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배수지 공사장 참사(慘事)는 안전 불감증과 인명경시 풍조가 빚은 인재(人災)중에서도 가장 어이없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에서 상수도관 부설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급작스레 불어난 한강물에 수몰(水沒)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6일 오전 현재 7명이 사망·실종된 상태다. 사고 당시 이들은 노량진 배수지와 흑석동 상수도관을 연결하는 깊이 40여m 지하 작업장에 있었다. 사고는 오후 5시 30분쯤 상수도관 쪽 맨홀을 통해 연일 쏟아지는 큰비로 불어난 한강물이 순식간에 유입되면서 일어났다.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는데도 한강 바로 옆에서 지하(地下)공사를 강행한 것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2011년 9월 시작된 이 공사는 완공 예정일이 내년 4월이어서 굳이 그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큰비가 오면 공사를 중단하고 위험요소를 더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안전수칙만 지켰더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기본을 무시한 시공·하청업체의 책임이 무겁다.
큰비가 오면 일반인도 집안 주위를 둘러보며 안전을 점검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관련 기관·조직들은 이 공사장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발주 기관인 상수도사업본부의 관리·감독 책임이 가벼울 수 없는 이유다.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폭우 속에서도 공사를 강행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니 더욱 한심하다. 한강 주변의 시설물 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번 사고는 시공사·하청업체는 물론 서울시의 직무유기가 희생자들을 사지(死地)로 내몬 것이나 다름없다. ‘간접 살인’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수사당국은 책임을 철저히 가려내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가 며칠간 더 계속된다는 기상청의 예보도 있는 만큼 관련기관들은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