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이덕기
축구’ 한-일전 경기 중 『붉은 악마』가 단재(丹齋)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귀를 플래카드로 내 걸었다
영국의 일간지 ‘The Times’는 1951년 10월 사설에서“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성장을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 피길 바라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비아냥거렸다. 1955년 10월 전후(戰後) 한국을 돕기 위해 방한(訪韓)한 ‘유엔한국위원회’(UNKRA)의 인도대표 메논(Menon)은 “한국에서 경제 재건을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었다. 그것도 수만 송이가 만개(滿開)했다. 지난 60여 년 동안 고난과 역경을 뚫고 대한민국은 세계 3대 경제권(미국/EU/동남아국가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 자유민주주의가 넘쳐 나서 간첩질도 통일운동이라고 우기면 어쩔 줄 모르는 나라가 되었다.
적(敵) 수괴의 지령을 받아 만든 지하당(통일혁명당)의 성원이었던 여자가 국무총리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도 증오하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시작했고 ‘그 여자’를 총리로 내세웠던 세력은 말한다.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대한민국의 역정(歷程)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그리고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체결은 무효라고 외치다가, 국민들이 “우~” 하고 야유를 하니까, “전면 반대는 아니다.”라고 어물쩍 말을 바꿨다.
기회주의의 극치다. 적장(敵將)에게 우리 젊은이들이 피로써 지킨 앞바다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해 놓고, “포기”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니, 또 말의 전후 맥락을 보면 포기가 아니라고 우기면서 그 증거(대화록 등)까지 증발시켜 버렸다. 그러고도 큰소리를 탕탕치며 득세하려 한다. 포기가 아니라 상납이 맞는가? 정의가 승리하는 것이란 이런 건가 보다. 대한민국이 걸어 온 길에는 굴곡(屈曲)도 있었다.
전체주의와 싸우며 자유민주주의를 정착·발전시키는 과정에서, 5천년 가난의 한을 떨쳐버리는 고난의 길에서 “독재”·“인권탄압”·“반민주” 등 험한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극복했고, 잊을 수 없는 그리고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소중한 교훈으로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역사는 더욱 자랑스럽고 장쾌한 기적의 드라마인 것이다.
1960년대 넘쳐나는 실업과 가난에 신음하고 있었을 때 우리는 독일에 광부(鑛夫)와 간호사를 파견했다. 박사(博士) 광부는 수백 미터 막장에서 목숨을 걸고 탄(炭)을 캤고, 어린 간호사는 남의 궁둥이를 살짝 때리며 주사를 놓는 낭만의 간호가 아닌 밤새 사체(死體)닦는 일을 해야 했다.
그들이 송금한 돈은 고국의 가난한 부모생계와 어린동생 학비가 되었다. 고속도로와 중화학공업의 종자돈이 되었다. 1970년대 중동(中東) 모래밭에서 땀을 흘렸던 근로자들이 번 돈은 불붙기 시작한 조국 근대화의 윤활유가 되었고, 번듯한 내 집마련에 쓰였다.
북쪽의 세습독재정권도 인민들을 외화벌이에 내 몰고 있다.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중동 근로자로... 그런데 그 인민들이 번 돈을 어찌하는가? 근로자들에게는 생계를 위한 최소한만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전부 갈취한다. 그 갈취한 외화는 세습독재자와 측근 기득권세력이 처먹고 마시는데, 그리고 동포를 위협하는 무기 개발에 쓴다.2011년 말에 뒈진 독재자는 프랑스제 고급 꼬냑을 연간 12억 원어치씩이나 수입해서 처마셨단다.
과연 어느 쪽이 정의인가? 대한민국을 저주(咀呪)하는 세력은 그 독재자가 뒈지자 문상(問喪)을 가야한다며 개 우는 소리를 해댔다. 약 15년 전에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대한민국’이 잘못됐다고 폄하하면서 소위 “제2 건국”을 주창했던 집단도 있었다.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그 일에 논리와 아이디어를 뒷받침했던 교수가 최근에 “NLL이라는 게 유엔군과 한국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 북한과 외교적 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포기 아니면 상납하려 했던 기회주의자들과 다를 바 없다. 지난 7월 28일 ‘2013 동아시안컵 축구’ 한-일전 경기 중 『붉은 악마』가 단재(丹齋)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귀를 플래카드로 내 걸었다. 이를 본 왜(倭) 나라 각료가 가슴이 뜨끔했는지 망언(妄言)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글귀에 가슴 뜨끔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대한민국 기적(奇蹟)의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는데 소홀한 우리도 말이다.
더욱이 그 나라 역사를 저주하면서 반역(叛逆)을 기도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무리를 처단(處斷)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미래는커녕 현재도 온존(溫存)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konas) 출처: 월간충호
이덕기 (사)충호안보연합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