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 불교미술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가서 직접 참관한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이번에 나는 순례단의 일원으로서 그 곳을 직접 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간다라 여행을 간다고 하니까 몇 년 전에 이미 다녀오신 분으로부터 불자라면 라호르박물관에 가서 부처님 고행상을 꼭 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인솔자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일정까지 변경하며 라호르박물관을 가게 된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라호르박물관에는 간다라의 불교미술과 인더스강 주변의 출토품,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중국의 도자기와 비단, 파키스탄 각지의 민속의상, 무갈 제국의 예술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러한 전시품 중에서 부처님의 고행상은 중앙홀 왼쪽 끝 진열장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높이 약 80cm의 좌상은 뼈와 가죽만 남고 혈관이 간신히 붙어있는 모습인데 유독 눈망울은 빛이 나는 듯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불상을 보면서 무어라고 말할 수 없는 가슴의 뭉클함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 앞에 한동안 서 있는 동안 수많은 취재진들이 이런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대고 있었다. 우리는 목탁소리에 맞추어 반야심경을 소리 높이 독송하고 삼귀의례를 올린 다음 그 자리를 떠났다. 부처님은 6년의 고행 끝에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깨달음을 얻으시며 당신의 그 거룩하신 모습을 우리 중생들에게 보여주셨으니 고마울 뿐이며 그래서 우리는 석가모니 부처님께 찬탄의 예를 올린 것이다. 파키스탄은 비행기추락사건, 탈레반의 폭탄테러, 치안불안 등이 연일 TV뉴스에 오르는 나라이다. 그래서 여행오기 전 날에 유서를 써놓으면서 부처님 나라에 가는데 신장님 도와주세요, 하고 기도했었다. 마지막 일정인 스와트를 가야하는데 위험하다는 지역이라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마음이 불안했다. 험난한 산길을 지나 스와트로 가는 도중에 부처님이 태어난 곳을 지날 때는 우리를 환영하듯 갑자기 무지개가 환하게 떠 매우 기뻤다. 이슬라마바드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끝내고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쉴 수가 있었다. 파키스탄 정부의 초청과 후대에 크게 감사한다. ※ <대불총회보>(제21호) 4면에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