영근과 김민수가 박종규에게 술잔을 건네는 척 하면서 여자들 귀에 들리지 않게 신경 쓰면서 화를 돋구는 소리를 했다. "죽쑤어 개준다는 속담아냐? 우리가 돈들여 놀이를 마련하고 결국은 채인철 좋은 일만 한게야? 자네와 우리는 흠벅 마시세. 우리에게도 꿩대신 닭들이 있지 않나?"

박종규는 분해서 소주잔을 연거퍼 비웠다. 급취를 하니 박종규는 더욱 분한 마음이 되었다. 박종규의 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채인철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 안주를 입안에 넣어주는 이미경은 연신 소리내어 웃는데 진짜 금슬좋은 부부같았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배는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있었다. 갈매기 한 마리가 불길을 경고하듯이 소리를 지르며 배위를 스쳐지나갔다. 갈매기의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면, 분명 갈매기는 배위의 인간들에게 곧 벌어질 비극에 대한 경고를 했을지도 모른다.
남녀 모두 술에 만취된 상황이 되자 각기 파트너 끼리 껴안고 키스를 나누기도 하는 점입가경(漸入佳境)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때 채인철이 일어나 낚시대로 큰고기를 잡아 이미경을 보며 외쳤다.
"이 여사, 내가 제일 큰고기를 잡았어."
채인철이 낚은 고기는 지금까지 일행이 잡은 고기 가운데 제일 큰 것이었다. 이미경이 박수를 쳐대며 환호의 소리를 지르더니 채인철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제일 큰고기를 잡았어요. 어서 횟감으로 만드세요."

채인철은 살려고 몸부림을 치는 물고기를 힘주어 붙잡아 도마위에 올렸다. 이미경은 기뻐 손뼉을 쳐대며 환호성을 질러대었다. 채인철은 이미경의 환호에 고무되어 회칼을 집어 들었다. 그 때, 물고기의 언어, 표정을 읽을 수 있는 현자가 있었다면 물고기의 부릅 뜬것같은 눈, 가쁘게 호흡하며 오물거리는 입에서 절규와 저주를 들을 수 있었으리라. 어쨌거나 채인철이 회칼로 물고기를 몸을 회치려 할 때, 돌연 박종규가 안고 있던 여자를 무정하게 밀치고. 벌떡 일어나 채인철에게 온 배안이 떠나가라 외쳤다.
"안돼! 그 물고기는 회쳐서는 안돼!"

회칼을 잡고 있던 채인철은 일순 멍하여 박종규를 쳐다 보았다. 이미경, 김민수, 오영근과 여타 여자들도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놀란눈이 되어 채인철 앞에 우뚝 서 있는 박종규를 응시했다. 채인철은 쪼구리고 앉아 다른 한 손은 도마 위의 물고기를 회치려다 주춤하고, 역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종규를 올려 보았다. 채인철이 박종규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왜 안된다는 것이지? 응?"
박종규가 외치듯 말했다.
"인철이 자네 아버지 제사가 가깝지 않는가!"
"우리 아버지 제사날 하구 이 물고기가 어쨌다는 거야?"
"자네 가정형편이 어려운데 그 물고기는 여기서 먹지 말고 집에 가져가 부친 제사날에 쓰라는 말이야."

가정형펀이 어렵다는 말에 채인철의 얼굴이 일순 벌개졌다.
"자다가 봉창 뚫듯이 무슨 말이야?"
"자네는 부친제사 때 고기도 살 수 있는 형편이 못되잖나. 그 물고기를 제사 때 쓰라는 내말을 못알아 들어?"
박종규는 채인철에게 아니 이미경에게 들으라는 듯이 이미경의 얼굴을 보고 외쳐대었다. 이미경의 안색이 곤혹 스러워졌다. 채인철은 박종규의 모욕주는 말뜻을 깨닫고 격분에 더욱 얼굴이 벌개졌다. 회칼을 든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채인철은 애써 마음을 다잡는 듯이 인내의 표정을 보이며 힘껏 잡았던 회칼을 도마 위에 던져 버리면서 원망하듯이 박종규에게 말했다.
"자네 내 친구 맞아? 왜 그래? 취했어? 숙녀앞에서 무슨 추태인가?"

박종규는 으르렁 거리듯이 되받았다.
"야, 이자슥아, 좋은 물고기 니 형편 어려우니 니 애비 제삿날에 쓰라는 말이 뭣이 기분 나쁘냐?
채인철이 분해서
"나쁜 새끼, 여자 앞에서 고의적으로 나를 망신주려는 네 심보를 모를줄 알아? 너 죽고 싶냐?!"
순식간에 채인철이 일어나 박종규의 멱살을 힘껏 잡았다. 박종규도 지지않을세라 채인철의 멱살을 힘껏 잡고서 흔들며 외쳤다.
"허구헌날 돈 없어 술얻어 먹는 놈이 눈치코치 없이 이쁜 여자나 차지하고 양보할 줄도 모르구... 양아치 같은 새끼!"
박종규의 입에서는 다시 담을 수 없는 막말이 쏟아졌다. 채인철은 양아치라는 말에 심화로 온몸을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채인철은 일순 이미경을 안타깝게 건네 보았다. 이미경은 실망스러운 듯 외면 했다. 채인철은 절망감에 절규하듯이 부르짖었다.
"너 이 새끼, 오늘, 너죽고 나죽자."

순식간에 채인철은 박종규의 멱살을 잡아끌고 바다속으로 뛰어들었다. 배안의 일행들은 만취된 상태였고, 채인철의 빠른 행동을 제지할 수가 없는 속수무책이었다. 물론 여자들도 만취되었다. 거듭말해 불교용어로 자타일시 대취하여 제몸조차 못가누는 실정이니 그 누구 만경창파에 뛰어들어 친구들을 구조할 수 있을까. 취하지 않은 갈매기만 욕설을 퍼붓는가, 소리를 질러댈 뿐이었다. 박종규, 채인철은 서로의 멱살을 잡은 채 바다속에서도 서로 욕설을 퍼붓고 싸우는 듯 하더니 급기야는 바다속 깊이 흘러 들어가고, 횟감대상인 물고기들의 밥이 되는 신세로 전락해갔다.

이야기의 결론은 날, 배안에 동승하여 대취한 남녀들은 선장의 신고에 따라 모두 경찰서에 연행되어 강도높은 조사속에 강력하게 부인하였으나 목격자인 선장이 분풀이하듯 증언을 해버렸다. 경찰의 조사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작은 군단위에서는 매양 화제가 빈궁하던차에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다. 경찰서에서 나오는 남편의 귀때기를 잡아끌고 가는 부인네들, 경찰서에서 나오는 부인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가는 남편들의 모습에서 화제는 절정을 이루었다. 그 사건아후, 소읍의 결혼한 젊은 남자들은 자나깨나 부인을 감시감독 해대고, 심지어 8순에 이른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상호 감시하는 불행한 환경까지 돌변하여 모두 애를 먹었다는 설이 있다.

박종규와 채인철의 사체는 어떻게 되었을까? 해경과 어부들이 무진 애를 썼으나 두 달이 다 되도록 오리무중이었다. 도대체 두 초등학교 동창생은 어디메로 간 것일까? 어느 날, 경찰 한 사람이 나를 찾아와 애로를 실토했다.
"그 두 사람, 혹시 용왕님이 붙잡고 있는 것일까요?"

나는 차를 대접하며 이렇게 말했다."용궁이 있다는 말은 다 사기요. 물고기들이 잔치를 벌였을 거요."

마침내, 두 사람의 사체는 두 달 후 진도(珍島), 어느 섬의 해변가에 파도에 밀려 나타났다. 철썩이는 파도가 밀어내는 사체를 보니 물고기들이 다 뜯어먹어 깨끗히 해골만 남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골은 그 때도 서로 두 손으로 상대의 목을 쥐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부터 친구인 그들이 어찌 그리도 순식간에 돌변하여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이 되고 말었을까. 나는 그들의 해원상생을 위해 반야심경을 낭송하면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서로의 목을 쥐고 있는 해골의 손을 뜯어 내었다. 서로 손가락의 뼈가 부서져서야 떨어졌다.

나의 이야기가 끝나자 청년이 안타까운 얼굴로 질문해왔다.
"스님, 그들은 그렇게 죽으라는 정업을 타고 났을까요?
"아니오. 그 정업은 얼마던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오. 욕망이 자신들을 망친다는 깨닫고 "한 생각"을 돌릴 수만 있었다면 그런 악연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을거요. 그 한생각은 지혜요. 두 분도 인생을 지혜롭게 살피어 악연과 불행을 자초하지 마시오? 알겠소?"

토굴 밖에서는 여전히 뇌공과 전모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갑자기 여자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비가 쏟아지는 유리창 밖의 번갯불빛속에 두 친구의 해골이 서로 목을 죄며 싸우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고, 서로 원망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요. 비가 그치고 저희들을 보내주세요. 네? 우리가 쉴 수 있는 방을 하나 주세요. 제발요..."

나는 사랑하는 남녀를 위해 찻잔에 차를 가득 따라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승은 폭우로 길이 막힌 중생에게 따뜻한 차와 공양과 방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어느 고준한 법문 보다도 가장 현실적인 보시일 것같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자네들은 인연이 다해 헤어지게 될거야... 그래서는 안되는데.... 결국 고해는 한바탕 꿈이고, 슬픈 세상이라네...) ◇


이법철(bubchul@hotmail.com)






혁신학교? 혁신은 개뿔! 애들 학력만 퇴행중! 교무실 커피자판기, 교사 항공권 구입에 물 쓰듯...특혜 불구 학력은 뒷걸음 일반학교에 비해 연간 1억4,000~1억5,000만원을 특별히 지원받는 서울형 혁신학교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특별예산(학교운영비)으로 교사실의 각종 책장이나 가구를 구입했고, 수백만원을 들여 학습자료 저장용 USB와 외장하드를 사서 나눠 갖은 사실도 밝혀졌다. 교무실 커피자판기를 구입하는데 특별예산을 쓴 혁신학교도 있었다. 이밖에도 여직원 휴게실 가스보일러 교체, 부장교사 워크숍 항공권 구입, 교직원 전체 체육복 구입 등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곳에 특별예산을 물 쓰듯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에 대한 선심성 예산 집행 정황도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학생 티셔츠 구입, 진공청소기 구입 등에 특별예산을 수백만원씩 사용했다. 학생들의 생일축하용 떡케익 구입비용으로 매달 70~90만원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 반면 서울형 혁신학교의 학력은 일반학교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서울시교육청이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에게 제출한 2012년 혁신학교 정산서 통합지출부를 통해 밝혀졌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곽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