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이 14일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합의’ 5개항을 도출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을 북한 측에 제의했다.
북한의 2·3차 핵실험과 천안함·연평도 도발,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대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계기로
과거 남북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상생(相生)의 새로운 남북관계가 시작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고 강조한 대로
남북의 평화·발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본질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허울만의 대화·평화 공세에 휘둘린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저자세·퍼주기’ 대북 정책을 되풀이할 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협상에서 외양으로나마 변화 제스처를 보인 것은
지난 5년 이상 ‘대북(對北) 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잘못된 행동은 반드시 응징하고,
진정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지원에 나선다는 원칙에 대해
이명박 전 정부는 물론
유엔과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가 확고한 공감대를 이루고 전례없이 북한을 압박해왔다.
최근 지구 반대편 파나마에서의 북한 화물선 검색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박정부가 북한의 진정성도 확인되지 않은, ‘엎드려 절 받기’식 합의를 해놓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짚어봐야 한다.
개성공단 합의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1991년 남북 불가침 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 채택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시도 핵개발과 무력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2000년의 6·15 공동선언 2년 뒤 서해교전을,
2005년 6자회담에서의 비핵화 합의 1년 뒤에는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개성공단 문제는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북한의 책임 인정과 사과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보상 문제도 공동위원회로 넘겼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새로운 대북 제안을 하고,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나
DMZ평화공원 태스크포스(TF) 구성 및 조성 지역까지 거론하는 등
과속(過速)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원칙의 훼손이나 정치적 이유에 따른 과속은 결국 남북 관계도 망치고,
국익도 해치게 된다는 것이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