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혁명조직의 내란음모 협의가 화두에 오르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던 통진당 이석기 의원이 하루만에 혐의를 전면 부인인하고 나서더니 이윽고 30일 언론을 통해 ‘내란음모협의’ 연루자들 발언 녹취록이 공개되자, 서둘러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30일 오후 이 혐의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5월 지하혁명조직(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에 참석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시 모두발언 취지는 “전쟁이 벌어진다면 민족의 공멸을 맞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평화를 실현하자는 뜻이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60년간의 정전체제를 끝내는 기회로 바꿔내는, 좀 더 적극적이고 주동적인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 바꿔내자는 것”이라며 “60년간 분단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시키자, 그러한 대전환기로 상황을 주동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그의 RO녹취록을 살펴보면 “북한의 모든 행위는 다 애국적이고, 남한은 다 반역”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60여 년 동안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며 “시작된 전쟁은 끝을 내자. 전쟁을 준비하자”고 발언했다.
나아가 “앞으로는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비정규전의 양상으로 전쟁이 전개될 것”이라며 “앞으로 군사적인 위협국면이 더 조성되면 뭐든 이를 수 있는 것”, “때에 따라서는 ‘꽃보다 총’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주장과 매우 유사한 취지를 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핵실험 도발직후 ‘전시상황 돌입’, ‘서울 불바다 및 핵타격’ 발언으로 수위를 높여가며 위협했고 전쟁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면서 韓美는 ‘전쟁세력’, 북한은 ‘평화애호세력’으로 미화했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지속 주장했다.
북핵3차 도발 직후 북한의 발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내외호전광들의 분별없는 망동으로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이 우리 민족과 온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들씌우려고 발광하고 있는 지금 그 근원을 하루빨리 제거하는 것은 민족의 최고 존엄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우리 군대와 인민 앞에 나서는 성스러운 과업이다.
우리의 전면대결전은 조선반도에서 침략과 전쟁의 화근을 송두리채 들어내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정의의 성전이다. (3월31일 노동신문)
정전협정 백지화 결단은 랭전의 유물을 청산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이룩함으로써 인류의 평화위업에 이바지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이다. (3월24일 조선중앙통신사)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조선반도에서 침략과 전쟁의 화근을 뿌리 채 뽑아버리고 조국통일과 공고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전면대결전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할 것이다. (4월 30일 노동신문) |
계속해서, 이 혐의자의 기자회견을 살펴보면 “이승만 정권의 보도연맹 사건을 봐라. 무려 20만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당하지 않았나”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 부분 역시 북한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북한의 대남선동사이트 우민끼(우리민족끼리)는 재미 종북 인터넷 매체인 민족통신 보도를 인용해 “조선전쟁 때 처형된 《보도련맹》성원의 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은 없지만 최소 20만명이 처형되었으리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 2006년 9월 23일 조국전선 중앙위 대변인 담화를 보도한 북한조선중앙통신은 “최근 남조선에서는 지난 조선전쟁시기 남조선군과 경찰이 재판도 없이《보도련맹》회원들을 비롯한 무고한 인민들을 1만 7,700여 명이나 학살한《사건》의 진상이 폭로되어 겨레의 커다란 격분을 자아내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보도연맹 사건’과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이 혐의자의 발언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북한의 주장이 묻어 나오고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 혐의자는 “내란음모죄라는 어마어마한 혐의에 대해선 납득할 수 없다”며 “한 치의 타협 없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