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에게 ‘복지=세금’ 부담을 집중시킨 정부의 세제(稅制) 개편안을 놓고 민주당이 ‘세금 폭탄’이라며 12일부터 정부안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을 한다며 지난 1일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리고 ‘가두(街頭) 정치’를 해오던 민주당이 새로운 장외(場外)투쟁 이슈를 추가한 것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정부의 지난 8일 세제 개편안 발표가 민주당의 염천(炎天) 투쟁에 ‘휘발유 끼얹은 격’이라는 데 동의할 정도로 조세(租稅)는 국민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다. 민주당으로서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길거리로 나선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던 시점이어서 ‘정치적 횡재’를 한 셈이다. “서민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세제개편안” “조세 저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등으로 난타하며 당력을 집중하는 배경이다.
세제 개편안 자체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발표 과정에서 적잖은 실수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누군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고, 양해를 구하며, 공감대를 이루는 과정이 선행됐어야 했다. 세목·세율 조정이 없으므로 증세(增稅)가 아니라는 정부 주장에 누가 동의하겠는가. 세원(稅源) 파악도 안되는 의사·변호사·자영업자 등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봉급생활자들의 ‘유리 지갑’에서 돈을 더 빼가는 결과로 비친다면 반발이 없겠는가.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거위털 뽑기’발언은 결정타다. 국민 설득보다 국민 기만으로 세금을 더 걷겠다는 기막힌 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세금 폭탄’이라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조세 저항 선동으로 비친다. 재집권을 노리는 대안(代案) 세력으로서 무책임한 행태다. 조세는 국가 존립의 기초다. 정부안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뒤흔들기보다 먼저 대안을 내고, 국회에서 차분히 따지는 것이 순서다. 게다가 민주당은 박근혜정부보다 훨씬 더 급속한 복지 확대를 공약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 상반기에 발의한 법률 중 ‘재정 수반 법률’은 모두 1700여 건이고, 175조 원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가 국가 백년대계와 부담의 균형, 경제에 미칠 영향, 소득 재분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하기 바란다. 조세정책이 길거리 선동정치의 대상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