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불교, 치마불교가 사라질 것이다. 보시불교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사찰 유지는 물론 신행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찰이 ‘가치’있는 실천에 나서야 신도들이 참여할 것이다.” 부산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의 현실 인식은 ‘불교는 위기’이다. 지난 2월 1일 단위사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삼광사 주지에 취임한 지 6개월여 만인 7월 25일, ‘힐링광장’을 출범시킨 이유다. “산문으로 신도들이 오는 것은 이제 한계에 다달았다. 산문 밖으로 나가야 한다. 중생이 부처를 찾기 전에 부처가 중생을 찾아나서겠다는 의지를 모으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틀로 구상한 것이 힐링광장이다.” 힐링광장은 넓은 마당이다. 기존의 치마불교를 ‘참여불교’로 바꾸고 나눔과 기부, 요즘 대세인 힐링을 실천할 수 있는 모임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 힐링광장은 모두 17개 모임이 엮였다. 힐링다문화지원단, 힐링육아돌봄사업단, 힐링국제봉사단, 힐링녹색자연지킴이단, 힐링법률자문단, 힐링재난극복긴급구호단, 힐링예술사업단, 힐링색소폰합주단, 힐링재능기부단, 힐링템플스테이사업단 등 흩어져 있던 다양산 단체를 한 바구니에 담아 상호 연대해 어린이, 청소년, 법률, 의료, 국제, 봉사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했다. 25일 삼광사 지관전에는 힐링광장에 참여한 1,000여명이 모여 사회 곳곳에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몸과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로 뜻을 함께했다. 힐링광장에 참여하는 사람도 다양하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 종교인, 기관단체장, 의사, 변호사, 예술인 등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을 기부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스님과 불자들이 거리로 나가야 한다” 힐링광장 초대 총재로 추대된 무원 스님은 “내적 신행으로 쌓인 동력을 사회에 회향해야 한다”면서 “스님과 불자들이 거리로 나가 아픈 곳을 찾아 치유에 힘을 보태려 한다. 사람들이 절로 찾아오길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적인 불교는 이제 마감해야 한다. 동적인 수행이 필요하다. 움직이는 불교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며 “신도들이 가진 개개인의 능력을 엮어 사회에 회향하도록 하는 것이 힐링광장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무원 스님이 부임한 이후 삼광사에 변화가 시작됐다. 사찰 신행과 기도 문화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하루 6차례의 기도, 직장인 등 계층별 법회, 사라진 탑돌이 문화 복원, 청년회와 각 지회 조직 정비 등등. 6개월여 동안 ‘힐링사찰’ 삼광사 만들기에 몰두해 24시간 목탁소리가 끊이지 않는 사찰로 탈바꿈시켰다.
“재와 불공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목탁도 칠 때 쳐야” 무원 스님은 “사찰이 박제화되고, 유물전시관이 된다면 스님은 물론 신도들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절이 재와 불공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목탁도 쳐야 할 때 쳐야 한다. 중생들이 요구하는 때와 장소에서 목탁을 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스님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신도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따라온다. 가치 없는, 무의미한 목탁은 안치는 게 낫다. 신도들이 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보람을 느낀다. 목탁에 맞춰 기도만하라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무원 스님은 삼광사 신도는 누구나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불자들이 말년에 개종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안타깝다는 것이다. 우선 신도들의 애경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각 지회 조직을 정비해 신도들의 살림살이에 관심을 갖겠다는 것이다. 신도 애경사에 주지 이름으로 화환과 조화를 보내도록 했다. 신도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신도들이 장례를 돕고 염불도 하도록 했다. 신도들에게 접견실을 개방했다. 문턱을 낮춰 누구나 주지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찾아오는 신도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게 무원 스님의 생각이다. “장례식 가서 염불하고 돈 받는 불교는 안 된다” 스님은 “장례만 보더라도 타종교는 기도는 물론 조의금도 보낸다. 그런데 사찰에서는 염불해주고 돈부터 받는다. 이런 풍토를 개선하는 게 일차적 목표”라고 했다. “사람이 부처 아닌가. 내 가족이 부처다. 부처를 먹여 살리는 부처들을 위해 주지가 움직여야 한다. 신구의(身口意) 삼업을 짓지 말라고 하기 보다는 잘 경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부처님 마음을 경영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무원 스님은 “신도들과 만나는 것은 주지의 의무이다. 감동과 감사, 힐링은 스님이 같이 해야 한다. 우리 시대의 수행은 동적인 실천행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도들은 자신의 생업이 수행이어야 한다. 일의 삼매에 빠지는 것이 ‘최선(最禪)’이다. 사판승은 ‘동적인 수행자’라는 의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찰의 주수입은 불전 수입이었지만, 현재는 국고보조 등으로 변하고 있다. 보시 불교가 죽고 있다는 징조라는 게 무원 스님의 해석이다. “신도는 생업 삼매에 빠져야 ‘최선(最禪)’” 무원 스님은 “보시불교는 이제 끝이라고 봐야 한다. 신도들이 더 이상 지갑을 열지 않는다. 보람이 없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투명하게 살고 재정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신도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부 나눔 문화를 사찰이 만들지 않으면 머지않아 절은 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힐링광장이 신도들이 보람된 일을 하도록 마당을 펼치겠다. 지혜롭게 비우고 행복하게 채워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면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신도들에게 ‘기복’을 요구하지 않고, 자비나눔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이다”며 “틀은 갖췄다. 세부적인 콘텐츠와 실행 계획을 세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대 사찰인 부산 삼광사도 줄고 있다. 신도들이 고령화되면서 빚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새로운 신도들의 유입은 더디다. 사찰에서 신도의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여할 수 있는 틀을 갖춰야 한다고 무원 스님은 확신한다.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면 신도 개개인도 행복해지고 불교가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밤 11시, 53존불 8면 9층 대보탑에는 수십 명의 신도들이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24시간 목탁소리가 끊이지 않는 삼광사가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선포했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