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전진해왔다.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듯이 보이더라도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진화 발전해 왔다.
불과 2천 년 전만 하더라도 로마 제국에서는 황제가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장에서 사람이 사자에게 잡아먹히고, 검투사들이 그 자리에서 상대방을 죽이는 광경을 보고 갈채를 보내며 즐겼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상에서 이런 야만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국가가 있을 수 있다고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그만큼 인류는 도덕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지도 60년이 넘었다.
세계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많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천차만별이다. 한국은 자유시장주의를 채택하여 세계 최빈국에서 기록적인 짧은 시일 안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사회구조상으로는 아직도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가장 심각한 특징은 남북분단으로 오랫동안 극심한 사상 갈등에 시달려온 사실이다.
북한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에서 시작하여 김일성 일가 3대 세습지배라는 기형적이며 전 근대적인 강권탄압국가로 퇴화하면서 세계 역사상 가장 실패한 집단으로 전락했다. 그러자 이들은 유일한 활로를 무력에 의한 남한 적화통일에 두고 핵으로 무장함과 동시에 남한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비밀공작을 전면적으로 펼쳐왔다.
북한이 그동안 추진해 온 이른바 ‘제4세대 전쟁’의 수행에 관해 김일성은 일찍이 다음과 같은 대남공작 비밀지령을 하달한 바 있다고 한다.
“남한의 안기부나 경찰 조직에도 공채시험, 학연, 지연 등 인맥을 이용해 파고 들어가라.
이제 국회도 프락치 공작 대신 의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개하라. 남한 종교계, 예술문화, 노동계 등 전 분야에 침투해 결정적 시기가 포착되면 지체없이 총공격을 개시하라.
공작요원은 전국적인 파업과 동시에 전략적 요충지대 곳곳에서 무장봉기를 일으켜 전신전화국, 변전소, 방송국 등 중요 기반시설 점거와 동시에 단전, 단수와 통신 마비 상황을 유발해 남과 북이 전략적 배합으로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의 RO조직이 비밀회합을 갖고 음모했다는 당국의 발표내용과 김일성 비밀지령과는 글씨 하나 안 틀릴 정도로 흡사하지 않는가?
김일성은 6.25전쟁 당시 남로당의 봉기가 미흡하여 군사적 승리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두고두고 후회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의 ‘제4세대 전쟁’을 위한 비밀지령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음이 명백하다.
이미 작고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에 의하면 남한에는 북한 고정간첩이 5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낸 이건개 씨는 최근 고정간첩의 수가 더 늘어나 12만 명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바라는 것과 같은 민중봉기는 단순히 고정간첩망만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외곽 대중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들도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중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실패했다.
대중봉기를 위한 인적자원은 청소년층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들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 보라. 한국의 젊은이들이 무엇 때문에 북한의 김일성 3부자를 숭배하며, 무엇이 아쉬워서 지지리 못나고 다 망한 북한의 알량한 체제를 흠모하겠는가?
이석기 도당의 RO조직을 보면 새로운 피의 유입에 실패해 그들 스스로 화석이나 미라 처럼된 퇴화인간들의 집단임을 느끼게 한다.
하는 행동도 꼭 20세기 초의 원시 볼셰비키 혁명투사들처럼 우스꽝스럽다. 이러니 이들의 내란음모도 결국 촌스러운 코미디처럼 실패하고 만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일찍이 그의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를 통해 세계사는 여러 문명권의 상호투쟁사이며 각 문명을 지탱하는 기둥은 종교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문명의 토대인 종교는 지금의 종교와는 다른 것이었다. 옛날의 종교는 사람의 정신세계뿐 아니라 현세의 정치권력도 장악한 존재였다. 따라서 토인비의 학설을 지금 세상에 대입하려면 문명의 토대를 종교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이념(이데올로기)으로 대신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이런 뜻에서 볼 때 북한은 이미 그들이 당초에 기초로 삼고 있던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죽은 지 오래이기 때문에 북한은 근거를 잃은 붕괴 직전의 존재에 불과하다. 다만 세습독재로 억지로 한시적인 목숨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반해 이슬람교를 주축으로 하는 아랍권은 문제가 좀 다르다.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권에서는 서구처럼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곳이 많다. 시리아의 내란 참변도 이슬람 종파끼리의 정치권력 다툼이 도화선이 되고 있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개입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아사드 정권이 사린 가스로 주민을 학살한 것이 사실이라면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선포한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은 것이므로 약속대로 무력응징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아사드 정권이나 반군세력이나 전근대적인 광신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계평화 파괴세력이라는 사실이다.
누구를 때리고 누구를 부추겨 본들, 또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해서 직접 개입해 본들 다 같은 독사(毒蛇)들의 무리의 와중에 뛰어드는 꼴이라는 자조섞인 논평들이 미국 언론에서 자주 보인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슬람권 스스로가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기독교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거듭 났듯이 이슬람도 교리의 대개혁을 단행하여 현세의 정치권력과 완전히 분리되기 전에는 지금의 중동 분쟁을 해결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마르크스 레닌주의라는 현대사의 괴물도 역사의 자정작용 앞에는 맥없이 사망하고 이에 따라 북한문제의 해결도 시간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아랍권의 종교적 근본주의 악습도 역사의 자정능력 앞에 사라지는 날이 머지않기를 기원한다. 그 너머로 평화롭고 풍요로운 지구촌의 빛나는 장래가 엿보이지 않는가?