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 번도 맞대면 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전혀 인연 없는 사이는 아닙니다.
춘부장이신 고(故) 김철 선생님과는,
유신시절과 신군부-5공 시절에 종종 뵙고
시국을 걱정하곤 했으니까요.
저를 많이 아껴 주셨습니다.
저 역시 김철 선생님께서 진보적이시지만,
“극좌 전체주의는 절대 안 돼”라는,
확고한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셨던 점을
항상 귀감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김철 선생님은
그런 자신의 입장을
[민주 사회주의](democratic socialism)라는 용어로 표현하셨습니다.
서유럽 온건 진보주의의 입장이지요.
저 역시 대학생 때
[진보적이지만 반(反)볼셰비키적]인
그런 입장에 관심을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엄혹한 한반도적 상황이
그런 선진국적인 스펙트럼이 설 여지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던 까닭에
김철 선생님은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저도 20대 학부생 때와 30대 유신시절에는
그런 어려운 시기를 살아보았습니다.
1974년에 제가 먼저 긴급조치 1~4호로 [국립호텔]에 갔다 온 후에
김철 선생님은 9호로 갔다 오셨습니다.
제가 굳이 이런 옛날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지금 아드님이신 김 대표께서 마주하고 계신 상황이 바로
"민주적 진보냐, 전체주의적 극좌냐?"의 갈림길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본연의 자리,
김 대표 본연의 자리는
[민주적 진보]와 [진보적 자유주의]를 양안(兩岸)으로 삼는
그 언저리일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여러 차례의 [수혈](輸血) 과정에서
민주당 안으로 들어온 [이념적 근본주의] 잔재들이
그런 민주당을
이석기 등 RO 이단 분자들의 동맹군-연합군-우군(友軍)으로 만들면서부터
본래의 민주당이 변질됐다는 사실입니다.
이석기 RO는 지금 혐의사실만으로도
대한민국 헌법가치-헌법질서 안에 있는 세력이 아니라
그 밖에 있는 이단(異端) 세력이라는 것이,
진보주의자 심상정 대표의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김한길 대표께선 이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그들을
엊그제 말씀하신대로 추상같이,
정면으로 잘라버리십시오.
당내에서 그들을 [동지]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정정당당한 노선투쟁과 당권투쟁을 불사(不辭) 하십시오.
이런 결단을 통해 대한민국의 야당을 살리십시오,
진보뿐 아니라
다수 보수까지도 지지할 수 있는
국민적 보편성의 민주당을 만드십시오.
경제에서는
중도적 진보,
안보에서는
새누리당보다도 더 신뢰할 수 있는 보수로
양 날개를 삼으십시오.
그러면 민주당은 너끈히 집권할 수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경제에서는
서민을 위한 진보로 가면서,
외교안보에서는
공화당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보수로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당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한 bipartisan 정치의 모델일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민주당의 곤혹이 아니라
민주당의 기회입니다.
낡은 교조주의적-근본주의적 이념 분파를 과감히 극복하십시오.
1980년대적인 의식의 감옥에 스스로 갇혀 있는
강경 386 출신들의 시대착오적인 노선을 제압하십시오.
민주적 진보주의자 김철 선생님의 아드님,
김한길 대표의 장렬한 리더십을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파이팅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