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계는 80년 10월 27일에 일어난 소위 ‘10,27법난’ 바꿔말해 경신법난(庚申法難)을 영원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법난 때 피해를 입은 승려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소위 28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10,27 법난 특별법’제정의 법안이 두명의 여성의원, 즉 한나라당 안명옥의원과 통합신당의 윤원호 의원의 발의로 오는 2월 임시국회에 상정되는 것 같다. 국회의 통과는 희망적이라고 한다. 그간 추진진위원회의 승려들(위원장 법타)에 대하여 만강(滿腔)의 경탄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계엄군에게 억울하게 강제연행되어 고통받은 승려들이 원하는 명예회복과 보상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10,27 법난특별법을 발의한 두 의원의 목적은 피해자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보상을 통한 인권신장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 하는데 있다고 천명했다.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면, 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한다고 한다. 두 의원의 법안에 대해 조계종을 대리하는 김봉석 변호사는 1), 10 27법난의 정의를 80년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로 한정하지 않고, 80년에 국가기관에 의해 불교계에 가해진 모든 탄압행위를 포함. 2), 조계종 자체가 받은 명예회복 조치와 보상을 포함. 3), 승려 개인에 대한 보상은 민법이 아닌 불교계의 사자상승 전통반영. 4), 10,27 법난 사료관 및 역사공원 조성 등의 보상 조치. 5), 45계획의 최종적인 입안자 및 명령, 지시자 등을 밝히는 추가 진상규명 등을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두 의원은 김 변호사의 의견을 적극반영 하겠고, 당시 파면된 공무원도 피해자에 포함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언명했다. 한편 10, 27법난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반열(班列)을 함께하여 학생의 교과서에 게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승려도 있다. 회고한다면, 10, 27법난은 왜 일어났을까? 권부의 이교도가 불교를 망치려고 작심했을까? 누가 기폭제(起爆製)요, 기원(起源)노릇을 했을까? 10, 27 법난 당시에 나는 조계종 총무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78년 10월 10월 14일자로 당시 李性壽 총무원장으로부터 조계종의 기관지인 ‘大韓佛敎新聞社’ 편집국장으로 임명받아 근무하다가, 80년5월, 총무원장이 송월주스님으로 바뀌는 바람에 사회국장으로 보직이 변경 되어 있었다. 10, 27일 오전 10시40분경, 조계사 법당 옆 종각쪽에 대형버스에는 보안사 요원들에 의해 당시 총무원장 송월주스님과 총무원 부국장 등 간부들과 조계사 주지 등이 겁먹은 표정으로 모두 타고 있었다. 그날, 나를 제외한 총무원과 조계사 간부 46명은 그 버스를 타고 보안사의 수사기관인 서빙고 별관으로 직행했다. 법난의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법난의 기원과 책임자에 대한 소견(所見)이 있을 수 있다. 법난의 기원은 총무원의 종권과 이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일부 정치승들의 투서, 진정의 농간이었다. 당시 서울은 박대통령의 어이없는 유고와 함께 둑이 터지듯이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과 시민들이 시가지를 무법천지로 휩쓸었다. 서울 각 대학의 수많은 학생들은 학교의 기(旗)를 앞세우고 시가지에 쏟아져 나와 민주화의 함성과 함께 마치 무법천지를 방불케 하였다. 이어서 518광주항쟁이 일어났다. 군인이 아니면 도저히 진정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회환경이 되어 있었다. 계엄사에서는 사회정화를 부르짖고 나섰다. 계엄사의 합동수사본부장은 노태우 보안사령관이었다. 강직하고 불심깊은 盧합동수사본부장에게 역사의 시험대가 목전에 닥쳤다. 같은 불교를 믿는 일부 정치승들의 농간이었다. 오래전부터 일부 정치승들은 자신들의 목적인 종권과 이권을 위해서 정적의 정치승들을 죽이기 위해 차도살인(借刀殺人)의 비법을 써왔다. 남의 칼로 적을 죽이는 모략이다. 역부족한 자신들의 힘이 아닌 국가권력을 이용하려고 부단한 획책을 해왔다. 권부에 상소(上疏)같은 투서, 진정을 해온 것이다. 일제의 총독부 시절에는 총독에게, 대한민국 건국후에는 이승만 대통령을 위시하여 역대 대통령에게 무시로 진정, 투서를 해왔다. 투서, 진정에 이골이 난 정치승들의 눈에 사회정화를 선언하는 계엄사의 합동수사본부를 외면할 리가 없다. 더욱이 합동수사본부장은 불심깊은 노태우 보안사령관이지 않는가. 일부 정치승들은 불심깊은 盧합수본부장을 이용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진정, 투서를 했다고 한다. 불심이 깊을 수록 불교계의 부정부패를 용인하지 않고 척결에 나설 수 있으리라는 치밀한 계산에서였다. 일부 정치승들의 혹자는 甲의 죄상을 열거하며 甲을 정화해야 한다고 투서, 진정하고, 혹자는 乙이야 말로 불교를 망치는 자라고 정화를 촉구하며, 혹자는 甲乙이 모두 정화대상이라고 읍소(泣訴), 맹촉(猛促)했다. 일반사회의 대다수 학생과 시민들은 민주화를 위해 죽고, 부상당하고, 투옥되고, 최루탄과 진압봉으로 무차별 타작의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일부 정치승들은 갈치가 제 꼬리 베어 먹듯이 권부의 힘을 빌어 정적을 치려고 환장을 했다. 불심깊은 盧합동수사본부장은 불교의 집안의 허물을 들추어 내서는 안된다(不得揚於家醜)를 생각하며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전한다. 주저하여 결행하지 못하는 盧합동수사본부장을 향해 일부 정치승들은 비난 하기도 했다. 왜 불교정화를 하지 않느냐, 진짜 불자라면 집안의 도적들을 청소해줘야 옳지 않느냐, 사회정화를 하겠다는 것은 공염불이요, 탁상공론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주저하고 또 주저하며 고심하던 盧합동수사본부장이 마침내 불교정화의 결단을 내리는 투서, 진정이 들어왔다. 존경하는 불교정화의 기수인 李 某 종정스님이 둔기 타격에 의해 암살되었으니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마침내 盧마합수본부장의 불교정화 명령은 내려졌다. 일부 정치승들의 농간에 불심깊은 盧합수본부장이 걸려들었다. 합동수사본부의 명령을 받은 합수단(合搜團)은 ‘불교계 정화수사계획-45계획’을 수립했다. 불교정화를 하려는 군불교인들은 사전에 조계종의 고승들을 일일이 예방하여 정화를 해야 하는가, 아니해야 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자문했다. 자문을 해주는 고승들 대다수가 불교정화를 환영하고 독려했다. 마침내 불교계의 민심이 정화쪽이라는 것을 盧합수본부장은 확인했다. 종로 경찰서 건너편의 전통한옥 운당여관(雲堂旅館)에 ‘45계획’의 살생부를 만들기 위해 군불교인들이 비밀 회동했다. 보안사 양 모 소령, 그리고 육군, 해군, 공군의 고참 군법사들이 전국적으로 수사대상자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만든 살생부에 의거, 합수단은 전국 지역 보안부대장에게 당해 지역의 사암(寺庵)을 수색하여 정화대상자와 간첩의혹을 받는 불순대상자를 체포 연행하도록 명령 하달했다. 80년 10월 30일,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군사작전이 불교계를 향해 시작되었다. 3만 2000여명의 군경이 전국 5731개 사암에 무장하여 들이닥쳤다. 군화발로 법당을 침범하고 원로스님을 포함한 전체 승려들을 집합시켜 모욕과 공포분위기의 조성속에 의혹의 대상자는 강제 연행했다. 법원의 영장없이 전국 사찰을 총검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강제수색하고, 강제연행 한 것은 제아무리 계엄시라고 하지만, 우리 역사에 전무후무할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인생만사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대이다. 28년이 지난 작금에는 그날의 불교정화의 피해자들이 국회를 움직여 그 날의 불교정화에 나선 군불교인들에 대해 단죄에 나섰다. 그러나 10,27 법난의 기폭제요, 기원을 제공한 일부 정치승들, 불교정화는 옳다며 군불교인들에게 촉구, 독려, 자문을 해준 일부 고승들은 뒤바뀐 환경에 재빨리 카메레온처럼 변신해버렸다. 나는 전혀 모른다며 손가락으로 盧합수본부장만 가리키며 오히려 비난에 나서기도 했다. 이제와 결산하면, 盧합수본부장을 위시하여 군불교인들만 일부 정치승들과 자문을 해준 고승들에게 철저히 농락당하고, 불교를 망친 자들이라는 역사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盧합수부장은 군복을 벗고, 장관으로 재직시에 총무원장을 예방하며, 10, 27 불교정화는 자신의 독단이요, 책임자라고 고백하며 절실히 후회했다고 전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불연이 깊다. 소년시절부터 파계사의 고송노스님에게 불교를 배웠다. 소년시절 같은 또래의 승려의 벗과 변함없이 우정의 교분을 돈독히 하고 있다. 팔공산에 산재한 사암에 시원히 아스팔트 길을 만들어 준것을 위시하여 직지사 등의 수많은 사찰 발전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협조해준 것을 불교계에 주지하는 바이다. 평생을 어느 수도승 못지않게 예불하고, 참선하며 간경에 게을리하지 않고 오직 불심으로 살고 있다. 불심천자(佛心天子)라는 별호까지 붙은 그가 평생에 단 한번의 실수, 일부 정치승들의 농간에 기만당하여 불교계에 큰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그의 이름자 처럼 크게 어리석은(泰愚)짓을 범하고 만 것이다. 부처님만이 노태우 대통령의 불교중흥을 위한 단심(丹心)을 알고 계실 것이다. 조계종에는 2만명 가까운 승려들이 있다. 대부분이 출가본연의 목적인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에 심신을 바치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무소유속의 수행자속에 사자신충(獅子身蟲)같이 한국불교를 망치는 일부 정치승들은 존재한다. 그들은 성불보다도 종권과 이권을 얻기 위해서는 지옥의 악마라도 손을 잡고, 악마에게 투서, 진정의 농간을 부릴 수 있는 자들이다. 그들은 이명박 정권을 향해서 종권과 이권을 위해 투서, 진정을 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위정자나 청와대, 행정부, 입법부 등에 일부 정치승들이 선동의 부채질을 할 수도 있다. 농락당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불교의 영원한 진리는 대자대비이다. 일부 정치승들의 농간으로 盧합수본부장의 일편단심 불교중흥을 위한 원력은 역사의 씻을 수 없는 죄악의 업보가 되어 버렸다. 이제 그날의 盧합수본부장은 병이 깊은 노구(老軀)로 병석에 누워 고통속에 신음하고 있다.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노 전대통령을 감싸 주었으면 한다. 또한 10, 27법난을, 한국불교의 영원한 교훈으로 삼아 두 번 다시 같은 불교인들이 상잔(相殘)하는 시대를 마감하였으면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