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 제명(除名) 요구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이석기는 재판에서 내란 음모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거나 국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제명안이 가결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비례대표 의원인 이석기가 의원직을 상실하면 선거법에 따라 통진당의 뒤 번호 비례대표 후보가 의원 자리를 이어받게 돼 있다. 작년 통진당 내부 부정 경선 사태로 다른 비례대표 후보들이 사퇴하거나 탈당해 비례대표 후보란에 남아 있는 유일한 후보는 강종헌씨다. 강씨는 1970년대 재일 교포 유학생 간첩단 주범으로 사형이 확정돼 13년을 복역하다 감형 처분을 받아 풀려났던 인물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석기를 제명하면 '원조 이석기'가 그 자리에 온다"고 말했다.
재일 교포인 강종헌씨는 서울대 의대에 다니던 1975년 북한 공작선을 타고 입북해 노동당에 가입한 혐의 등으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강씨는 1심 때 모든 혐의를 인정했으나 2심에선 "고문에 의한 거짓 자백"이라고 주장했다. 강씨는 1988년 석방돼 일본으로 추방됐다. 2009년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재심 권고 판정을 받고 2010년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1982년 부산 미국 문화원 방화 사건 주범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던 김현장씨는 작년 5월 공개 편지를 통해 "강종헌은 밀봉 교육을 받은 주사파 간첩"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대전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하던 강씨가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난 뒤 간첩 교육을 받았고 유학생 신분으로 남한에 들어와 활동했던 모든 것을 내게 털어놓았다"고 했다. 김씨는 "강종헌이 김일성의 북한이 자기 조국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왔다"고도 했다. 여권에 따르면 강씨는 출소한 뒤에도 반국가 단체인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의 조국통일위원장, 이적(利敵)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해외본부 공동 사무국 차장 등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이석기는 1980년대 학생운동권 주사파에서 출발한 경기동부연합을 이끌어 오면서 북한 3대 세습 왕조를 떠받들어 왔다. 그런 이석기가 물러나면 그 자리를 1970년대 공작선을 타고 북한에 몰래 들어가 김일성을 만나고 간첩으로 활동한 강종헌씨가 이어받도록 방치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포기하는 것이나 한가지다. 통진당은 이석기 구속 후 자성(自省)은커녕 '법정 투쟁'을 공언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대로 자유 체제를 전복하려 하거나 북한 세습 독재를 떠받드는 정당의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등 종북 집단에 대한 근원적 해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