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운(실버타임즈 편집인)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진중(陣中) 명언
“기필코 죽고져 하면 살고, 기필코 살고져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말은
공의 ‘난중일기’중 정유(丁酉)년(1597) 9월 15일자에 나온다.
이날 15일은 세계전사상 유례가 드문 그 유명한 명량(鳴梁) 해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충무공은 이날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고 진도의 벽파진에서
우수영(右水營, 해남군 문내면) 앞바다로 진을 옮기고 울돌목을 지키고 있었다.
벽파정 뒤에는 명량(鳴梁)이 있는데 적은 수의 수군(水軍)으로 진을 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을 다친 후 충무공은 여러 장수들을 모아 놓고 전술한 “必死則生 必生則死”를 말하며
“너희 여러 장수들이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긴다면 군률대로 시행해서 작은 일일망정 용서치 않겠다”고
엄격히 령(令)을 내렸다.
그리고 이날 밤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이렇게 하면 이기고, 이렇게 하면 진다”고 가르쳐 주었다.
군세로 보아 절대 우위인 왜군과의 명량대전을 하룻 밤 앞둔 충무공의 결연한 자세를
이날의 일기에서 이처럼 생생이 볼 수 있다.
다음날 9월 16일의 일기에는
명량해전의 전황이 아주 자세히 적혀있다.
명량해전은 단 13척의 전함과 32척의 정탐선만으로
중무장한 왜군 정예 수군부대 133척과 대적하여 31척을 침몰시키고
적군을 수없이 수장시켜 충무공이 대승을 거둔 전투이다.
이 해전에서 아군은 단 1척의 전함도 피해를 입지않고,
전사자 2명과 부상자 2명만을 낸 세계해전사상 유례없는 완승의 기록을 남겼다.
이런 ‘난중일기’가
‘새마을운동 기록물’과 함께 유네스코 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된다.
이런 결정은 6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에서 내려졌다.
국보 제 76호인 ‘난중일기’는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사, 삼도수군통제사로 왜군과 싸우면서 진중에서 쓴 8책 분량의 방대한 일기장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壬辰, 公 48세) 1월 1일부터
충무공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 이틀전인 1598년(戊戌, 公 54세) 11월 17일까지 7년 동안의 친필 기록인 것이다.
공의 이 일기장은 다른 이름 없이 日記, 丁酉日記, 丙申日記 등과 같은 책 표제만 붙어 있었는데,
정조(正祖)때 「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편찬자가 <난중일기>란 이름을 붙여 전서에 실은 뒤부터 지금까지 이를 따라 부르게 되었다.
노산 이은상 선생에 따르면 ‘난중일기’는
첫째 그 내용이
1)공의 엄격하고 지성어린 진중생활과 솔직한 감회의 기록
2)전쟁 후의 비망록과 군사에 대한 비밀한 계책
3)가족 친지 부하 장졸 내외요인들의 내왕
4)정치 군사에 관한 서신교환 등 광범위한 것이기 때문에 임진왜란 전체사를 담고있다는 점
5)피 눈물 밴 충, 효, 신, 의(義)의 곡진한 기사를 감격없이 읽을 수 없는 충무공의 고백인 점.
둘째
글씨가 신필(神筆)이라 할 정도로 최상의 명필 예술품이란 점.
셋째
공이 가는 곳에는 승리가 있었고,
정의가 있었고,
민중이 있었다,
그러므로 이 일기는 민족의 성전(聖典)이 아닐 수 없다는 점이다
(이상 노산 선생이 충무공 친필 초고본을 표준으로 국역 주해한 <난중일기-1968 현암사> 해설에서 추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단순한 무장이 아니다.
공은 용장(勇將)이요,
지장(智將)이며
덕장(德將)이다.
그리고 동시에 누구 못지않은 뛰어난 문사(文士)이다.
공이 가는 곳마다 승리가 있었고,
백성을 보살피는 따듯함이 있었으며,
아울러 아름답고 처연한 진중의 시문이 있었다.
공은 1598년 11월 19일 이른 새벽,
노량해전에서 적탄을 맞고 쓰러지면서 “지금 싸움이 한창 급하니 내가 죽었단 말을 하지마라.
군사를 놀라게 해서는 안된다(戰方急 慎勿言我死 勿令警軍)”고 말하면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유언까지도 왜군을 물리치는 애국에만 있었다.
문무겸전의 충무공이 남긴 이 일기장은
당시 조. 명. 일의 국제 전쟁이었던 임진왜란의 유일한 전사(戰史)로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이를 입증한다.
‘난중일기’의 의의를 새삼 생각하면서 일독을 권한다. (2013. 7. 1 실버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